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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유기', 할리우드 차병원에 누리꾼 분노
건강보험 안되는 하반신마비 노숙자 스키드로우에 버려, 누리꾼 비난가열
 
권순정   기사입력  2007/02/14 [02:40]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사건이 미국 헐리우드서 발생해, 한미 양국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WFRV-TV
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지난 10일, 할리우드 프레스비테리언 메디컬 센터(Hollywood Presbyterian Medical Center)의 차량이 걷지 못하는 하반신 마비의 남성을 스키드로우에 버리고 갔다는 경찰의 말을 전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41세의 남성은 지저분한 병원복과 깨진 병원용 기구를 착용한 채 지난 목요일 로스앤젤레스의 노숙자 밀집 지역 스키드로우(Skid Row)의 도랑에서 뒹굴고 있는 채로 발견됐다.

이 남자가 병원차량에서 버려지는 것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차량에 쓰여 있는 전화번호와 사업자 등록번호를 적어 주었고, 경찰이 이를 추적한 결과, 할리우드 프레스비테리언 메디컬 센터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네티즌들을 경악하게 만든 것은 이 병원이 2005년 1월1일부터 국내의 유명 종합병원, 차병원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 

▲ 할리우드 차병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OnlineBee

사건을 조사 중인 LA경찰의 러스 롱(Russ Long)형사는 "노숙자를 버려도, 빈민구제시설이 전혀 없는 스키드로우의 최악 지역에 버렸다"며, “이 사건은 (자신이 본 사건 중) 가장 비인간적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목격자들은 차량의 여자 운전자에게 “휠체어와 신발은 어디 있나?”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운전자는 화장을 고치고 향수를 뿌린 뒤, 유유히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일명 ‘할리우드 차병원’의 대변인 댄 스프링어(Dan Springer)는 하반신 마비의 남자는 수요일 밤에 스키드로우의 빈민구제시설로 보내졌는데, 이 때 병원측과 계약을 맺은 회사가 맡아 그를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설이 꽉 차, 남자는 다시 병원으로 보내졌고, 하는 수 없이 응급실 로비에서 밤을 새우고 난 다음 날 다시 스키드로우로 갔다. 이 때 대변인은 “운전자에게 차량의 문을 열어주고, 그를 미드나이트 빈민구제시설(Midnight Mission)부근의 공원에 내려주고 오라고 교육했다”고 말했다. 즉, 병원은 해야 할 소임을 했고, 문제는 병원과 계약한 운송업체에서 발생했다는 것.  

SBS의 관련기사에
댓글을 단 네티즌 ‘email2u’은 ‘실수, 운송업체의 책임’이라는 변명은 말도 안 된다며, 이 병원의 ‘노숙자 버리기’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WFRV-TV에 따르면, 노숙자를 스키드로우에 버려 고소된 병원이 12개가 넘고 이 병원은 작년에도 같은 일로 고소되었었다고 한다.

또, 네티즌 ‘grandetenore’와 ‘xlcncrd’은 "(사건에 관여한 측은) 병원도 인간도 아니다"라며, 도리를 벗어난 병원의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 ‘puccini8,’ ‘email2u,’ ‘hcr2000,’ ‘meditate10’도 ‘한국에서 하던 방식대로 하다간 국가 망신시킨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빠지고 자본주의의 색채만 짙게 남은 한국 의료서비스를 비아냥거렸다. 

미국의 네티즌들도 어처구니없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관련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끌어다가 문단마다 끊어 의견을 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네티즌 ‘Robert P.’는 “우리가 직면한 악”이라고 사건을 규정했다. “병원복을 입고 길거리에서 기어 다니는 저 남자는 뭔가, 약을 먹고 병원에서 도망 나왔는가, 혹은 도망 나온 범죄인인가?”라고 반문하며, 병원 측이 한 사람을 너무나 비참하게 만들었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것이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그들이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기 때문에 스키드로우에 노숙자 ‘환자’를 버리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게 우리다.”라고 말한다. 

‘Robert P.’의 글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글쓴이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으나, 아이디 ‘Anglico’는 “노숙자는 그의 삶의 하루를 일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가 미쳐있건, 하반신이 마비되어 있건 상관할 필요가 없다… 그에게 건강보험계좌를 열도록 하라”며 ‘일하는 수고를 하지 않은 자 = 노숙자’의 등식을 내세우며, “(그러므로) 노숙자는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일하라”고 외쳤다.

 

돈과 인권의 줄다리기 속에 놓인 세상. 네티즌 ‘Anglico’의 외침처럼, 차라리 모든 이가 일할 수 있다면, 노숙자도, 그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사도 사라지지 않을까.

[관련링크] 

1. 차병원과 할리우드 프레스비테리언 메티컬 센터의 관계 
http://blog.empas.com/cyicyi/15130493  

2. “병원이 스키드로우에 하반신 불구자를 버렸다”는 기사 (WFRV-TV) http://wfrv.com/topstories/topstories_story_041105839.html  

3. 한국 네티즌의 의견 (엠파스) http://news.empas.com/show.tsp/cp_sv/20070211n06621/   

4. 미국 네티즌의 의견- Robert P. 의 블로그
http://www.perpwalk.net/the-evil-we-f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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