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IT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현대차협상 타결, 노조경영참여 열려
조선일보 '현대차 주가급락' 등으로 협상왜곡 급급
 
홍성관   기사입력  2003/08/06 [16:03]

현대자동차 노사가 6일 오전, 노조의 경영참여 일부보장, 임금 삭감없는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 등의 사안에 합의함으로써 42일간 진행된 노조의 파업이 끝을 맺었다.

주요 합의된 내용을 보면, 임금과 관련해서는 기본급 98,000원 인상, 성과급 200%지급, 격려금 100%+100만원 지급하기로 결정되었고, 노동시간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부터 주 40시간 근무제를 실시하되, 그 이전에 국회에 계류중인 근로기준법이 통과하면 이를 즉시 시행하기로 했다.

또 조합원 교육시간을 종전 6시간에서 8시간으로 확대하는 등 조합활동의 보장도 강화됐으며, 투명경영을 위해 이사회 개최와 의결사항을 조합에 통보하기로 하고, 노조의 요청시 설명회를 개최토록 했다. 신기술 도입 및 공장이전, 기업양수, 양도 등에 대해서 노사공동위원회 구성 후 심의, 의결하기로 했으며, 신차종 개발의 경우 모델 승인 즉시 조합에 통보, 생산차종과 공장 이전 등은 90일 이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해외 현지 공장 설립 및 합작과 관련하여 재직중인 정규인력을 58세까지 정년보장키고 하였으며, 노조와 공동 결정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리해고, 희망퇴직 실시를 금지토록 하였다. 또 수요부족과 판매부진을 이유로 국내 생산공장을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의결 없이 축소 및 폐지할 수 없도록 하였으며,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에는 해외공장 우선 폐쇄를 명문화하기로 하는 등 해외투자에 대한 노조의 경영참여가 일부 수용됐다.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과 관련해서도 73,000원의 기본급 인상과 200% 성과급, 100%+50만원의 격려금 등이 합의됐다.
 
이번 현대자동차의 노사간 협상타결은 우리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주5일근무제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현대자동차가 먼저 실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협상중인 다른 사업장의 노조에 힘을 실어주게 됐고, 오랫동안 끌어오던 주5일제 논란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임금보전, 중소영세 사업장도 동일시기 실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단일안을 내놓으면서 이 논의가 급물살을 탈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상당부문 개선되었는데, 이는 특히 다른 대기업의 하청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의 향후 투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타결이 갖는 큰 의미는 그간 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던 노조의 경영참여가 일부 보장되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앞으로 회사의 해외투자 및 고용부분, 신기술 도입 부분 등에 대해 사측과 함께 심의 의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된다. 이는 다른 기업들에도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또 노조의 경영참여 등의 사안은 정부가 추진하고자 모델로 삼았던 '네덜란드식 경제모델'과도 연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도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노조의 노동운동 방향에도 새로운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번 파업에 대한 국민 전반에 걸친 부정적 여론은 비록 수구언론의 여론몰이가 지대한 몫을 했다고는 하지만, 국민들의 지지없이는 힘있는 노동운동의 전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노조가 적극적으로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은 분명하다.

한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로 채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재계는 이번 타결로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으며, 전경련도 공식논평을 통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우려스러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하면서 "경영침해적인 이번 합의가 현대자동차 기업자체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타기업과 외국인 투자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지금의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간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을 선두에서 비판했던 조선일보는 이번 협상타결을 "현대車 '노조 경영참여' 수용 파장"이라는 제목으로, 노조의 경영권 참여요구를 수용했다는 비판이 주가 된 기사를 인터넷 조선닷컴(6일 오후 4시 현재)에 실었다. 그러면서 이번 타결을 폄하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사합의 현대車 주가 급락"이라는 표제의 기사를 "'노조 경영 참여' 등 합의 내용 부정적 영향"이라는 소제와 함께 큼지막하게 경제면 탑으로 같은 사이트에 싣고 있다. 이는 파업 및 협상 과정에서 노조를 비난한데 이어, 타결에 대한 의미를 희석시키고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보겠다는 자구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현대자동차 노사의 협상이 갖는 의미는 결코 축소될 수 없으며, 협상의 효과는 재계의 입장과 달리 다른 사업장에도 지대하게 파급될 것이다.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으며, 주 5일제 근무나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의 주장들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회사측이 생산차질을 이유로 이만큼까지 양보했다는 것은 협상 타결의 내용이 회사에 타격을 줄만한 정도가 못된다는 반증인 셈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재계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것이겠지만, 이제 그간 재계가 노조의 파업에 대해 주로 반박하던, 임금인상이 회사의 재정을 압박한다고 주장하던 논리는 더 이상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앞으로 현대자동차 노사 협상 타결의 의미를 축소, 왜곡시키려는 수구 언론, 재계 등에 맞서, 이번 협상 타결을 새로운 노사제도, 문화의 형성으로 확산시켜가려는 진보, 개혁 세력들의 행보도 바빠질 전망이다. / 경제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3/08/06 [16:0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