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5일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행정안전부 시행령 입법예고에 대해 참여연대, 민변, 경실련 등 11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업 요구만 수용하고, 국민들에게 최소한 안전장치가 없는 시행령”이라며 “전면 재수정”을 요구하며, 행정안전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간담회장에서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이후 과제’에 대한 국회정책토론회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국회산지위원장) 의원, 임호선 의원 공동주최로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인터넷기업, 통신업계, 시민사회단체, 인권단체, 법조계 등 대표해 관계자들이 나와 토론을 했다.
이날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사이’를 발제한 김정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을 때 마다 이어져 왔다”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주체의 권한은 확장돼 왔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이라도 개인정보 주체의 자기결정권이 확장됐다”며 “그동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정에서는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규제체계가 고도화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1월 9일 국회를 통과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은 그동안의 개인정보 권리주체의 권한 확대 과정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정보인권차원에서 접근한 시민단체와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 정보보호법이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추가해 개인정보 권리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한 입장에 서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독립기구로 격상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현안해결을 위해 법률가 중심보다 각 영역을 대표할 수 있는 당사자 중심으로 구성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4차산업 발전 동력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한 빅데이터 등의 활용 그리고 이것으로 인한 개인정보보호 관련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될 것이고, 법제도 보완이 요구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직구성에 있어 지속해 부각되는 개인정보보호문제를 신속하게 논의할 수 있는 상설기구를 만들고 법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후 분쟁의 전망’을 발제한 유민권 ‘법무법인 소헌’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인한 예상되는 분쟁 유형으로 ‘가명정보(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를 꼬집었다.
그는 “가명정보의 내재적 한계로 인해 특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명은 빅데이터로서의 가치가 크지만 공개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임시로 이름을 붙인 것이기 때문에 특정인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유 변호사는 ▲정보처리자와 정보주체의 불균형한 관계로 인한 정보주체의 동의권 침해 가능성 ▲정보주체의 동의 없는 가명정보 무분별 처리 가능성 ▲가명정보 제3자 제공문제 ▲정보집합물이 결합과정에서 정보주체의 참여권 배제 문제 ▲동의 없는 개인정보 이용 및 제공조항의 문제 ▲의료와 건강에 대한 공익적 정보 보호장치 등을 분쟁이유로 들었다.
토론에 나선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학계에서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보통신만법상의 개인정보 관련 규정을 흡수 통합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인 검토 없이 단순 통합 절차만을 마친 것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보장 수준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정보주체의 동의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많은 논의를 통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정보 활용 측면에서 규제완화가 되었다고 평가하지만, 가명정보의 재식별 시도에 대한 형사 처벌과 과징금 부과 규정이 신설되는 등 규제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며 “동의 없는 가명정보 활용의 구체적 범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는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고희정 미디어시민연대 대표는 “개인정보 처리에 있어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의 분리를 검토해야 한다”며 “개인정보 처리의 이해당사자는 개인정보 소유자와 처리자이기 때문에 개정 법 명칭을 개인정보처리(활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개인정보는 인권피해가 없이 보호하는 측면에서 활용돼야 한다”며 “개인 시민들도 자기결정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지만, 어째든 개인정보 활용시 인지할 수 있는 동의절차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의 사회로 기업, 통신업자, 시민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나와 3시간여 열띤 토론을 했다.
토론에 앞서 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이학영(국회산위원장) 국회의원과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이 인사말을 했다.
이학영 의원은 “지난 6~7년간은 국회정보위원회에 활동해 개인정보보호에 역점을 둔 법 개정을 생각했다”며 “항상 부딪힌 것이 상업적인 이용과 국가 시스템 운영 사이에서 개개인의 인권과 정보를 보호할 것인가가 핵심이어서 논의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철관 회장은 “개인의 정보가 유출될 때마다 국회에서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겠다는 논의가 계속됐다”며 “하지만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국민 뿐 아니라 사업자 측면에서도 선뜩 납득하기 어려운 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