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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방인에게 입양을 청하는 아버지!
[김형효시인의 네팔기행] 신들의 곳, 어린이와의 약속은 중요하다
 
김형효   기사입력  2004/12/02 [15:33]
 6월 22일 아침 필리나의 아버지가 집에 찾아왔다. 말없이 인사를 받은 그는 엷은 미소를 띠었다. 수줍은 청년처럼 말이다. 그의 이름은 버럿트 구릉(33세)이라고 했다.
 
필리나에 대해 몇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거침없이 자신의 딸인 필리나가 한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한국에 부잣집에 입양이라도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을 이야기했다. 그것도 부정(父情)의 하나인 모양이다.

 
▲앞줄 필자 곁에 버럿트 구릉은 필리나의 아버지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양계장 앞에서 필자 뒤에 뻐원동굴, 푸른색 옷을입고 섰는 밀런의 친구 어밋트.     © 김형효
 
자신이 딸의 장래에 마땅한 뒷바라지를 못하게 될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어찌하여 저 순박한 젊은 아이의 아버지가 그 먼 나라의 이방인에게 첫만남에도 주저없이 입양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는가?
 
그 답답한 마음을 뒤로 하고 나는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촛불 시위와 김선일 씨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궁금하여 참을 수 없어 인터넷방을 찾았다.


 무나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터넷방에 들렀다. 그가 나를 알아보고 아는 체를 했다. 반갑게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편한 몸 때문에 과일쥬스를 먹고 싶은 데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에게는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는 것을 알기에 혼자 사 먹을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때 무나가 와서 구세주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무나에게 바로 앞 과일가게에서 생과일 쥬스를 사오도록 했다. 20루피 하는 쥬스 맛은 참 좋았다. 불편한 몸에 과일 쥬스는 정말 좋았다.

 

무나는 마침 인터넷방에 와 있는 동네 오빠에게 쥬스를 양보했다. 그리고 나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이메일 하나를 보는 데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모뎀을 사용하는 것도 원인이지만, 인터넷 싸이트 자체에 그림을 포함한 여러가지 효과음 등등의 용량이 큰 탓도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무나와 다시 쥬스를 한 잔 더 마셨다. 김선일 씨 소식은 마음을 답답하게 했다. 당장에라도 한국대사관을 향하고 싶었다. 그러나 불편한 몸은 마음만 답답하게 할 뿐이었다.

 

내가 대사관을 향하고 단식투쟁이라도 한다면 혹여 내가 머물고 있는 밀런네 집에 피해가 없을까 염려도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무나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항상 활기찬 여대생이다.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호감을 표시했다. 생기가 돌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한국에 사정은 마음을 답답하게만 했다. 나는 무나에게 지난번처럼 부스 노굿(BUSH, NO GOOD!)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와 뉴스를 본다. CNN도 보고 BBC도 보고 Arirang채널도 본다. 그러나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 나는 아픈 몸과 마음을 가누기 힘들 정도였다. 꿋꿋하게 인내하면서 뉴스를 보다가 그것도 답답해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오후 네시가 넘어서 잠에서 깨어났고 나는 그 길로 헤므라저 큰형님 댁을 찾았다. 내가 큰형님 댁을 가기 전에 항상 나의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 먼저였다.

▲어스미와 레비카가 다니는 유치원이다. 방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전 모습을 헤므라저 집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 김형효

 

어스미와 레비카 그리고 수산트, 서비나까지 하루 하루 나의 친구들은 익숙하게 내게 다가온다. 그들과 만나 너마스떼! 라고 인사를 나누고 나서 헤므라저 형님댁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케스와 설바나는 집에 있었다. 무나는 잠꾸러기다. 내가 한국에 Preety girl! sleeping girl! 이라는 말이 있다고 했더니, 그는 잠결에도 프리티 걸! 슬리핑 걸! 이라며 댓구하고는 다시 잠자리에 든다.

 

▲방과 시간에 맞춰 유치원 앞에 와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유치원생의 가족들의 모습은 날마다 볼 수 있다.     © 김형효

 

아바아스와 아까스는 현란한 코미디언이다. 그들은 다양한 포즈로 주위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침묵했다가 격렬한 몸짓으로 인사를 나누었다가 그도 모자라면 어리광을 부리며 주변을 휘어잡는다.

 

아바아스와 아까스는 설바나의 두 아들이다. 그들의 개구진 모습을 보면서 설바나는 남편의 빈자리에 위안을 삼을 것이다. 그렇게 살면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어린 동생들을 살피고 있는 설바나는 여지없는 한국의 어머니다. 어찌보면 이모나 고모의 역할을 홀로 다하는 성실한 가족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가족들이 언제 올것인지 묻는다. 나는 지금은 약속할 수 없지만 되돌아 올 것이란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와의 헤어짐에 대해 분명한 태도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것이 그들의 눈에서 선진국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든. 그냥 진심이든 간에 받아들이는 나는 진심과 정성이 담겨있는 아쉬움의 표현으로 이해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올 것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 어른들과의 약속은 지키지 못한다해도 아이들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나는 그들의 밝은 모습과 맑은 눈빛에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반드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서투른 방식으로 표현했지만 그들은 너무나 잘 알아 듣는 듯 했다. 벚짜(네팔말로 어린이) 프라미스 임포턴트!<어린이와의 약속은 중요하다.>    


▲네팔의 어린이들이 담벼락에 핀 꽃처럼 필날은 언제일까?     © 김형효

편집위원,시인,www.sisarang.com,www.nepal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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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12/02 [15:3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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