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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대통령 당선과 지구촌의 희망읽기
[동향] 이라크·아프간 전선에서 파리 뒷골목 술집까지 환호와 희망 넘쳐
 
최방식   기사입력  2008/11/07 [16:01]
폭발음이 끊이지 않는 이라크의 전선에서 평온한 파리 뒷골목의 한 술집에 이르기까지 버락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희망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5일 전했다.

오바마의 젊음, 인종, 메시지·태도에서 기인한 것이겠지만 유럽의 지도자들은 그의 당선에 외교적 수사가 아닌 칭찬을 구구절절 늘어놓고 있으며, 아시아·아프리카·남미에선 환호성 소리가 들리고 있다.

미국 대선 개표가 막바지를 향해 치닫자 지구촌은 시끌벅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한 라디오 방송이 진행중이던 쇼를 중단하고 오바마의 당선 수락연설을 생중계했다. 베를린에서는 신문들이 특집판을 쏟아냈다.

이날의 흥분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은 남아공의 전 대통령 넬슨 만델라로부터 나왔다. 그는 오바마에게 쓴 편지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겠다고 한 오바마의 승리는 누구도 꿈꾸지 못한 것을 이룰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외교 수사 아닌 칭찬 구구절절"
 
미국이 수행하는 세계 곳곳의 전선에서도 희망은 피어났다. 물론 일부에선 회의적 반응도 읽혔다.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 부대에서도 환호성이 일었다. 하지만 쉽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이라크 정부는 오히려 미국이 떠나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지구촌 사회에 변화의 희망을 불러오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 인터넷판 보도화면 갈무리.     ©인터넷저널
현지에서 작전 중인 한 병사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바마 당선에도 우리가 여기를 떠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의 호시야르 제바리 외무장관은 “이라크 스스로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이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며 “하루 밤사이에 바뀌겠냐”고 반문했다.

미군이 갈수록 치열한 전투에 빠져들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희망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아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미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난 것을 언급하며 “우리가 바라는 건 민간인 살상이 아니다”며 “마을을 무차별 공습한다고 대테러전쟁을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갈등이 심각한 팔레스타인에서도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변화를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었다. 팔레스타인의 자치 수반 압바스의 한 비서관은 오바마가 팔레스타인·이스라엘간 갈등을 풀 새로운 계획을 세워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가 바라는 건 민간인 살상 아니다"
 
미국 밖 수많은 곳에서 오바마의 승리는 그가 이끄는 새로운 미 행정부가 지구촌 여러 나라와 새로운 외교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으로 넘쳐났다.

27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는 유럽연합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의 당선이 대서양 양쪽의 우정을 훨씬 강화할 것이란 믿음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의 3대 주요 정당 정치인들도 오바마를 추켜세웠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오바마가 캠페인을 통해 큰 감동을 줬으며 진보적 가치에 힘을 불어넣어 미래 전망을 밝게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은 역시 차례 오바마 행정부와 적극적으로 미래 설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진정한 영국의 친구가 될 것입니다. 난 오바마를 잘 아는데, 우리는 많은 가치를 나눌 수 있을 겁니다.”

니콜라스 샤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한마디 했다. “미국의 선거가 프랑스, 유럽, 그리고 세계 모든 곳에서 희망을 떠오르게 하고 있다”며 “오바마의 승리는 빛나는 것이며 그의 선거캠페인은 정말 특별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독일의 안젤라 메르켈 총리도 오바마의 승리를 역사적이라고 추켜세운 뒤, 후보 시절 수많은 인파에 파묻힌 가운데 명연설을 쏟아냈던 그 곳으로 다시 한 번 초대한다고 말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오바마의 승리가 미국과 민주주의를 살릴 것이라고 언급하고 미·스페인간 신뢰가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2004년 이라크 파견군을 철수시켜 미행정부에 불만을 안겨줬었다.

워싱턴과 친분관계가 없는 이국땅에서도 미국 선거결과는 관심을 끌었다.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의 한 시민은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전혀 다른 나라였던 미국에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멀리서 지켜봤던 수많은 세계인들이 있었기에 이번 선거는 미국만의 일이 아니었다.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든 관심을 끌었던 것이었다. 오바마가 유색인종이라는 것 때문에 그의 승리가 더 값진 것이라고 하는 평가 역심 공감을 얻고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특히 케냐에선 오바마의 당선이 정말 큰 기쁨으로 넘쳐났다. 음와이 키바키 케냐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당신의 승리는 지구촌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것 뿐 아니라 우리 케냐인 모두에게 정말 공명으로 울려나고 있다”고 피력했다. 케냐는 오바마의 아버지 조국이다.

"한국과 러시아만 비판적 시각과 도전"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견해를 드러낸 국가의 정치인들도 있었다. 한국의 정치권은 부시와 맺었던 자유무역협정이 어떻게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오바마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기도 했다.

모스크바의 반응도 또 달랐다. 정치평론가 미하일 델리아킨은 오바마와 고르바초프를 비교하며, “고르바초프는 소련을 붕괴시킨 것 때문에 러시아에서 가끔 비난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비관 보단 희망이 압도했다. 각국 언론도 희망 섞인 논의의 글을 쏟아냈다. 영국의 타임스와 가디언은 사설에서 “오바마의 승리는 대단하며 오늘 세계는 변화의 기운으로 가득하다”며 “미국인들은 어제 변화를 선택했다”고 환호했다.

하지만 오바마가 진정으로 전임 대통령의 호전적 미국 정책을 바꿀 수 있을지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자이퉁(FAZ)은 사설에서 “오바마가 취임하고 나면 우리는 유럽이 진짜 부시행정부와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미국과 갈등이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 평화를 사랑하는 최방식 기자의 길거리통신. 광장에서 쏘는 현장 보도. 그리고 가슴 따뜻한 시선과 글... <인터넷저널> (www.injournal.net) 편집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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