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가 결정된지 2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호주'란 단어가 남아있는 법규가 무려 40개이고, 국회와 정치권에서 호적제도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 관계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2일 오전 9시 30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호주제 폐지 2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2년 전 오늘(2005년 3월 2일)은 호주제가 폐지된 역사적인 날이자 동시에 17대 국회가 가부장적 잔재를 털어내고 성평등을 실현해 나갈 제대로 된 신분증명제도를 만들겠다고 국민과 약혼식을 올린 날이었다"고 밝혔다. 노의원은 "2년 전 개정된 민법 부칙에는 2008년 1월 1일부터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양당의 정쟁과 관장기관의 밥그릇 싸움으로 심도 있는 논의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4천9백만 전 국민의 호적을 새로 정비하는 역사적 과업이 18대 국회로 넘겨지는 어이없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비판했다. 또 노의원은 "호주제 폐지를 완성할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며 늦어도 4월 임시회에서는 꼭 새로운 신분증명제도를 통과시켜 그동안 호주제로 인해 고통을 당했던 국민들의 아픔이 더 이상 연장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2년 전 민법 개정안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노의원은 "현행법령 중 '호주'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법령이 시행규칙을 포함해 무려 40개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들 법령 대부분이 호주제 폐지 이후에 개정된 시행령들이라는 점에서, 호주제 폐지를 큰 치적으로 포장만 할 줄 아는 노무현 정부의 '대국민 불감증'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 중인 호적법 대체법안은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안' ▲이경숙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분관계의 등록 및 증명에 관한 법률안' ▲정부(법무부)가 발의한 '국적 및 가족관계의 등록에 관한 법률안' 3가지이다. 이 중에서 본적을 대체할 기준등록지(준거등록지) 도입, 호적등본을 대체할 증명서 발급 방식, 증명서에 포함될 신분사항에 대한 정보 내용, 호적사무 관장기관 등이 쟁점이 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경숙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 박인숙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호주제 폐지 이후 경과 및 입법 활동을 살펴보면 2005년 2월 3일 헌법재판소에서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이 있은후, 같은해 3월 2일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지난해 4월 21일 국회 법사위에서 '출생·혼인·사망 등의 신고와 증명에 관한 법률안' 외 3개 법안이 상정됐고, 민주노동당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1125명은 '호적제도를 대체할 목적별 신분증명제도 도입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8월 16일, 24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3개 법률안에 대한 두차례 심의가 진행됐다. 올해 1월 전국 54개 시민사회단체는 공동성명서에서 "국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호적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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