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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의 '혼혈아' 고백, 왜 충격인가?
이유진의 개인사를 통해 본 주한미군, 호주제 문제
 
김주영   기사입력  2003/05/31 [00:23]
▲ 사진출처: SBS 여고시절 홈페이지

그 동안 큰 키와 서구적 생김새로 인해 '혼혈이 아니냐'라는 소문이 있었던 탤런트 이유진씨가 자신이 혼혈아임을 밝혔다. 지난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버지는 스페인계 주한미군으로서 1976년 어머니와 결혼해 77년 나를 낳은 뒤 80년 미국으로 건너가 1년만에 어머니와 이혼했다”라 말했다. 그 동안 혼혈아임을 감춘 데 대해서는 “혼혈아라는 인식이 박히면 활동하는 데 불편할테니 일단 처음에만 사실을 숨기자는 뜻으로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씨는 “이젠 마음이 홀가분해졌지만 사람들이 나를 ‘튀기’라고 부를까 두렵다”며 “지금까지 한순간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잃은 적이 없는 나를 사람들이 단일민족이란 이름으로 비하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자신의 고백이 쉽지 않았음을 말한다.

이유진의 혼혈아 고백을 '충격'으로 받아드리는 속내에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가 다른 민족에 의해 지속적인 침입을 당해왔던 역사속에서 만들어진,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다른 민족을 배타적으로 치부하려는 민족우월주의 때문일 것이다. 외국에서는 혼혈아가 오히려 자랑으로 여겨진다. 세계적인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의 경우 중국인+흑인+인디언+아시아인을 합쳤다며 자신이 이 핏줄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 한 것이 그 예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혼혈아는 자랑이 아닌 숨기고 싶은 어두운 과거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손가락질을 받는 현실이다. 이는 약소국의 역사도 한배경이 되고 있지만, 현대에 들어와서 본격적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주한미군에 의한 혼혈아 탄생이란 어두운 배경에서도 기인한다.

비극적 탄생의 씨앗 - 주한미군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혼혈아의 정확한 수치는 지금까지 정부차원의 실태조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외된 아동을 위한 대표적인 비정부기구(NGO)인 '펄벅 인터내셔널'에 의해 조사된 수치가 유일하다. 이 재단에 등록된 혼혈아는 총 250명이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혼혈아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이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1945년 주한미군의 주둔이래 혼혈의 역사는 지금까지 반세기를 넘게 지속되고 있다. 기지촌이 있는 파주에서는 민간인 여성에 대한 강간 사건은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였고, 자동차가 많지 않았던 60, 70년대에 가는 곳까지 태워주겠다는 미군 차량을 호의로 생각하고 탔다가 일어난 강간 사건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렇게 태어난 혼혈아가 지금 현재 파주에 120여 명이 살고 있고 한다. 이씨의 경우에도 주한미군인 아버지가 이씨의 어머니를 잠시 여행용으로 이용하다가 버리고 간 꼴인 것이다. 미군이 남긴 상처, 그 흔적은 이처럼 이씨에게도 그리고 다른 수많은 혼혈아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유진씨의 비극을 더한 호주제
이유진씨의 이야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현재 외할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른바 홍길동처럼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아버지라 불러야'하는 현대판 서얼이 된 것이다.  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이유진 씨는 "가족관련 조사서를 낼 때마다 마음 아파했어야 했다"고 한다. 이는 호주제도가 그 뿌리에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태어나면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고 아버지의 호적에 올리도록 돼 있는 것이 문제시되는 것이다. 만약 어머니만으로도 가족을 이뤄지고 어머니성을 따라야 했다면 그리고 그런 제도가 우리나라에 정착되어 있었다면 이씨의 슬픔을 덜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강하게 버티고 있는 호주제도로 인해 외할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야 하고, 어머니는 언니로 불러야 하는 비극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혼한 가정의 경우 원칙적으로 자녀가 아버지의 호적에 올라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실생활에서 어머니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아 엄청난 불편과 고통을 받게 된다. 재혼의 경우 자녀를 새 남편의 호적에 올릴 수 있지만, 자녀의 성과 본이 새 아버지의 것과 다르면 학교생활 등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 있다.

이주노동자들과 결혼하면 천민이 된다?
혼혈아는 단순히 미군에 의해서만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고 이들과 결혼하는 한국인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다른 형태의 혼혈아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혼인·이혼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이 지난 한 해 필리핀·베트남·태국 등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권 출신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는 총 2798건에 달한다. 우리나라에 취업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가 갈수록 늘면서 외국인과 결혼하는 가정 또한 늘고 있는 것이다. 10년만 지나면 이들 가정에서 태어나는 혼혈아의 수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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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대자보 자료사진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있고, 이들과 결혼하는 경우 가족들의 반대로 인해 이혼의 비율이 높고, 혼혈아에 대한 편견으로 이들을 입양시키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들의 2세 또한 차별 받는 것이다. 이들에게 가장 힘겨운 것은 가난보다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여자는 마치 이 사회에서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이 문제인 것이다.

혼혈아는 극빈층
이유진씨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이다. 이런 여성에게도 혼혈은 숨기고픈 사실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사회의 하층에 있는 혼혈아들의 경우는 최소한의 생계유지마저 어려울 정도로 극빈 상태에 있다. 펄벅 재단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혼혈인 들의 43.3%가 단순 노동직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사무직에 있는 혼혈인은 단지 1.6%에 불과했고 미취업자들도 13.2% 에 달했다. 이렇듯 국내 거주 혼혈인 들의 2/3 정도가 실업상태에 있거나 비정기적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보니 주거환경도 열악할 수밖에 없어 67%가 사글세방에서 생활하고 있다.

혼혈아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은 교육문제에 있다. 가정형편이 어렵고, 교육수준이 낮은 편 부모 가정에서 성장하는 혼혈 아동들은 공부할 시기를 놓쳐 뒤늦게 학교에 가거나 호적이 없어서 아예 취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중졸이하의 학력을 가진 혼혈인 들이 62.5%에 이르는 것은 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남다른 외모로 소외를 당하는 등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편견, 무지, 빈곤의 악순환으로 정상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제대로 된 직장을 얻지 못해 또다시 가난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양함을 수용할 수 있는 오픈마인드로
잘못된 가치관은 혼혈아들에게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채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사회의 부적응은 그들을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하면서 다음 세대로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정서적 문제점을 또다시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혼혈아들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하나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서 이방인이 아닌 한국인의 모습으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세계화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에 대한 그리고 혼혈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진정한 세계화는 이뤄질 수 없다. 단순한 혼혈의 문제가 아닌, 혼혈과 연결되어있는 주한미군문제나 호주제도문제, 그리고 이주노동자문제의 해결 없이는 말뿐인 세계화로 그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인식 그리고 우리사람, 내 사람,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만을 중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정, 선입견의 변화가 절실하다.

이런 시점에서 이유진씨의 고백은 용기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 또 다른 이유진씨가 나왔을 때 자신이 당당하게 혼혈아임을 밝힐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혼혈아 고백을 단순한 연예계의 사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에 산재해있는 과제를 청산할 수 있는 그런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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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05/31 [00: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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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시 2006/08/23 [21:15] 수정 | 삭제
  • 과거에 한족,몽골족,일본인 등이 얼마나 많이 섞였는데...
  • ㅎㅎㄹ 2005/10/04 [21:29] 수정 | 삭제
  • 하루빨리인종의쓰레기튀기는없어져야한다
  • ㅋㅋㅋ 2004/12/23 [14:38] 수정 | 삭제
  • 양순한 아가씨가 경찰은 뚜드려 팰 수 있는 모양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