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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유력 일간지, "영국 노동자 '단순•무식'해"
'리얼리티 TV쇼' <빅 브라더> 인종차별 논란 두고 영국 노동계층 폄하
 
권순정   기사입력  2007/02/02 [21:06]

상대적 약자가 '내가 제일이다'라고 외치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강자의 우월주의는 지탄 받아 마땅한 것이되, 약자의 외침은 '생존의 문제'라며 동정표를 던져도 좋은 것일까.

인도 최대의 도시 뭄바이(Mumbai)의 영자 일간지
디엔에이(DNA: Daily News and Analysis)는 영국 TV쇼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Celebrity Big Brother)>에서 곤욕을 치룬 쉴파 셰티(Shilpa Shetty)를
‘인도의 쓸 만한 중산층의 대표’로, 반대로 곤욕을 준 제이드 구디(Jade Goody)는 ‘영국의 쓸모없는 노동자 계층의 대표’로 대비시켜, '인도의 중산층이 세계로 나아가 승리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러한 내용은 디엔에이의 칼럼리스트 말라비카 상비(Malavika Sangghvi)가 지난 30일 올린 칼럼
<쉴파 그리고 위대한 인도 중산층(Shilpa And the Great Indian Middle-class)>에 실렸다. 이 칼럼에서 상비는 "(빅 브라더 논란의) 전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이끌어 낼 수 있는 한가지 중요하고도 확실한 결론
”에 대해 운을 뗐다. 

▲ 인도의 유력 영자지 인터넷판에 실린 상비의 칼럼.     ©OnlineBee
상비는 "오늘날의 영국에서 힘있는 계층은 노동자 층"이라면서, "(쉴파를 욕보였던) 제이드 구디(Jade Goody)는 '노동자 계층의 아이콘'"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상비는 "우리가 목격한 것처럼, 영국의 노동계층은 편협하고, 지엽적이며, 교육을 받지 못했고, 단순하다"고 묘사한다. 

반대로 쉴파는 '인도 중산층의 아이콘'인데, 이 중산층은 "인도에서 가장 중요한 계층이며, 이들은 명석하고, 지적이며, 교육을 잘 받았고, 고귀하고, 매우 정교하다"고 표현한다. 이 고귀한 인도의 중산층은 '세상을 꿰뚫어 왔는데, 이들은 결국 세상을 정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관점에서 인도의 중산층은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영원한 즐거움이다... 결과적으로 세계의 다른 어떤 중산층보다 더 잘 고용된다"라고 인도의 중산층을 추겨 세운다. 

빅 브라더 프로그램 하나로 영국의 대중 전체를 비하하고, 반대로 인도의 한 계층을 추켜세움으로써 상비가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위대한 인도 중산층'은 빅 브라더의 오욕에 상관말고 세계로 뻗어 나가 승리하라"는 문구다. 

지난 1월 중순에 방영된 빅 브라더에서 기존 참가자들, 특히 제이드 구디가 새로 온 인도 발리우드의 A급 영화배우 쉴파 셰티의 이름, 식습관 등을 놓고 조롱한 '집단 괴롭힘'은 인도와 영국 간 외교적 문제로 번지기도 했었다. 

이 방송은 영국의 TV 역사상 가장 많은 비난의 글을 받았다는 기록을 세웠고, 영국 네티즌들은 집단 괴롭힘과 인종 차별주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인종차별주의 반대'를 재차 확인하게 했다.  

한편 CNN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인들은 길거리에서 프로그램 제작자의 인형을 불태우는 등 과격한 시위를 벌였고, 영국 법원에 제이드 구디의 인종차별 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정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었다.  

CNN은 또 쉴파 셰티가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 경쟁에서 결국 승리했다는
기사를 보내며, 셰티가 영국의 인종 관계에 대한 논쟁의 불을 당겼다고 말한다. 

2005년에 창립된 DNA 신문은 인도의 젊은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데,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신문'이라고 한다. 이 신문은 다이니크 바스카 그룹(Dainik Bhaskar Group)과 지 그룹(
Zee Group)이 결합해 만들어 졌는데, 두 그룹 모두 인도에서 손꼽히는 언론 기업들이다. 전 세계적으로 배포되는 이 신문은 약 2억5천만 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난 민중을 달래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 시류에 편승하려는 것일까. 매체력을 자랑하는 언론이 '고작 TV쇼를 통해 영웅을 만들어 민족적, 계층적 자부심을 고취시키려 한다'는 인상을 주는 일은 오히려 인도인 스스로를 세계와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관련링크]

1. 말라비카 상그비(Malavika Sangghvi)의 칼럼 <쉴파 그리고 위대한 인도 중산층(Shilpa and the great Indian middle-class)> (DNA)
http://www.dnaindia.com/report.asp?NewsID=1077004 

2. 빅 브라더 쉴파 셰티 이슈에 대한 인도인의 반응 (CNN) http://www.cnn.com/2007/SHOWBIZ/TV/01/17/india.uk.bigbrother.reut/index.html

3. 쉴파 셰티가 셀러브리티 빅 브라더 경쟁에서 승리했다는 기사 (CNN)
http://www.cnn.com/2007/SHOWBIZ/TV/01/28/big.brother.ap/index.html  

4. DNA에 대한 소개 (위키피디아)
http://en.wikipedia.org/wiki/D_N_A_-_Daily_News_And_Analy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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