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이날 재적 296명 가운데 235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61, 반대 58, 기권 16표로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성차별적이라고 여성계의 지속적인 폐지압력을 받아왔던 호주제는 2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 1월1일부로 폐지되며, 호주제를 대신할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는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호주제 폐지가 당론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외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여옥 최연희 의원 등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같은 당 김용갑 박희태 유승민 최구식 의원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보수파의 목소리를 자임하는 김용갑 의원은 투표에 앞서 반대 토론자로 나서 여야 남성 의원들을 향해 "차라리 불편한 것은 떼버려라"고 일갈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속으로는 호주제 폐지에 반대하면서 표만 의식하면서 호주제에 찬성하는 못난 남성 의원들은 부끄럽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이같이 힐난했다. 김 의원은 "우리 17대 국회가 가족을 해체하고 도덕과 윤리를 폐지하는 치욕적인 국회로 남아서는 안된다"며 "마음 속으로만 반대하지 말고 반드시 표로 반대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호주제는 수천년을 이어온 국민 생활의 기본질서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전통적 가족 개념을 해체하는 것"이라며 "일부 여성운동가들의 선동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 여성위원장이기도 한 같은 당 김애실 의원은 "오랜 여정을 거쳐 마침내 도달한 호주제 폐지의 과정에 애를 써온 각계각층 인사들께 감사드린다"며 "호주제 폐지를 통해 개인의 온전한 존엄과 평등이 보장되는 가족관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며,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이런 정신에 입각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해 김 의원의 발언취지를 무색케 했다. 민주당 손봉숙 의원도 "호주제는 우리 전통이 아니라 근대에 들어 강압적으로 일제시대에 도입된 제도"라며 호주제 폐지를 찬성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현행 민법 중 호주제 관련 규정을 삭제하는 한편 동성동본 금혼제도를 폐지하고 여성의 재혼 금지기간 조항을 삭제했다. 또한 15세 미만의 양자를 입양할 경우 호적에 친생자(親生子)로 기재해 법률상 친자와 똑같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친양자제도도 새로 도입됐고, 부부합의시 자녀가 어머니의 성과 본을 승계할 수 있게 하는 규정도 담았다. 호주제 폐지가 통과되자 국회를 찾았던 여성계 인사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호주제 폐지 과정을 국회 현장에서 지켜본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과 `호주제 폐지를 위한 시민연대' 회원 10여명은 이날 본회의에서 호주제 폐지안 처리가 확정된 직후 기자회견장을 찾아 "호주제 폐지는 양성평등으로 가는 큰 걸음"이라며 일제히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지은희 전 장관은 "너무나 감격스러워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겠다"며 "호주제 폐지를 통해 역사의 큰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며 이를 통해 가족안에서 양성 사이에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그런 문화가 새롭게 탄생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곽배희 가정법률상담소장도 "호주제 폐지는 우리 사회를 한 수준 올려 남녀 모두 주인이 되도록 할 것"이라며 "반세기만의 호주제 폐지를 국민의 이름으로 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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