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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구글의 대충돌
[김영호 칼럼] 정보 통제, 표현의 자유 제약하면서 경제성장 가능할까
 
김영호   기사입력  2010/02/09 [06:49]

세계최대 경제대국 중국과 세계최대 검색엔진 구글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21세기 들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 두 거인의 힘겨루기는 단순한 정보유통의 통제를 넘어 21세기 세계정치-경제질서 재편과 맞물려 긴 파장을 낳을 듯하다. 서방의 자본과 기술을 디딤돌로 G-2로 부상한 중국이 바로 그 서방의 가치인 정치적-사상적 자유에 도전하고 나섰다. 일정 수준 정보통제를 감수하며 세계최대의 시장을 고수하던 구글이 검열불가로 응수한 것이다. 

구글은 2006년 4월 중국에 상륙한 이래 부분적인 정보통제를 수용하며 사업을 영위해왔다. 그 까닭에 더러 검색 페이지 말미에 당국의 방침에 따라 검색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천안문 광장’이나 ‘달라이 라마’ 따위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검색기를 통한 여과로 정부통제의 최저기준을 지킨다는 소리다. 하지만 중국정부는 일부 웹사이트가 음란물 등 불법정보를 퍼뜨린다며 구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왔다. 

충돌의 발단은 구글이 연초 사이버스파이-사이버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면서이다. 지난 수년간 지적재산권 침해가 잣고 인권운동가의 Gmail 계정을 노린 중국발 해킹공격이 빈발하다는 주장이다. 구글이 중국정부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해킹공격의 중단을 요구하며 사업철수 의사까지 내비췄다. 이에 대해 중국정부는 개입을 부인하며 인터넷을 체제전복이나 음란물과 폭력물을 배포하는 목적으로의 사용금지를 재확인하고 있다.

중국은 개방 30년간의 초고속성장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할 태세다. 거리마다 넘치던 자전거 물결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자동차 행렬이 차지하면서 미국을 뒤로하고 세계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초고속철도가 대륙을 종단하고 대도시마다 즐비하게 솟아오른 초고층건물이 스카이라인을 바꾸어 놓았다. 중국인 관광군단이 유럽을 휩쓸며 넘쳐나는 외화를 뿌리고 있다.

 경제부강에 힘입어 중국정부의 대외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1980, 90년대에는 서방, 특히 미국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어떤 기업의 돈도 기술도 환영했다. 현대화 전략에 따라 자본-기술의 공급자로서 뿐만 아니라 수출시장으로서 미국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이제는 사정이 바뀌어 내수시장이 급팽창되고 수출시장도 비서방권으로 확장되고 있다. 방대한 보유외환으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자원시장을 섭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환경도 바뀌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외국자본을 환영하나 자국산업 우선육성이다. 중국시장에 대한 외국기업의 무제한적 접근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내국인과의 합작투자를 요구하거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서도 피해를 감수라는 식이다. 사업을 계속 영위하려면 달라진 사업환경과 타협하라는 투이다. 한마디로 나가려면 나가고 들어오려면 들어오라는 고압적인 자세다. 

중국정부는 경제적 부강은 민주적 경향을 제약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신봉하고 있다. 13억의 인구, 56개의 다양한 민족에다 계층간-지역간 발전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에서 서방의 가치인 자유선거, 시민사회, 정치조직을 허용하면 정치적-경제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했지만 중국은 무풍지대다. 체제 우월성의 입증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면서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그 까닭에 정보의 원활한 유통으로 인한 사상적 오염을 차단해야 한다고 믿고 미국정부와의 마찰도 불사하며 구글과 긴장관계를 견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작년 6월 현재 네티즌 3억3,800만명, 휴대전화 가입자 7억명, 블로그 1억8,000만 개를 가진 거대한 정보시장이다. 중국의 검색엔진 바이두(百度)의 시장점유율이 62.2%인데 비해 구글은 14.4%에 머물러 부진하다. 이메일, GPS, 스마트폰, 넷북으로 시장영역을 넓혀야 할 구글로서는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방대한 시장이다. 또한 자유롭고 공개적인 인터넷을 위해 정보접속의 자유를 지켜야 할 입장이다. 

 인터넷과 세계화가 오늘의 중국을 낳았다. 그 동안은 하드웨어를 통한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집단이 아닌 개인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존중하는 소프트웨어가 성장의 길이다. 정보의 유통을 통제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면서 경제성장을 구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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