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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부시, 미국판 '켈리사건’ 터져
부시 거짓말 폭로한 관리 매장위해 기밀누설, 재선먹구름
 
안찬수   기사입력  2003/10/01 [02:10]

부시 정권이 한층 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조지부시 미국대통령     ©로이터통신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의 고위 관리가 기자들에게, 조셉 윌슨 전 가봉주재 미국 대사의 부인이 중앙정보국(CIA)의 공작원이라는 기밀 정보를 누설했다는 의혹이 워싱턴의 정가에 급부상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윌슨은 이라크가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인물로 부시의 ‘거짓말’을 폭로한 인물. 

CIA의 요청을 받은 법무부가 수사에 착수했으며, 민주당 측에서는 법무장관에게 특별검사의 임명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신원보호법’에 의하면, 정보기관의 비밀공작원에 대한 정보 누설은 최고 금고 10년, 벌금 5만 달러를 선고할 수 있는 중죄다. 

이 사건의 표면적인 주인공은 조셉 윌슨(Joseph Wilson) 전 가봉주재 대사. 윌슨은 지난해 2월  니제르에 파견돼 조사활동을 펼쳤다. 조사 내용은 사담 후세인이 니제르에서 우라늄을 구입하여 핵개발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는 의혹이었다. 조사 결과 윌슨은 이런 의혹은 근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윌슨의 이런 조사 결과는 니제르에서 조사활동을 펼친 바 있는 4성장군 칼튼 풀포드(Carlton Fulford)의 견해와 일치하는 것이었다. 풀포드는 니제르 문제는 '결말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올 1월에 있은 국정연설에서 이후 거듭해서 논란이 된 16개의 영어 단어 즉 “영국 정부는 사담 후세인이 최근 아프리카에서 우라늄을 다량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The British government has learned that Saddam Hussein recently sought significant quantities of uranium from Africa.")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문제는 7월에 불거졌다. 윌슨이 <뉴욕 타임즈>의 칼럼을 통해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조지 부시의 ‘16개 단어’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게 됐던 것이다.

윌슨의 글이 발표된 며칠 뒤인 7월 14일, 보수적인 칼럼니스트인 로버트 노박(Robert Novak)이 윌슨의 부인 '발레리 플레임(Valerie Plame)'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2명의 고위 관리’가 말했다고 자신의 칼럼에서 썼다.

▲<워싱턴포스트>의 9월 28일자 기사 ‘조사의 초점이 된 부시 정권--CIA의 신분이 언론에 누출되었다’     ©워싱턴포스트홈페이지
노박이 무심히 쓴 듯이 보이는 이 문장이 논란의 불씨가 되었다. 윌슨의 부인이 CIA의 공작원이라는 기밀을 누가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알려주었는가 하는 논란이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잠복해 있던 이 논란은 지난 28일자 <워싱턴포스트>의 ‘조사의 초점이 된 부시 정권--CIA의 신분이 언론에 누출되었다’는 기사로 말미암아 '폭발'하고 만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기사에서 정부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노박의 칼럼이 발표되기 이전에 2명의 백악관 고위 관리가 적어도 6명의 위싱턴 기자들을 불러 윌슨 부인의 신분과 업무에 대해 흘려 주었다”고 적었다. 백악관이 의도적으로 부시의 국정연설이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폭로한 윌슨을 '매장'하기 위해 윌슨 부인의 신분을 언론에 노출했다는 것이다.

윌슨은 한 인터뷰를 통해, 다름 아니라 칼 로브(Karl Rove)가 자신의 부인이 CIA의 공작원이라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흘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제는 칼 로브가 실제적으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재선 전략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 중의 핵심 브레인이라는 점이다. 칼 로브가 바로 이 기밀 누설 사건을 둘러싼 논란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 출마한 인물을 비롯해서 민주당의 인사들은 기밀을 누설한 백악관 고위 관리가 누군인지를 밝힐 특별검사의 임명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백악관은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고 있지만,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판 켈리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지금 미국 정계를 뒤흔들어 놓고 있는, 이미 폭발한  ‘뇌관’이다.

[관련 기사 및 칼럼]
조셉 윌슨이 7월 6일에 발표한 글 ‘나는 아프리카에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로버트 노박의 7월 14일자 칼럼  ‘미션 투 니제르’
윌슨이 칼 로브를 지목한 9월 22일자 인터뷰
<워싱턴포스트>의 9월 28일자 기사 ‘조사의 초점이 된 부시 정권--CIA의 신분이 언론에 누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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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3/10/01 [02:1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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