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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피디가 본 '느낌표'
[쇼피디의 방통천하]
 
고찬수   기사입력  2006/12/07 [22:08]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은 그 시작부터 방송가의 주목을 받았다.

첫째 이유는 그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될 5명의 MC때문이였는데 이경규, 신동엽, 박경림, 유재석, 김용만 이 당대 최고의 개그맨 5명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었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스타들의 섭외가 그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가 된지 오래이며 시청자들의 눈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고정시키기 위한 PD들의 '스타모시기' 경쟁도 이제 상식이 되었다. 그런데 이 하나의 프로그램에 모든 PD들이 탐을 내는 최고의 개그맨 5명이 한꺼번에 나온다는 건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섭외는 아마도 이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영희 PD의 전(前) 프로그램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와 '21세기위원회'의 <칭찬합시다>의 큰 성공으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PD가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 5명의 최고 스타가 한 자리에 모이게 한 것이다.

같은 예능 PD의 입장에서 그런 위치에서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는 점이 많이 부럽기까지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이 프로그램이 공영성과 오락성을 한꺼번에 만족시키는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소재가 교양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와 같은 공영적인 내용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기존에 이와 같은 공영적 오락 프로그램들이 꽤 있었고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하나의 코너가 아니라 프로그램 전체를 공영적인 내용으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는 점, 그리고 이런 시도가 성공의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 방송관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런 기대는 김영희 PD의 프로그램 제작능력에 대한 기대와 5명의 최고 MC들에 대한 기대가 더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4개월 정도 방송된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나?

2002.2.22 조선일보

요즘 전국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보면, 하나같이 1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2위 「봉순이 언니」, 3위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순위마저 똑같습니다. 모두 「느낌표」라는 TV 프로에서 소개됐던 책들이지요. 방송매체의 가공할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케 합니다. 관(官)이나 민간단체에서 그토록 책을 읽자고 캠페인해도 꿈쩍 않던 독자들이 TV 오락프로에서 개그맨들이 책을 들고 나오자 움직이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조금은 씁쓸한 생각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느낌표」는 평소 책에 관심있는 독자층보다는, 책을 읽지 않던 사람들을 대거 독서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헌했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가 책을 팔아 올린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이웃 돕기에 쓰고, 또 그 일부를 독서진흥기금으로 적립키로 했다니, TV 프로 하나가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큰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느낌표」의 성공은 책이라고 하는, 일견 딱딱하고 재미없는 소재에서 엄숙주의의 거품을 거둬내, 독자들이 보다 가볍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준 데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람직한 독서운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만 남은 문제는 책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데 그치지 않고, 진정 책을 읽고 토론하고 사랑하는 문화로 성숙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책 읽기'프로냐' 책 나르기'게임이냐 (2002.01.14 조선일보)

오락PD와 개그맨들이 이젠 '문학 권력'까지 손에 쥐려 하나. MBC TV 오락 프로그램 '느낌표' 김영희·토요일 밤 9시45분)'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코너가 '공익성 제고'라는 기획의도에도 불구하고, 특정 소설 읽기를 강요하고 책을 개그 소재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달 이상 주말 황금시간대에 집중 홍보된 소설은 갑자기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시민들은 '책 읽기'가 아닌 '책 나르기' 게임에 동원된다.

위에 인용한 두 기사에서 보듯이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보는 사람의 눈에 따라 긍정과 부정이라는 극단적인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책을 읽자고 캠페인을 하는 코너에 대해 한 사람은 성공한 캠페인으로 표현했고 또 다른 사람은 '책 나르기'라는 표현과 함께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같은 작품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경우는 자주 있는 경우니까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자세히 들어다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것은 바로 위의 두 글 모두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을 오락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니라 공영적인 캠페인 프로그램이라는 기준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의 글은 '느낌표'의 코너가 책을 읽게 하는 캠페인으로 성공하여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고 있고 뒤의 글은 그 코너가 캠페인이 아니라 오락적인 기능만을 하고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오락 프로그램으로 분류가 되어 있고 PD도 오락 프로그램으로 공표를 하고 제작한 것인데 왜 평가자들 모두가 이 프로그램을 캠페인 프로그램으로만 받아들이고 평가를 했을까?

이는 현재 우리 사회가 방송에서의 오락 프로그램을 바라보는 시각과 무관하지 않은듯 보인다. 오락프로그램을 오락프로그램으로서 평가하지 않고 다른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주로 공영적이고 도덕적인 판단기준으로 많은 오락 프로그램들이 평가되고 그 존재가치에 대해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이 '느낌표'와 같은 공영적 오락 프로그램에도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락 프로그램은 그 다루는 소재가 음악, 코미디, 퀴즈, 토크, 이벤트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그 형식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이 크게 다르다. 이처럼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고 다양한 분석이 필요하다. 음악프로그램을 평가할 때 단순히 그 프로그램이 도덕적인가만을 가지고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 건전가요만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 아닌 것처럼 10대들의 노래만을 방송하는 음악 프로그램 모두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락프로그램은 오락프로그램에 맞는 기준과 철학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이는 앞으로 우리 방송에서 개척해야할 분야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오락프로그램의 비평이 오락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이루어져 왔고 이런 환경에서 오락프로그램들은 그 존재가치가 상당히 저평가 되어져 왔다.

'느낌표'를 오락프로그램이라는 틀안에서 바라보면 기존의 평가와는 다른 형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오락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청자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보면 '느낌표'를 평가하는 첫 번째 기준은 재미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5명의 최고 개그맨들을 동원해서 만든 프로그램인 만큼 이 부분에서는 점수를 후하게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청률에서도 10%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유지하며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평가기준으로는 오락프로그램에 공영적 소재를 제대로 결합하여 만들었는가 하는 제작능력에 대한 평가이다. 이 부분에서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이 나뉘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이 부분도 어느 정도 인정해줄 수준으로 성공적이라 평가한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들은 교양프로그램에서도 딱딱한 편인데 이를 오락적으로 다소 과장과 무리가 있지만 무난하게 소화한 점은 잘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 자세하게는 편집이나 음악, 자막의 사용도 오락적인 면을 잘 살려서 제작을 했고 감동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자막과 음악 그리고 편집을 자제하면서 시청자들의 감정을 유도 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제작면에서는 성공적이라고 생각되어진다.

▲www.showpd.pe.kr 쇼피디 고찬수     ©대자보
세 번째는 공영적 오락프로그램이 가지는 리얼리티라는 점에서의 평가인데 이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많은 문제를 나타냈다. 너구리 포획의 연출문제로 크게 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연출을 위해 리얼리티를 훼손한 점은 오락프로그램이 가지는 재미라는 점에 대한 부담때문에 생긴 것으로 이는 앞으로 이런 공영적 오락프로그램을 제작할 많은 피디들이 같이 고민을 해야할 문제인것 같다.

네 번째로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평가이다. 오락프로그램은 자신의 분야와 소재를 다양하게 넓혀 왔고  '느낌표'처럼 공영적인 소재도 이제 오락프로그램에서 다루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공영적 오락프로그램은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가지를 하나의 틀 속에 넣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식이 필요하고 이런 새로운 형식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공영적 소재에 대한 시청자들의 자연스러운 접근을 위해 최대한 오락적인 기법을 사용한 점은 새로운 시도로 이 프로그램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KBS 예능피디. 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미래콘텐츠><스마트TV혁명><쇼피디의 미래방송이야기> <인공지능 콘텐츠혁명> 저자.
KBS MCN 예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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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12/07 [22: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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