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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린 스캔들’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 강타
[초점] 매케인 러닝메이트, 미혼딸임신·트루퍼게이트 등 악재 꼬리이어
 
최방식   기사입력  2008/09/02 [19:21]
존 매케인이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사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의 각종 스캔들로 위기에 처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일 전했다. 어떤 검증과정을 거쳤기에 지명 하자마자 일련의 의혹이 터져나오냐는 지적이 그 것.

페일린과 그녀의 남편 토드는 1일 오전 한 장의 성명을 발표했다. 17살 난 시집 안 간 딸 브리스톨이 임신 5개월째이며 아이의 아빠와 곧 결혼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익명의 한 블로거 폭로가 기폭제 구실을 했다.

하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태세다. 언론에 떠도는 소문은 다르다. 페일린 주지사가 지난 4월 낳았다고 신고한 막내아들 트리그가 브리스톨 양의 아기인데 이를 감추기 위해 자신이 출산한 것처럼 꾸몄으며 이런 사실이 들통날까봐 딸의 임신사실을 공개했다는 것.

막내아들 트리그는 누구 아들?

그뿐 아니다. 페일린은 알래스카주 경찰국장 해임과정에 권력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주 의회가 윤리위를 소집하자 개인 변호사를 고용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에 2일 실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자인 페일린 관련 보도.     © 인터넷저널

‘트루퍼 게이트’라 불리는 이 사건은 페일린이 여동생의 전 남편 마이크 우튼을 주 경찰관에서 해임시키기 위해 당시 주 경찰청장 월트 모네건에게 압력을 넣었고, 모네건이 거부하자 그를 해임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 우튼은 불법사냥과 아동폭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었다.

페일린은 아울러 1990년 알래스카독립당 소속이었는데, 당시 이 당은 연방 탈퇴를 추진했다는 이야기도 터져 나왔다. 아울러 남편 토드가 22년 전 음주 운전으로 구속된 경력도 발각됐다.

이에 대해 매케인의 참모들은 페일린의 스캔들을 확인하기 위해 조사팀이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의 한 관계자는 매케인이 그녀를 부통령으로 지명하기 하루 전인 28일까지 조사팀이 현지에 도착하지 않았음을 언급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매케인 캠프는 매케인이 페일린을 지명할 때 그녀의 딸 브리스톨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하등의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핵심 참모들은 1일까지도 매케인이 언제 어떻게 그 사실을 인지했는지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보복과 권력남용’ 윤리위조사

페일린에 대한 여러 의혹이 이처럼 전당대회 첫날부터 터져 나오자 공화당 내에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 쪽에서 매케인의 선택을 문제 삼고 있는데 마침 기름을 부은 꼴이 아니냐는 분통이 터지고 있는 것.

캠페인에 깊숙이 간여하고 있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매케인이 그녀를 선택할 때 참모들이 언급한 것보다 훨씬 더 서둘렀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 지명자의 딸 브리스톨. 17살의 미혼인 그녀가 임신 5개월째여서 구설수에 올랐다. 영문 데일리뉴스(온라인판)에 실린 그녀관련 보도화면.     © 인터넷저널

매케인은 29일 오하이오 데이톤에서 페일린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하기 2~3일 전인 지난 주 중반 경까지만 해도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무소속, 지난 상원선거 때 민주당에서 탈퇴한 뒤 출마해 당선)을 러닝메이트로 고려하고 있었다는 게 그와 가까운 관계자의 증언. 물론 톰 리지 전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에게도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은 낙태에 찬성하는 인사들로 공화당의 골간을 이루는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공화당 측 관계자의 이어지는 증언에 따르면, 매케인이 보수 기독교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선거 패배로까지 갈 수도 있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것.

언론이 전하는 걸 종합하면 매케인은 팀 폴렌티 미네소타 주지사와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카드를 폐기한 데다 위 2명도 어려워지자 시간에 쫓겨 페일린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28일에야 그녀를 직접 면담했고, 그 자리에서 부통령 자리를 제안했다는 것.

“후보검증 한거야, 안한거야?”

이에 대해 공화당의 한 관계자는 “캠프는 4~5일 전까지만 해도 페일린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매케인은 그가 원하던 리버만이나 리지를 지명하지도 못하고 추문에 휩싸이게 됐다”고 졸속 지명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하지만 매케인의 참모들은 재정, 불법여부, 형사범죄 검토를 포함해 철저하게 검중했다고 1일 거듭 밝혔다. 한 참모는 윤리적 청렴성을 중요하게 조사했으며 페일린 후보가 70가지가 넘는 각종 조사에 합격점을 받았다고 언론에 전했다. 딸에 관한 이야기도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캠프에서 매케인과 가장 친한 마크 샐터도 NYT에 이메일 답변을 통해 부통령 후보 선발을 책임지고 있는 베테랑 변호사인 아더 B. 컬바하우스 주니어와 그의 동료들이 페일린을 면담조사까지 했다고 말했다. 샐터는 페일린이 이 과정에서 그녀의 딸이 임신한 사실을 이야기 했는지는 답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래스카 현지에서는 매케인 캠프가 페일린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기 전 그녀의 정보를 제대로 알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캠프에서는 신중한 사전 조사를 했다고 주장하지만 알래스카 현지에서는 어느 누구도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며 검증이 없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리다 그린 알래스카 상원의장은 “우리 의회에 어떤 질문이나 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경제계에도 누구 하나 질문을 받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공화당원이며 전 알래스카주 하원의장 출신인 게일 필립스 주 하원의원도 모두가 궁금해 하는 건 매케인 캠프가 어떻게 그녀를 검증했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일린 의혹’ 득될까, 독될까?

많은 공화당원들은 매케인 캠프의 밀실 천거를 문제 삼을 태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두 번 선거 때 참모 역을 맡았던 댄 바틀렛은 “그들이 정말 놀라게 하고 싶었다면 궁금증을 최대한 적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매케인의 전직 선거 전략 참모들 역시 같은 입장이다.

물론 다른 입장도 있다. 페일린을 지명하기도 전에 그녀가 부통령 후보로 검증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 신선한 느낌이 그게 떨어졌을 것이란 반박이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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