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부터 시작된 호주제 폐지를 위한 노력이 만 5년 8개월만인 2005년 2월 3일 그 역사적인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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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위헌 심판이 나오자 호주제 폐지를 주장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가운데 남자는 민변 이석태 회장 © 이명옥 |
헌법재판소는 3일, 심판 대상 조항인 민법 제 778조, 제 781조 제 1항 본문 후단, 제826조 제3항 본문이 근거와 골격을 이르고 있는 호주제를 통한 가부장적 사고에 근거한 법률이 개인의 존엄성과 양성 평등을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 1항에 위반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므로 호주제라는 제도의 존치는 새 입안이 마련된 후에는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과거의 비현실적인 제도를 붙들고 안감힘을 쓰던 유림들도 밀려오는 새 시대의 흐름에 역행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 입법자는 빠른 시일 안에 호적법을 개정하여 위헌인 호주제의 지속을 최소화하고 개정법에 대한 이질감 또한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 하겠다.
‘호주제’ 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인물인 고은광순씨의 감회는 남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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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인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을 맡았던 고은광순씨 © 이명옥 |
7여년의 긴 세월 안팍의 거센 반발과 무지에 맞서 싸우며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을 맡았던 고은광순씨에게 소감을 묻자 그는 의외로 담담하게 “당연한 결과가 너무 늦게 결정 되었을 뿐이라며, 이제는 명실 공히 양성평등 세상을 위한 변화의 물결을 타야하며 빠른 속도로 남녀 모두의 의식에 변화가 이루어지고 평등 세상이 앞당겨 질 것“ 이라 희망했다.
그는 또한 “이제는 비혼모,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 등 상처와 아픔을 딛고 새롭게 새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편견과 사회적 냉대에 시달리는 일이 없이 함께 손잡고 살 수 있는 세상, 남 녀 누구도 절반을 넘어서 힘이나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와야 한다.“ 고 말을 맺었다.
많은 이들의 오해와는 달리 그는 사실 지극히 평범한 아니 오히려 부족함 없이 다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운동권 출신 아내와 며느리를 십분 이해하고 아끼며 물심양면으로 외조를 아끼지 않는 남편과 시어머니가 계시고 아들만 형제를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악법 호주제를 폐지하려는 운동에 뛰어든 것은 여성운동가로서의 양심의 소리를 외면하기 힘들어서였을 것이다.
한의사라는 전문 직업을 가진 그가 늘 대하는 상대는 아들 낳는 비법을 구하는 여성, 여성이라는 성으로 인해 가부장적 구조 속에서 인간의 권리를 침탈당하고도 한마디 변명이나 권리 주장을 할 수 없는 연약한 여성들이었다. 그들을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호주제라는 가부장적 제도로부터 여성들의 권리를 찾아 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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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호주제 위헌 결정을 자축하며... 맨 왼쪽이 필자 ©이명옥 |
여성여성계와 가정 법률상담소, 의식 있는 학자와 법조계 인사들이 한마음이 되어 만 5년이 넘어서야 거둔 열매가 튼실한 뿌리를 내리려면 새로운 각오로 또 다시 뛰는 일만 남아있다.
2월 국회를 통해 위법이 폐기되고 개정법이 만들어져 개정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생소함을 줄일 수 있는 홍보가 필수일 것이다.
이제 호적을 파가지고 시집의 식구로 편입되는 형식인 ‘시집가기’가 아니라 성숙된 인간이 인격적인 만남을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결혼’만이 존재하게 되었다.
여자는 시집가지 않는다. 다만 결혼할 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