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발 '변화'의 향수 깰 미국의 정치, '로비' 미국의 정치를 흔히 '로비 정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정당이 약한 미국정치를 대표하는 특징이다. 지난 번 구제금융 또한 로비와 연관된 결과였다. 월스트리트저널 또한 구제금융과 로비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암시하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무너진 리먼브라더스는 무너질 때에도 매케인, 오바마 두 후보의 든든한 기부금 후원자였다. 구제금융 작업에 참가했던 제임스 리카즈는 로비=구제금융이란 공식을 내며 "이번에 나온 구제금융(10월)이 로비스트들의 엄청난 로비에 의해 수정됐다"면서 "초대형 금융기관들은 부실자산을 떨어버리며 확실한 승리를 챙겼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로비'와 친숙한 존재다. 오바마 당선의 일등공신이 바로 유대계 로비와 군산복합체 로비를 대표하는 제너럴다이내믹스 최대주주 크라운 가문(제임스 크라운, 레스터 크라운)이란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유대인 로비조직의 정치적 압력과 그들로부터 나오는 정치자금을 외면할 수 없는 오바마 대통령의 로비정치 개혁 천명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당선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정권인수위에서 로비관련자를 철저히 배제하기로 한다"고 밝혔으나 램 이매뉴얼, 루빈 사단, 톰 대슐 등이 자리에 앉았다. 이매뉴얼 비서실장은 해지펀드와 증권, 금융업체로 부터 정치자금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정치인 중 한 명이었고 루빈 사단 또한 경제 수장에 앉은 것에 대해서도 로비를 통해서 이뤄진 것이란 현지 분석이 지배적이다.
취임식 자리에도 로비스트들은 이전과 다름없이 왕성한 활동을 보여줬는데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일리노이주 축하행사에 AIG 로비기업 손낸샤인이 기부를, 공식 취임행사에서는 구제금융을 받은 월가 인사를 중심으로 기부를 해 로비를 통한 월가와 정가의 돈독한 관계를 증명했고 공식으로 등록된 로비스트들의 기부는 받지 않았지만 비공식적인 로비스트를 통한 경로가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보인다.
상, 하원을 합친 현역의원 숫자에 다섯 배가 되는 각종 로비스트가 워싱턴 정가를 둘러싼 형국에서 오바마 행정부라 한들 '로비 정치'의 개혁 가능성은 전혀 없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로비 정치에 관련하여 '회전문 인사'에 대한 개혁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그러나 변화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특수이익집단들의 사익을 위한 로비활동은 부의 역분배 효과를 가져온다. 강대국이 사회적으로 쇠퇴하는 원인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도 분석된다.
전쟁, 압박 등으로 세계평화를 거스르고 있는 미국의 모습 또한 군산복합체, 석유대기업 등에 의한 '로비'의 문제이다. 인도의 고위외교관 출신인 M.K 브하드라쿠마르는 "오바마가 진정으로 아프간의 유혈심사와 고통을 끝내고 테러리즘을 영원히 그절시키고자 한다면 미국의 안보정책을 주무르는 군산복합체, 석유대기업, 냉전적 기득권 등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유기고가 매튜 라이스는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입김, 조직 범죄와 연계된 이들의 영향력, 관가와 군을 아우르는 '회전문' 인사, 미국의 주요 군수기업을 둘러싼 부패와 추문은 차라리 일상이다"고 말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은 '레토릭' 미국정치의 모든 것을 장악한 로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오바마 행정부의 '개혁'은 사실상 정치적 수사(레토릭)에 지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오바마 대통령이 말하는 '변화'에 대해서 어떻게 재평가해야 할 것인가.
진보진영의 주된 평가는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 의미를 8년, 30년, 40년, 232년으로 표현한 바 있다. 8년은 부시 정권이 몰락과 클린턴 정책이 부활, 30년은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정부 역할 기대, 보수 헤게모니의 몰락과 진보 헤게모니의 부활을 알리는 40년(신보수주의의 종언), 백인통치 232년을 끝내고 만민평등의 헌법정신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낙관론이다. 부시 정권이 몰락하였으나 오바마 내각이 '초당적 내각'으로 공화당 인사들까지 포괄하고 있다. '클린턴 정책'의 부활 또한 NAFTA, 금융규제완화, 1920년 이후 미국 소득 불평등의 최고치에 달했던 시점의 정책들이다. 필립 블론드 영국 컴브리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좌파든 우파든 신자유주의 정책은 슈퍼리치의 양산을 도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98년부터 2004년까지 클린턴, 부시 행정부 시절 슈퍼리치는 62%나 증가하면서 부자 내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산층과 서민, 노동자는 더 낙오되었다.
30년간 꽃을 피웠던 신자유주의 정책 또한 진보진영의 기대와 달리 오바마 행정부에서 지속될 전망이다. 부시 행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을 취임과 함께 즉시 철회하겠다던 공약은 이미 2011년 기한 만기때까지 허용으로 공약 자체가 무의미해졌으며 오바마 행정부 경제관료들이 이미 루빈 사단에 의해 장악되거나 기존 오바마노믹스 핵심인사들도 루빈 사단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루빈 사단의 '루비노믹스'는 균형예산, 자유무역강화, 금융규제 철폐 등 현 위기상황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위기를 자초한 정책들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라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다른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월가출신 재무장관급 인사 로렌스 서머스, 티머시 가이드너가 더해지면서 케인스주의가 도래했다는 주장이나 사민주의 측면의 정책이 여전히 반영될 가능성은 없음을 증명한다. 선거 의제 또한 '반 신자유주의'가 아닌 만큼 신자유주의 정책 또한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 또한 압도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직면한 경제위기 극복이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다. 이미 미국의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로 전이되었고 부시행정부가 남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확대 계획의 구체성이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대부분 빌 클린턴 행정부 인사들로 현 경제위기에 일정부분 책임있는 인사들이다.
진보적 언론들의 '30년 우편향'서 급 좌회전, '진보적 변화' 시동, 1930년대 루스벨트와 1960년대 린든 존슨의 길은 사실상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착각에서 생긴 낙관적 전망이며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단기처방에 그치지 않고 의료, 교육, 빈부격차 등 미국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푸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40년을 뜻하는 보수 헤게모니에서 진보 헤게모니의 변화 또한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 이후 '신보수주의의 종언'으로도 표현되었던 40년의 의미는 여전히 변화하지 않았다. '아메리카'를 외치는 오바마니아들에서 애국심과 미국중심주의는 더 강화되었을 뿐이다. '미국은 위대하'며 '혁명은 위험하다'는 이데올로기와 '도덕주의적 국제주의'가 여전하다. 미국의 민주주의가 최고라는 미국의 보수주의의 건제함을 보여주는 징표들인 셈.
232년 백인통치에서 만민평등의 헌법정신으로의 변화 또한 부정적이다. 희망제작소 홍일표 박사는 "오바마가 흑인 혼혈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가 흑인 또는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쓰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으며 권용립 경성대 교수도 "흑인이어서 되레 흑인을 위한 정치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오바마는 명백히 백인 어머니를 두고 있어 한국에서는 혼혈계라지만 미국에서는 엄연히 흑인이라고 불리는 것이 미국의 역설적인 특징"이라 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흑인과 소수인종의 출세길이 열렸다기보다 흑백 사회 통합이 더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민주당 행정부'다 오바마 대통령의 '변화'를 담은 개혁 사안 또한 상당수 소멸했거나 모호하다. 사형제 지지 여부는 여전히 모호하며 의료보험 일원화는 반대해왔다. 지난 11일, 자신의 '변화'에 대해서 '현실적이길 원한다'며 선거기간에 말했던 모든 것을 희망했던 속도로 할 수는 없을 것"이라 밝혔다. 예상대로 부시 행정부의 부자감세, 국민건강보험의 선별적 적용, 이민 합법화 난망 등 스스로 공약의 상당부분을 후퇴시켰다.
월가 개혁 의지 또한 없다. 미국의 급진주의 역사학자 폴 스트리트는 오바마 대통령을 '월스트리트의 사환 아이'로 평가하며 "오바마는 월스트리트의 엄청난 현금의 바다 위에서 명성을 쌓았다"고 말한다. 그는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모건스텐리의 패거리들과 매케인보다 더 가깝다"고 발언한 바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민주당 행정부'다.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다. 심지어 폴 스트리트는 오바마의 국내정책을 데니스 구치나치, 존 에드워즈, 힐러리 클린턴보다도 더 오른쪽이라며 혹평할 정도다. 오바마의 '변화'는 선거 구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그가 당선 이후 '현실'에 초점을 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뼈속까지 월가맨'들을 경제관료에 임명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군산복합체, 석유기업들과 함께 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
그럼 물음표가 남는다. 선거의 의미는 무엇인가, 미국인들이 오바마의 변화에 열광하고 표를 준 것은 무엇인가. 2008년 대선의 키워드는 피부색도 이라크도 금융위기도 아니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대선은 부시 행정부에 대한 '책임투표'였다. 공화당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었고 찍다보니 오바마였던 것이다. 그럼 왜 힐러리는 될 수 없었나. 오바마에게서 부시 정권이 잃어버린 '미국의 꿈'을 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변화는 상징이자 이데올로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중산층 낙오자' 대변 못하는 미국 정치체제의 취약함 미국에서 공화당도 민주당도 아닌 제3의 정당이 집권하지 않는 이상 변화의 가능성은 없다. 노암 촘스키는 지난 대선 당시 "미국은 근본적으로 이윤이 지배하는 일당체제일 뿐"이라며 미국의 정당체제를 기업이익을 대표하는 1당체제로 표현한 바 있다.
정치학자 존 듀이는 "정치란 대기업들이 사회에 던진 그림자"라 말했다. 미국이 그렇다. 미국과 같은 이익집단 정치에서 정당체제는 매우 협소하며 가담자와 구경꾼 사이에서 구경꾼들의 정치참여 공간을 늘릴 수 없다. 그러나 당장 미국의 정당들은 구경꾼들의 참여를 늘려야 된다. 금융위기에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에 중산층 낙오자, 서민, 노동자들의 요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정치체제는 이를 대변하기 어렵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인 보수논객 데이비드 브룩스는 '중산층 낙오자'가 사회변혁의 주축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산층 낙오자'와 낭떠러지의 서민, 노동자를 대변할 가능성이 없는 데다 미국의 정치체제가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이상 이들이 사회변혁의 주축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덧붙여 그는 글로벌 시위와 싸우느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며 경기침체가 차베스와 같은 지도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의 냉철한 관측은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