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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이나 이혼하신 분, 반지 파세요!"
'돌아온 싱글'들이 내 놓는 반지 전문 경매 사이트 화제
 
이승은   기사입력  2007/02/22 [09:39]
촛불이 켜진 멋진 레스토랑, 무릎을 꿇은 남자, 그리고 영롱한 빛의 다이아몬드 반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를 터뜨리게 하는 이런 로맨틱한 프로포즈 장면이 삐걱대는 결혼생활로 파경에 이른 커플들에게는 오로지 ‘본전 생각’만 나게 하는 씁쓸한 기억일 뿐이다.

미국인들에게 ‘약혼 반지(engagement ring)’는 큰 의미가 있다. 간혹 다이아몬드가 박혀있기도 한 약혼 반지들은 그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운명의 여인'을 만난 남성들이 주저없이 구입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순간의 사랑은 영원을 보장하지 못하고, '목숨걸고' 사랑했던 여인이 떠난 자리에는 엄청난 위자료 청구서와 약혼 반지만 덜렁 남게 된다. 이 반지를 고이 모셨다가 다음 부인에게 줄 수도 없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팔아버리는 것. 사랑은 영원하지 않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동산 중개인 조슈아 오퍼맨(Joshua Opperman, 29) 역시 이런 과정을 겪은 이혼남이다. 이혼 후, 전 부인이 빼 놓고 나간 반지를 보석상에 되팔려던 오퍼맨은 억울함에 치를 떨었다고 한다. 거금을 주고 구입했던 약혼 반지를 되파는 데에 원가의 32% 정도 밖에 챙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여기에 착안한 오퍼맨은 작년, 특이한 온라인 보석 경매 사이트를 하나 열게 됐다. “아이 두 나우 아이 돈트(I Do ... Now I Don't)”라는 이름의 이 사이트는 오퍼맨처럼 약혼 반지를 되팔 때 억울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반지 직거래 장터’ 역할을 하고 있다.

▲ 조슈아 오퍼맨이 개설한 '아이 두 나우 아이 돈트' 사이트에서 경매 중인 반지.   ©OnlineBee
경매는 판매자가 반지의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사이트에 함께 올리면서 시작된다. 낙찰 받은 사람은 온라인 결제 수단인 ‘페이팔(Paypal)’을 통해 반지 값을 치른다. 구매자로부터 입금이 확인되면, 반지 주인은 물건을 뉴욕에 위치한 사이트 본사로 보내고, ‘아이 두…’ 측 보석 전문가는 곧바로 감정에 들어간다. 배달된 물건이 사이트에 올려진 설명과 동일한 '진품'으로 확인되면, 반지는 낙찰자에게 보내진다. 이를 통해 사이트 측이 챙기는 수수료는 경매가의 5%. 하지만 감정결과 반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될 경우, 반지는 다시 원래 주인에게 돌려보내지고 입금된 돈은 환불 조치된다.

150 달러짜리 진주 반지부터 무려 18,000 달러에 이르는 3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백금 반지까지, 경매에 나온 보석들은 가격과 질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반지의 가격은 대개 판매자가 제시한 가격의 50-60% 정도에서 결정된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레이첼 레이 쇼(Racheal Ray Show)CNN 등 각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한 오퍼맨은 “아직까지 큰 매출을 올리고 있지는 못하지만, 조만간 본업인 부동산 중개를 그만둬도 좋을 만큼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이트 유저들이 '제 값도 받고 아픈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는 일거양득의 기회'라며 '좋은 웹사이트를 열어 줘 고맙다'는 ‘격려’를 보내 올 때 뿌듯함을 느낀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오퍼맨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이혼한 사람들의 반지’라는 이유로 꺼림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싼 값에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더 의미를 두는 듯하다고 한다. 그의 말처럼, 누군가의 ‘파경’은 다른 사람에게 ‘횡재’가 될 수도 있나 보다.


[관련링크]

1. 아이 두 나우 아이 돈트
www.idonowidont.com 

2. ‘페이팔(Paypal)’
www.paypal.com

3. 레이첼 레이 쇼
www.rachaelrayshow.com/?q=videos/breakups

4. CNN보도 http://www.cnn.com/2007/TECH/internet/02/14/heartbreak.diamonds/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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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2/22 [09: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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