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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악필'이 연간 7천 명 죽인다"
의료사고 줄이는 '전자 처방전' 시스템 무료로 보급돼
 
유승기   기사입력  2007/01/18 [00:15]

모든 서류작성을 컴퓨터로 처리하는 요즘 시대에 글씨를 못 쓴다고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사의 악필은 환자의 죽음을 부를 수 있다. 미 국립과학의학연구소(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Institute of Medicine)는 2006년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간 7,000천 명이 넘는 환자가 의사의 악필로 인한 잘못된 약물처방으로 사망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웃지 못할 ‘의료사고’에 대처하기 위해 의료 및 기술업체들이 뭉쳤다. 미국의 ‘국립 전자진료기록 및 환자보호 연대‘(NEPSI: National e-prescribing Patient Safety Initiative)가 16일(현지시간) 의사의 처방전을 전자상으로 기록하는 기기를 개발해 미국 전역의 모든 의사들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타임 온라인 (Time Online) 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RX Now’라고 불리는 이 기기는 의사들이 치료약물의 종류와 수량을 전자상으로 일일이 선택하여 입력하고, 약물 상호간 유해가능성에 대해 검사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의 악필로 인한 의료사고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넵시(NEPSI) 측은 ‘eRX Now’가 웹(Web)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가 필요하지 않으며,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배우는데 ‘15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억 달러(약 935억 원)가 투자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델(Dell), 구글(Google), 애트나(Aetna) 등의 기업를 비롯, 여러 병원도 함께 참여했다. 델은 이 기기의 기능을 컴퓨터로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고, 구글은 의사들이 환자의 진료 데이터를 찾기 쉽도록 하기 위해 검색 엔진을 개발 중이며, 애트나와 같은 보험회사들은 ‘eRX Now’를 사용하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한편, 이미 컴퓨터를 이용하여 진료기록을 작성하는 의사들도 있지만, 그 수는 상당히 미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임 온라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의사 중 약 90%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만, 그들 중 10%도 안 되는 의사들만이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에 대해 네티즌 ‘Quick1’은 “일전에 병원에 간 적이 있었는데, 의사가 눈 앞에서 처방전을 컴퓨터로 기록하고 내가 선택한 약국으로 (그 처방전을) 보내는 것을 경험했다”며, ‘eRX Now’의 보급이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티즌 ‘Clamdip’는 “모든 처방전이 디지털화 되면, 마약에 빠진 십대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해킹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자진료시스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의료사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공방도 치열했는데, 네티즌 ‘Question_dj’는 “약제사가 의사의 글씨를 알아보지 못했을 때, 의사에게 직접 확인했다면 의료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사의 잘못이 아니라, 약제사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Thenixon’도 “약제사들이 의사가 전에 어떤 약을 처방했는지 기억하려 않는다”며, 약제사의 잘못을 꼬집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현직 약제사인 것으로 추정되는 네티즌 ‘Hillbillypharmacist’는 “환자가 많아서 정신이 없을 때 휘갈겨 쓴 처방전을 손에 쥐고 있다면, 의사에게 찾아가 확인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옳은 일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병원에서)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사나 약사의 잘못보다는 환자의 부주의가 문제라는 의견도 있었다. 네티즌 ‘morren’는 “의사가 처방해 준 약과 약국에서 받은 약을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환자의 잘못이 크다”고 말했고, 네티즌 ‘SchlingFo’도 “사람의 건강은 어떤 누군가(의사, 약사 등)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있는 수동적 형태의 것”이 아니라며, “어떤 약을 조제 받았는지 약사가 준 약은 무엇인지 환자가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티즌들의 의견에서 한가지 주목할 점은 정작 악필의 당사자인 의사에게는 의외로 관대하다는 것이다. 의사가 자신을 치료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의사에 비해 사회적 약자인 환자나 약사에게 잘못을 전가시키려는 기질 때문인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의사의 악필은 미국 사회에서 커다란 흠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련링크]

1. 의사 악필 관련 기사 관련 (타임 온라인)
http://www.time.com/time/health/article/0,8599,1578074,00.html


2. 네티즌 의견 (파크) http://forums.fark.com/cgi/fark/comments.pl?IDLink=254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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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7/01/18 [00: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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