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오바마 후보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온 세계가 들썩인다. 정말 드라마 같고 멋진 일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도 같은 추억을 갖고 있음을 기억하시는지….
◈ 우리에게도 있다…역전의 추억! 6년 전 노무현 후보가 보수 진영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감격했고 울먹였다. 오바마 후보의 당선과 과정 내지는 성격이 상당히 유사했다.
정치적 비주류, 기존 정치권 아닌 정치적 소수자와 시민사회의 집중적인 지지, 인터넷에서의 선전, 혜성 같이 나타난 개혁의 선봉장…. 그러나 결국은 지지했던 유권자의 상당수가 떠났고, 또 동지였다고 할 사람들로부터도 외면당한 채 쓸쓸히 퇴장해야 했다.
뜻을 다 펴지 못한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달리 오바마 당선자가 끝까지 자기의 신념대로 국정운영을 이끌고 재선에 성공도 한다면 그것은 본인의 능력 그리고 선진화된 민주주의 시스템과 그것을 움직이는 미국 시민의 힘이 융합된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와 미국 사회를 비교 분석해 볼 만 하겠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대통령이 하겠다면 죄다 따라 나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대통령 중심제이지만 분명 각 주마다 독립적 성격을 갖는 연방제, 공화당이라는 야당, 민주당 내에서의 보수파, 여전히 힘 센 군산복합체, 당연히 기득권에 집착할 백인 주류사회…. 이라크 전쟁과 테러 위협에 시달리고 경제위기마저 겪으니 저러지 그 수렁에서 벗어나면 미국 국민여론이 다시 변덕을 부릴 것이다.
결과를 가지고 따지는 건 뭣하지만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하나는 묻고 싶다.
부시를 따라 이라크에 파병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게 지금 오바마 당선까지 놓고 보면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된 것인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원칙과 개인적 신념으로는 파병에 동의하지 않으나 오로지 국익을 위해서 국민의 비난을 무릅쓰고 아픈 결단을 내린다고 했다.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은 것인가, 얻을 이득이 얼마나 남았나. 파병은 과연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와 비전이었는지 이 시점에서 함께 생각해 보자.
◈ 이명박, 오바마 철학의 공유? 리얼리? 이동관 대변인한테 하나 궁금한 게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 두 정상이 변화와 개혁에 대한 공통된 철학을 공유했다'고 5일 논평을 냈던데…. 리얼리? 무슨 철학이 공유되었다는 건지 도대체 경제위기 해법이나 대북한 정책, 어느 걸 살펴도 상당한 차이만 눈에 띄지 잘 모르겠다.
물론 차이가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어떻게든 미국 시장에 달라붙어 파고들어야 하는 우리 처지와 미국의 입장, 그리고 각자의 해법이 똑같을 수야 없겠지. 그러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고 철학이 같다고 하는 건 웃기지 않나, 닥터피쉬처럼 뭘 그리 매달리나.
◈ 쇠고기 협상, 역시 우리가 당한 것이겠지?! 한미 FTA 자동차 부문에 대해 재협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협상 아니면 자동차를 따로 떼어서 부속협정을 맺는 방법이 나올 듯. 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 때 미국 민주당이 반대해 노동과 환경만 따로 떼서 부속협정 체결한 선례도 있다.
시카고에는 미 자동차 3사 노동조합이 있다. 시카고는 오바마의 지지기반이고 오바마는 시카고 지역운동으로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자동차 협상 내용에 매달릴 건 확실해 보인다.
쇠고기 협상 잘 해주면 한미 FTA 연내 비준해준다는 둥 어쩌구 한 부시 정부의 약속이 있었다면 우리는 완전 사기당한 셈. 아무튼 친구할 인간이 아니었다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