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부계성씨 강제 조항은 헌법불합치이긴 해도, 부계성씨 제도가 우리 정서에 부합하고 이 조항이 헌법을 어기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였다. 성씨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은 의견이었다. 미국 수퍼볼 스타 하인즈 워드 엄마가 한국출생이라는 것을 이유로 한국 언론들이 흥분하여 이성을 또 잃었다. 그를 한국계라고 부르고 한국인의 피를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정작 한국에선 전통적으로 모계의 피를 인정하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하다. 그런 부계중심 사회가 하인즈 워드 때문에 큰 감동을 받아 머리가 확 깨인 모양이다. 모계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나? 호주제 폐지에 힘쓴 사람들을 '살생부' 명부에 기록하여 저주하는 무리들이 인터넷에 버젓이 존재한다. 그런 무리들이 더욱더 하인즈 워드를 한국계라고 하면서 칭송하는 아이러니를 보인다. 하인즈를 한국계라고 하고 싶으면 국내에서 먼저 모계를 인정해야지. 한국 사회에서 엄마의 피를 인정하지 않고 성씨 선택권을 무시한 건 갑자기 싹 잊어버린 모양이다. 하인즈 워드가 엄마를 사랑하여 팔뚝에 한글로 자기 이름을 새겼다고 한다. 엄마가 그를 키웠고, 엄마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고, 그토록 엄마를 사랑한다면 왜 하필 하인즈 워드인가, 하인즈 김이 아니고? 기자들은 다음 번에 꼭 한번 물어봐 주길 바란다. 엄마를 사랑한다면 엄마성을 이름에 넣어달라고 말이다. 하인즈 김 워드는 어떤가?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랬다. 하인즈 엄마, 김영희 씨가 고생한 건 맞다. 그러나 엄마가 싱글맘으로 자식을 키우는데 있어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더 고생하는가? 지당 한국 쪽이 10배는 더 고생한다. 엄마 혼자 자식을 키울 수가 없는 사회적 편견과 복지제도의 미흡 때문에 미혼모들이 자기 피덩어리를 버리고 평생 가슴에 멍이 들어 산다. 이혼한 엄마들도 자식 포기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구상에 엄마는 모두 모성 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엄마들이 한국에서만 모성 본능을 잃어버린 것인가? 부계중심 한국 사회가 부계성씨 강제조항으로 상징되는 그런 문화로 엄마들에게 모성을 박탈해 왔다. 난자기증재단까지 있으니 말해 무엇하랴! 최근까지 난자기증재단을 만들어낸 사회가 어떻게 한 입으로 두말 하냐 부끄럽게. 김영희 씨를 위대한 현모라고 칭송하는 그 부끄러운 입들, 한국사회에서 그렇게 위대한 모성이 부계중심 사상 때문에 자식을 버리는 현상으로 변질되는 것을 변명해 보길 바란다. 자식을 부계 쪽에 넘기고 양육권을 포기한 엄마들은 일단 가슴에 피멍이 든다. 자식을 버린 엄마는 더욱 처참하다. 김영희 씨는 미국 제도하에서 모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아들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영희 씨가 자식을 때려 키운 건 '아동학대죄'에 해당되므로 스스로 반성하고 언론에 자랑할 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에서 자식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고발당하는데, 왜 고발 안 당했는지 참 궁금하다. 미국까지 가서 그런 짓 하지 말자. 솔직히 말해, 하인즈 워드 어머니는 대한민국이 가장 부끄러워해야 하는 한국의 치부를 잘 부각시켜 주었다. 언론은 하인즈 어머니 모델을 통해 대한민국의 인종차별과 아동학대와 가부장제의 불합리성을 한꺼번에 낚아 올리게 되는 성과를 올렸다. 언론이 영웅을 부각시킬 때마다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치부가 속속 드러난다. 박노자의 말처럼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당신들의 대한민국'인 것이다. 여성과 아동과 혼혈인, 약자, 노동자를 배제한 누구의 대한민국이란 말인가! 한국의 한부모 엄마들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김영희 씨 같은 경우,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아들 찾으려고 애쓸 수 있냐 이거야. 엄마라면 누구나 자식을 보살피고 싶은 게 본능인데 왜 한국에선 버려진 자식들이 많은지? 언론이 그 점을 파헤쳐야지. 미국복지제도에서는 싱글맘으로 사는 것이 엄마 혼자 사는 것보다 낫지. 언론이 그런 차이를 싹 무시한다. 하인즈가 엄마의 정신적 지주이다. 엄마가 아들 때문에 성공한 케이스를 가지고 아들이 엄마 때문에 성공했다고 거꾸로 보도하는 언론. 한국 언론은 진실 바꿔치기 허가증이라도 가지고 있나?" 엄마가 자식을 진정 사랑한다면, 내가 너 때문에 내 인생을 통째로 희생시켰다는 방식으로 살면 안 된다. 엄마는 '나는 내가 진정 원했기 때문에 너를 사랑했고, 너를 사랑한 만큼 내 인생도 그 정도로 사랑했다. 나는 너 때문에 내 인생을 희생한 적이 없었다. 나에게 부담을 느끼지 말고 네 자식과 아내에게 집중해서 자유롭게 살아라' 라면서 자식을 떠나보내는 것이 도리이다. 한국 언론은 이러한 위대한 진짜 모성을 외면하고 사랑이 아닌 집착을 강요하고 있다. 자식에게 한을 심어주고 아들을 마마보이로 만들고, 결혼한 아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그들의 진짜 행복을 빼앗는 건 부모의 도리가 아니다. 이런 식의 희생은 희생도 아니고 일종의 자가당착 집착병이다. 결혼한 아들은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 아내와 자식이어야지, 언론에 '우리 엄마를 가장 사랑해요'라고 말해서 마마보이라는 것을 의심하게 만들거나, 외아들 콤플렉스를 표출하거나 하면 곤란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