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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꿈꾸는 감동정치는? '국민통합의 화개장터'
희망 품은 '국민통합열차' 9시간 대장정 성황리 종료
 
박종률   기사입력  2009/01/18 [21:03]

가수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 노래 가사 말미에는 경상도는 '경라도'로, 전라도는 '전상도'로 바뀌어진다.
 
뿌리 깊은 지역감정의 망령속에 경상도와 전라도의 이름이 갈등과 분열을 의미한다면 화개장터가 꿈꾸는 경라도와 전상도는 통합과 희망의 상징인 셈이다.
 
1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를 태운 '국민통합열차'는 힘찬 기적소리와 함께 새로운 변화의 희망을 품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DC까지 225km 구간을 질주했다.
 
오바마는 출발지인 필라델피아, 중간 기착지인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최종 도착지인 워싱턴DC까지 9시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하나(We Are One)'라고 국민통합을 역설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념과 편견을 넘어선 단합의 새로운 독립선언"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일치단결을 호소했다.
 
또 "미국의 변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난 대선을 통해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가 시작이며, 미국 역사의 자부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오바마의 '국민통합열차'에는 노동운동가, 참전용사, 실직자등 각계 각층의 '보통사람' 41명이 동승했고, 열차가 멈추는 역(驛)마다 수많은 미국인들은 뜨거운 감동을 경험하며 '오바마'와 'Yes We Can'을 연호했다.
 
필라델피아와 볼티모어, 워싱턴 DC가 '미국판 화개장터'로 탈바꿈되는 순간이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자유를 쟁취한 건국 당시 미국의 수도 필라델피아. 독립선언 이후 영국의 공격에 맞서 미국을 지켜내며 국가를 탄생시킨 곳 볼티모어.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속에 미국을 재건할 중심지 워싱턴DC까지...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이들 세 도시가 오바마 시대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약속한 것이다. '변화와 희망, 통합'을 기치로 내건 오바마의 꿈은 아마도 미국을 거대한 화개장터-흑백남녀의 차별과 이념대립이 사라지는-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오른 오바마에게 더 이상 '너와 나'는 존재하지않는다. 오로지 '우리'만 있을 뿐이다.
 
오바마는 이날 세 차례 연설에서 '나(I)'라는 말 대신 '우리(We)', '함께(Together)'라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하며 미국민들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
 
오바마의 국민통합열차는 '분열과 갈등을 치유한 통합의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의 취임식 행사를 본뜬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이벤트'를 뛰어넘는 큰 감동을 선사했다.
 

링컨이 게티스버그에서 강조했던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의 문구는 이날 오바마를 통해 변화와 희망의 주체로서 '우리의,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으로 승화됐다.
 
오바마의 취임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게 될 부시 대통령이 만일 '우리'의 정치적 의미를 조금이라도 일찍 깨달았더라면 역사상 최저인 20%대의 낮은 국민지지율의 불명예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대국민 고별연설에서까지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며 "미국은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일각에서는 "나는 패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일 뿐이라고 혹독하게 비판했다.
 
네오콘이 주도하는 강경 일변도의 하드파워 노선을 고수했던 부시 행정부의 철학이 '너와 나'였다면 오바마의 '우리' 개념은 스마트 파워(하드파워+소프트파워) 정책노선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바야흐로 미국이 오바마 시대 출범에 발 맞춰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통합의 화개장터' 실현에 팔을 걷어부쳤다. 이는 태평양 건너 먼 나라의 얘기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하동과 구례 주민들이 이미 오래 전에 일궈놓은 섬진강 화개장터의 정신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이 다시 오늘에 되살려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설날을 맞아 전남 장흥의 표고버섯과 대구 달성의 가래떡을 설 선물로 마련한 모양이다. 국민통합의 뜻이 담겨져 있으리라. 물론 이전 대통령들도 모두 국민통합의 의미가 깃든 명절 선물을 준비했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지역감정과 국론분열, 여야 대립의 이른바 '너와 나' 아니 실제로는 '나는 나, 너는 너'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대통령의 '감동정치(感動政治)'와 이에 화답하는 '국민공감(國民共感)'은 정말 우리에게는 요원한 것일까.
 
국민통합열차에 올라 단합을 호소하고, 이에 국민들은 열광과 환호, 눈물과 박수로 화답하는 오바마의 감동정치가 부러웠던 오늘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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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1/18 [21: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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