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한미 양국은 다시 정책노선과 철학을 달리하며 향후 최소 4년을 보내게 됐다.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은 최근 10여년간 진보정권과 보수정권이 각각 집권하며 각종 현안 마다 불협화음을 빚은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엇갈린 행보를 걷게 됐다.
물론 국가별 정책 차이는 그 나라의 사정과 형편에 따른 것으로 자연스런 일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한미간의 정책이 부조화를 이룬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에서 강경 네오콘(신 보수주의자)이 일방주의 외교를 펼치며 한반도 정세를 압박해온 지난 8년의 기억만 되돌아 보더라도 정책의 ‘비(非) 공조화’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그나마 우리나라에 이른바 ‘좌파정권’이 들어섰기 때문에 네오콘의 일방통행을 막을 수 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코드’가 달랐기 때문에 생기는 마찰은 항상 위태위태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공언해온 오바마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 리스크’ 완화에는 크게 기여하겠지만, 통상을 비롯한 경제현안에서는 어느 때보다 고삐를 쥐어올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통상 문제를 제외하고라도 오바마 진영의 반(反) 신 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기조는 과거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 흐름을 열심히 뒤쫓아온 MB노믹스와 크고작은 마찰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는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기존 정책들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며 보다 혁신적인 조치를 강조해왔다.
지난 9월말 공화당이 다수인 미 하원에서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데 반해 오바마는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주장했고, 정부의 상시적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오바마의 금융관련 공약에는 금융시스템 전반을 감시·감독하는 정부기관 설립 등 각종 금융거래 관련법 제정이 들어있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관련 규제 완화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최동순 연구원은 “경제 철학적인 면에서 본질적으로 대비된다”고 말했다.
저소득층과 고령층엔 감세 혜택을 주되 부유층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걷겠다는 오바마의 공약도 종부세·상속세 감면이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하는 MB노믹스와 엇갈리는 부분이다.
오바마의 슬로건인 ‘하위계층으로부터의 변화'(Bottom-up Change.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보장 서비스 투자를 통해 당분간 안정을 중시하겠다는 입장)도 우리 정부의 성장 우선주의와 정반대 지점에 있다.
미국을 글로벌 스탠더드로 행동해온 우리 정책 당국자들이 혼돈에 빠질 수밖에 없는 대목으로, 때문에 MB노믹스의 부분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