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한국영화 푸대접, 극장 '괴물'이 돼가고 있다”
9일, 영화인 토론회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현황' 열려
 
안효원   기사입력  2007/05/10 [17:58]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서울지역에서 극장당 평균 10일 동안 상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상영(교차·부분상영 제외)의 경우 <천년학>은 평균 7.9일만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9일 정동 세실 레스토랑에서 열린 영화인 토론회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한국 영화산업의 현황’에서 최영재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국장이 발표한 자료로 4월 12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지역 387개 스크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영화인들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조성된 극장환경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컬처뉴스
 
일부 극장은 채 일주일도 <천년학>을 상영하지 않았다. 메가박스 신촌은 개봉일 당일(12일)만 일반상영을 했으며, 13일 2회, 14일부터 17일까지 단 1회씩만 상영했다. 브로드웨이 극장은 12일부터 15일까지만 일반상영했고, 16일부터 18일까지는 1회씩 <천년학>을 상영했다.
 
한국영화가 극장에서 ‘푸대접’을 받는 것은 비단 <천년학>의 사례만은 아니다. 10일(목) 개봉을 앞두고 있는 <경의선>을 연출한 박흥식 감독은 “개봉이 내일 모레인데 아직 극장에서 예매 오픈을 하지 않아 매표는커녕 시간표도 확인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최영재 사무국장은 이와 같은 현상을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제도 준수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면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쏠림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단기간의 흥행성적을 기준으로 교차․부분상영, 상영관 교체, 조기 종영 등의 왜곡된 상영형태가 심화되고 있다”며,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문제들을 지적했다.
 
개봉 영화 편수도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 전망이다. 장동찬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사무처장은 “현재 개봉 준비를 하고 있는 영화가 30편, 촬영 중인 영화가 20편, 투자단계의 영화가 10편으로 60여 편이 개봉될 예정이지만, 이 조차도 확실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개봉 준비를 하고 있는 30편의 영화는 대부분 작년에 제작을 시작한 영화로 2007년 제작·투자를 시작한 영화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스크린쿼터 축소 이후 위축된 투자심리를 그대로 반영한다. 또 정윤철 한국영화감독조합 공동대표는 “현재 충무로에서는 마케팅비조차 뽑아내지 못하는 한국영화의 개봉을 꺼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스탭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이다.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스탭들은 언제나 고용불안, 열악한 근로환경 등 지속적인 위기를 느꼈으나 지금은 영화산업 붕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국영화계를 “밥상은 있는데 반찬이 없다”고 표현했다.
  
▲박흥식(마이크), 정윤철(오른쪽) 감독     © 컬처뉴스
토론회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한국영화 위기의 해결책으로 크게 두가지를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하나는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영화가 일정 기간 온전히 상영될 수 있는 극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스크린쿼터와 관련해서는 영화인들은 한미FTA 국회 비준 반대와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 비준을 위해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영화인들은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조성된 극장환경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최영재 사무국장은 “지금과 같은 극장 운영이 지속된다면 1년에 한국에서 제작되는 전체영화의 제작비보다도 많은 제작비를 투여한 <스파이더맨3>(3억달러, 2790억원) 등의 헐리우드 영화에 모든 극장을 내어주게 될 판”이라고 했다. 또 정윤철 공동대표는 “현재 한국영화의 권력자는 극장 프로그램팀으로, 단기간에 극대화된 수익창출만을 위해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영화가 온전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2주 정도는 정상적으로 상영해야한다”고 했다.
 
이에 김유평 영화인대책위 언론대책위원장(무사이필름 제작이사)는 “이제 극장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크린쿼터는 극장의 문제이고, 지금 한국영화계가 맞닥들이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왜곡된 유통구조로 영화인들이 머리를 맞대 모든 영화가 공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영화인들은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골자로한 천영세 의원실의 영화법개정안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진욱 위원장은 “문제가 있으면 왜곡된 구조를 철저히 분석해 해결해야 한다”며, “영화노조는 스크린 독과점 방지를 위한 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또 양기환 영화인대책위 상임집행위원장 직무대행도 천영세의원실의 영화법개정안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극장과의 싸움’. CJ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프리머스 등 대부분의 멀티플렉스가 투자․배급을 겸하면서 ‘산업의 핵심’이 된 가운데, 이들과 싸움을 벌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많은 영화인들이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면, 분명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논의가 너무 늦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 본 기사는 민예총 컬처뉴스 (www.culturenews.net) 에서 제공했으며, 본문의 제목은 원제와 조금 다르게 편집했음을 알려드립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05/10 [17:5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