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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에 안주한 청와대, 오마바 정권 출범에 뭘 준비했나?
DJ시절 부시집권 준비 못해 받은 고통 반면교사 삼아야
 
이재기   기사입력  2008/11/07 [08:51]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오래 전부터 예상됐지만 우리 정부가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대응에 치중하는 한편으로 부시 정권 중심의 대미관계에 안주해 미국 정권교체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줄곧 상대 후보를 리드해온 오바마 후보는 매케인을 누르고 큰 표차로 당선된 만큼 이번 미국 대선에서 이변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이변이라면 오히려 백인중심사회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 이변일 것이다.
 
또 한 가지 미국의 오마바 정권은 성장보다는 분배를, 부유층보다는 중산층에 정책과 국가통치의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중도좌파' 정권이다. 오바마로의 정권 교체는 이미 예견돼 왔던 만큼 우리 정부로서도 그에 맞춰 대비책을 마련해 왔을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 부시에 기댄 MB정부, 오바마 채널 찾기 '뒷북'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관계자는 6일 "미국 (민주당)대선후보 경선 이후 정권교체에 대한 준비를 긴밀히 해왔다"며 "앞으로 올해와 내년의 한미 간 쟁점이 된 FTA 등 현안과 한미동맹의 구체화 방향 등 구체적 컨텐츠를 가지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초 출범할 오바마 정권과의 인맥을 확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우려가 없을 것 같다. 누구와 친한가 보다도 정책을 짜는데 있어서 핵심을 파악·공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떤 분야의 누구와 무엇을 긴밀히 준비해 왔는 지 내놓을 게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책을 중심으로 앞으로 논의해 나가겠다거나 누구와 친한가 보다는 정책을 공유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발언은 정권교체에 대비한 구체적 대비책이 아쉬운 지금 공허하게 들린다. 듣기에 따라서는 앞으로 준비해 나가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워싱턴 G20 정상회의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한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회의 참석에 앞서 오바마 당선자의 외교안보분야 참모들이자 미국 민주당 정권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수전 라이스와 제프리 베이더, 이보 달든 등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고 6일 발표했다.
 
청와대가 오바마 당선자 또는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와 이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 중인지 여부는 알기 어렵지만 대통령 신분으로서 오바마의 참모에 불과한 사람들과 만나, 더구나 보고를 받는 형식도 아니고 간담회를 갖기로 한 대목은 의전상으로도 적절치 않고 격이 너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늘 실용을 강조하는 스타일이지만, 오마바 행정부 입각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사람들을 오바마와 가깝다는 이유 만으로 만나는 것은 조급함에 나온 '저자세 외교'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오바마 정권과의 인맥이 부족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차라리 이 대통령의 고위급 참모들이 그들을 만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 정치·경제 등 '대미 전략 관계' 대폭 수정 불가피
 
미국의 정권이 부시에서 오마바 또는 매케인으로 바뀔 것이라는 것은 이명박 정권 출범 전부터 예견된 일인데도 한미동맹 강화라는 명분에 집착해 부시 정권에 몰입하는 바람에 차기 정권 측과의 인적 네크웍을 형성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창용 금감위 부위원장이 미국 재무장관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는 로렌스 서머스의 수제자이므로 경제가 걱정없다"는 식의 청와대의 대응은 오마바 인맥에 대한 체계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해주고 있다. 서머스는 루빈 전 재무장관의 사람으로서 김대중 전 정부 인사들과 가까웠으면 가까웠지 MB 정부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다.
 
정책 대응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 오바마는 대선기간 중 여러차례에 걸쳐 한미FTA를 두고 문제있는 FTA라고 언급하며 재협상 가능성을 내비쳐 왔지만 우리 정부는 오바마의 이같은 발언을 선거과정의 단순한 '레토릭'(rhetoric 수사) 수준으로 규정하면서 미국의 이익에만 집착해 무리하게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자국 이익이 가장 우선시되는 외교에서, 또 미국 자동차업계와 노동자들의 이해를 저버릴 수 없는 오바마 입장을 우리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것은 금물인데도 청와대는 벌써부터 재협상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해버려 오바마 정권의 반감을 살 수 있게 했다.
 
외화 유동성 문제로 곤욕을 치른 우리 정부로서는 새로 들어설 미국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당장 내년 4월이면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의 연장여부를 놓고 미국 정부 당국자들과 머리를 맞대야 할 판국인데 우리 정부가 이런저런 고려없이 일방주의로 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에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뒀지만 오바마 정권에서는 한미동맹을 바라보는 입장이 근본적으로 다를뿐 아니라 미국의 세계전략과 외교 기조도 바뀔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보수 MB'와 '진보 오바마' 시각차 대응 시급
 
부시정권이 세계 유일의 '슈퍼 파워'로 힘에 기초한 '일방주의 외교'를 펴 왔다면, 오마바 정권은 세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자주의'를 강조하면서 이른바 '문제 국가'들과도 대화에 나설 것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21세기 도전에 맞서기 위한 한미간 공동비전 개발'과 '북한과 이란 등의 지도자들과 직접대화를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기존의 한미동맹 개념의 틀을 깰 가능성이 있고, 이명박 정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북미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밀월관계를 지속해오던 부시 정권과 이명박 정부의 관계가 오바마 치세에도 계속 지속될 지 불투명하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북한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테러지원국을 해제한 마당에 우리 정부에 일일이 협의하거나 통보하지 않고 곧바로 북측과 직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8년만에 보수에서 진보로 정권이 이동했고 구체적인 정책의 방향도 대부분 드러나 있는 만큼 정부가 보다 정교하고 철저한 대미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지난 2000년 말과 2001년 초 김대중 정권이 미 민주당에서 공화당의 부시로 정권이 교체됐을 때 제때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점은 이명박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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