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은 폴리티즌의 '꿈꾸는 사람'님의 '노빠式 안티조선과 조중동의 만남'(대자보, 2004. 11. 16) 글에 대한 김종훈(마왕)님의 반론 '노무현과 노사모는 꿈이 아니었습니다'(대자보, 2004. 11. 17) 이후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는 등 논쟁중에 있습니다. 전국공무원노조 파업과 안티조선 관련, 노무현 지지자들의 정체성과 나아갈 방향에 관한 네티즌 여러분들의 다양한 평가와 입장을 환영합니다-편집자 주.
저는 '안티조선'에 두 개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실질적인 '언론사로서의 조선일보'라는 괴물을 보고 싸우는 '안티조선'과 다른 하나는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이 나라의 수구적 잔여물의 영향력과 싸우는 '안티조선' 말입니다.
마왕님의 글은 잘 읽었습니다. 좋은 활동들을 많이 하시는군요. 그리고 님의 공무원 노조에 대한 입장도 잘 보았습니다. 님의 진심은 알겠습니다. 그러나 다만 님의 진심일 뿐입니다.
그런데 님의 진심과는 달리 세상이 '노빠'식 안티조선을 보는 눈은 너무나 냉정합니다. 그리고 님의 공무원 노조와 노동권에 대한 인식과는 달리 파업 자체를 부정하는, 공무원의 노동자성 자체를 부정하는, 그래서 철밥통이니 경제 위기니 나라와 국가를 정지시켜려고 그러냐느니 하는 조선일보 사설을 외치는 노빠님들이 아주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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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개혁은 조중동 제몫 찾아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한겨레신문 |
조선일보(혹은 조중동)라는 하나의 거대한 언론매체와 싸우는 일을 하시는 안티조선 운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런데 좀 미안한 말이지만 님들만 안티조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안티조선이라는 이름을 내걸지 않지만, 안티조선을 실제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조선일보라는 언론사의 싸우는 것만 '안티조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가 내세우는, 그리고 조장하는 그 비민주적인 사고 방식과 제도들을 없애는 것이 '진짜' '안티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언론사로서의 조선일보와 싸우는 안티조선은 그 중의 하나일 뿐일 것입니다.
조선일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반공, 수구 기득권, 친자본, 권위주의, 남성우월주의, 성장중심주의적 개발 논리와 불평등의 합리화 등이 떠오를 것입니다. 바로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조중동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큰 영향력을 가진, 이런 비민주적인 독버섯을 먹고 자란다고 봅니다. 때문에 이 독버섯을 없애는, 모든 사회 운동과 정치적 움직임들 또한, 실제적이고 본질적인 안티조선이라고 봅니다.
근데 제가 <노빠식 안티조선>에 태클을 걸었습니다. 왜 일까요? 예를 들어, 안티조선이 조선일보의 反-노동자적인 그래서 親-자본적인 혹은 통상적인 의미로 수구-기득권적인 태도에 편향된 시각을 반대한다고 합시다.
그럼, 지금의 현 정부는 친노동적일까요, 아님 친자본적일까요? 물론 대답은 이미 노대통령과 재경부 장관이 했습니다. '친기업, 친자본적'이라고 말입니다. 다만 노동계층을 위해 반노동자적이라고는 스스로 커밍아웃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조선일보가 현정부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마도 좀더 화끈하게 밀어주지 않는다는 것일 겁니다.
그럼 경제정책에 있어서, 기본적으로는 조선일보와 거의 같은 길을 걸어가는 현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서, '노무현 지지자들'은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까? 반대합니까? 아님 현 정권의 노동정책은 지지하지만, 조선일보의 반노동자적인 논조에는 반대를 합니까?
좀더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겠습니다.
자, 그럼 기본적으로는 공무원의 노동 3권을 인정한다는 마왕님에게 질문합니다. 님은 공무원 노조의 파업에 전술적 시기적 불합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 패배를 불러오고 진압을 한 행자부와 법원 등에 대한 분노를 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가 빠졌죠? 님의 분노 대상에 누가 빠졌습니까? 행자부 장관이나 경찰이 독단적으로 공무원 노조의 파업을 판단해서 진압을 합니까? 여기에 대한 최종적인 결정권자가 누군인가요?
바로 <노빠식 안티조선>이 도달하는 문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노빠식 안티조선>이란 결국에는 정략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정의 최종권자인 노무현 대통령을 추종하는 분들이, 조선과 노무현 대통령이 만나는 길에 대해서, 실질적인 비판이 가능하냐는 것이죠. 물론 이상적으로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정략적으로 흐를 현실성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았고 말입니다. 님에게 권해봅니다. 서프라이즈의 대문이나, 그곳의 글들에서 공무원 노조에 반대하는 글들을 보십시요. 그리고 그 논리와 조선일보(혹은 조중동)의 사설을 비교해보십시요. 얼마나 다른 지를. 물론 미세한 차이를 들고 나오지 말아주십시요. 그곳에 가면 아마도 님이 공무원 노조에 대해 가진 생각들이 얼마나 특이하게 진보적인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님도 기억하실려나 모르겠습니다. 서프라이즈의 이전 대표가 부인의 청탁이 밝혀진 날 밤에 행하였던 '안티조선'을 말입니다. 자신의 청탁이 조선일보의 개혁세력에 대한 음모론으로 희석화시키면서, 자신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한 한편의 코메디를 말입니다.
물론 이런 사건을 님은 우발적인 것으로 보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건들을 <노빠식 안티조선>의 필연적 결과라고 봅니다. 쉽게 말해서 언제든지, 정략적 이해관계를 위해, 조선이라는 적, 그리고 안티조선이라는 시민운동이 동원될 수 있는 사례로 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이 있네요. 지난 수도 이전 문제에서는 아예 현 정부가 안티조선을 들고 나오더군요. 저주의 굿판을 치워라고요. 님은 <시민운동으로서의 안티조선>을 이렇게 정부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하십니까? 언론보도의 왜곡에 대해서는 님들이 조사를 하고 발표를 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정부의 안티조선이라, 정말 재미있는 일 아닙니까?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죠. 언론개혁법은 깽판을 쳐서 수정을 한 뒤에, 이해찬 총리가 베를린에서 조중동에 대해 비난했던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을 합니까? 말이야 옳은 말씀을 하셨죠? 그런데 그것이 진정 옳은 말이 되려면, 언론개혁법안부터 확실하게 만들고 난 후에 하여야, 자기 얼굴에 침을 뱉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과반 의석을 가지고, 잘만 만들면, 민주노동당에서도 도와 줄 제대로 된 '안티조선'을 하지 않는 열린우리당에 대해서, 反열우당 전선을 펴실 생각은 없습니까?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정리하겠습니다. '안티조선'은 시민운동입니다. 물론 노빠이신 분들도 모두 시민들이죠. 그럼 안티조선을 하려면 시민운동으로서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이를 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을 위한 정략적 안티조선을 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말하는 노빠식 안티조선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노빠들이 안티조선을 정략적 차원에서 이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안티조선의 길은 바로 조선일보가 상징하는 수구 기득권의 타파, 성장 중심의 개발 논리, 권위주의, 국가보안법으로 대표되는 反자유주의, 가부장적인 남성 이데올로기, 반공사상, 매국을 정점으로 하는 제국주의적 사고 방식 등을 타파하는 모든 운동들이 실질적으로 '안티조선'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노빠식 안티조선 운동>이 저런 모든 사회 운동을 포괄하고 이끌 수 있겠습니까? 절대 못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파병에서도 보셨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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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사람들의 기대속에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파병강행으로 인해 이제 민중의 적으로 변했다. ©대자보 |
조선일보가 찬양하는 파병을, 물론 이유야 다르겠지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 정권 바로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노짱을 뼈에다 새긴 님이 여기에 반발하여, 끝까지 평화의 논리를 펼칠 수 있습니까? 아마도 그건 불가능할 것입니다. 때문에 노빠식 안티조선은 결국 어느 시점에 이르면, 변질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님이 진정으로 안티조선을 사랑하신다면, 그래서 그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안티조선이 되도록 하고 싶다면, <노빠식 안티조선> 혹은 '안티조선'을 <노빠식>으로 몰고가려는 내부의 정략적 움직임들과 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저는 안티조선 운동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안티조선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노빠식 안티조선>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님이 억울하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님의 안티조선이 노빠식이 아니라면, 저는 님의 편이니까요.
* 본문은 대자보와 기사제휴협약을 맺은 '정치공론장 폴리티즌'(
www.politizen.org)에서 제공한 것으로, 다른 사이트에 소개시에는 원 출처를 명기 바랍니다.
* 표지 사진은 최병수 설치작가 작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