소아과에 가면 엄마성을 넣어 이름 네자를 가진 아이들을 간혹 보게 된다. 그럴 때면 참으로 뿌듯하다. 물론 그 부모들은 호적법으로 양성 쓰기를 금지하는데 불만이 많다. 현행법상 엄마성은 이름으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엄마성도 함께 쓰겠다는데 법으로 막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민법을 개정해 엄마성도 선택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정작 엄마성을 선택할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런 법개정은 명분이 될 수가 있다. 명분상으로만 여성권익향상이고 실질적으로는 가부장제 유지 제도이다. 그러나 양성을 동시에 쓰는 것을 법으로 허용해 주면 신생아 부모들은 대부분 찬성한다는 쪽이다. 남편과 아들들 모두 엄마의 존재가 인식되는 양성쓰기가 가족화목에 도움이 된다고 고백하고 있다.
여성계에서는 명분상의 법개정보다 여성권익 신장에 실질적으로 부합하는 법개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양성쓰기가 문화운동으로 족하다는 발상은 신생아에게 부모성을 함께 쓰고자 하는 신세대 부부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양성 쓰기에 찬성하는 남편과 아들들이 의외로 많다. 성씨 민주화를 이루려면 이런 대중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성씨 민주화는 문화의 개방성을 의미한다. 성이 중요하지 않다고 해도 문화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김옥순씨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둘째 아이에게 '장김'이란 양성을 호적에 올렸다. 첫째는 개명 신청을 해서 어려운 싸움 끝에 승소했다. 아들 둘이 모두 엄마성도 함께 쓸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메시지를 '신정모라 문학서재'에 남겼다. 물론 호적법이 엄마성을 인지하지 않고 이름으로 취급하지만, 가족 모두가 그것이 엄마성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안우현주(김해여성의 전화 부설 가정폭력상담소장)씨는 이렇게 말했다.
" 당연히 안우현주가 되는 것을 가장 좋아 하셨던 분은 어머니이다. 낳아서 길러주셨던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방법으로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 어머니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아닐까? "
"나는 중학교 고등학교 성교육을 나가면 꼭 부모성 함께 쓰기를 하라고 강조?(강요)하고 있다." 그랬더니 학생 엄마가 너무 좋아한다고 학생을 통해 전해들었단다.
엄마성쓰기협회를 자주 찾는 다래(애칭) 엄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법적으론 다래 이름이 '김__'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는 법적 이름을 굳이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선 '김이___'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리고 자라나는 다래에게도 시시때때로 왜 네 이름이 '김이___'인가를 세뇌시켜서^^;; 그래서 지금도 다래를 부를 땐 '김이____'이라고 불러준다. 다래가 자신의 이름을 '김이_____'으로 분명하게 쓸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
그는 호적법이 엄마성을 인정하지 않아 신생아 이름에서 엄마성을 뺄 수 밖에 없었다고 울분을 토한다. 이들 부부는 신생아 이름에 이미 양성을 쓰기로 합의를 봤단다 . 그러나 호적법 때문에 좌절되었단다. 사실 호주제 폐지의 핵심은 호적법 개정이다.
내 딸과 나는 주민등록상 양성을 사용하고 있다. 설령 엄마성이 호적상 이름에 포함된다해도 한자로 성씨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엄마성이란 것을 알고 아이 이름에서 양성을 빼고 불러준다. 아이 이름에 대해 어린이집, 병원 관계자, 엄마들 모두 '아, 부럽다! 신세대구나, 요즘은 그런 이름 참 많아졌다' 식으로 코멘트한다. 부정적인 코멘트는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게 신생아 부모들에게 인기 있고, 엄마의 고마움을 표시하고자 하는 아들과 딸들에게 인기있고, 평등 남편이 되고자 하는 남자들에게 인기 있는 양성 쓰기를 법제화하지 않는다니 유감이다.
피카소라는 미술가의 이름은 엄마성이란다,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 덴마크는 부모의 성 가운데 하나를 신고하며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엄마성을 따르는 게 원칙이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아빠성 뒤에 엄마성을 붙인다.
중국은 2001년 개정된 혼인법에 따르면 자녀의 성은 부모 성 중 하나를 선택해 정할 수 있다. 서로 자기 성을 물려주기 위해 갈등 관계가 조성된다고 한다.
부모 양성을 모두 쓰면 가족 의식이 민주적으로 변하고, 갈등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피할 수가 있다. 엄마성씨를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려면 먼저 법으로 양성쓰기를 법제화해야 옳다. 현재 민법 개정안은 거꾸로 되어 있다.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엄마성도 선택할 수 있다고 선언한다. 엄마성을 선택할 수가 있는데, 부계성, 모계성 모두 쓰는 것을 법으로 인정 안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 엄마성은 인정되는데 양성은 안 된다는 발상은 양성을 인정해주면 신생아 부모들이 우르르 이 제도를 따를 것이기 때문인가? 양성쓰기를 목빠지게 기다리는 부모들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민법 개정 반대한다. 양성쓰기가 법으로 인정 안되면 신생아 부모들이 헌법소원 할 작정이다.
어차피 양성쓰기는 성씨 선택권이기 때문에 헌법상의 기본권이다. 많은 이들이 엄마성도 함께 쓰기를 원하는 추세라 결국 법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법개정 자꾸 반복하면 사회갈등만 초래하고 소모전만 하게 된다. 인간의 기본권은 하루라도 빨리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개정되어야 한다.
* 필자는 페미니즘 연구서 '공자를 울린 여자', 동화 '내 마음의 미운 오리'의 저자입니다. 필자의 홈페이지 신정모라 문학서재 http://mora.zo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