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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쌍용차 사태?…금호타이어 파문 확산
사측, 733명 정리해고 이어 25일 직장폐쇄 왜?…노조 강력반발, 파업돌입
 
이석주   기사입력  2009/08/25 [11:57]
임금협상 등을 놓고 노사 간 극한 갈등을 빚고 있는 금호타이어가 733명의 정리해고 방침을 노조에 통보한데 이어, 25일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단행해 파문이 일고 있다.

금호타이어 사측, 25일 직장폐쇄…"노조, 회사 경영위기 외면"

금호타이어 측은 이날 오전 "60일이 넘는 장기간의 쟁의행위로 더 이상의 손실을 감당 할 수 없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해 직장폐쇄를 단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사협상 과정에서 단행된 금호타이어의 직장폐쇄는 공장점거 파동이 불거졌던 1994년 이후 15년만에 처음이며, 사측은 이날 오전 4시부터 광주, 곡성, 평택공장의 운동장 및 부속시설을 포함한 모든 시설과 관련, 전 조합원에게 회사출입을 금지통보했다.
 
▲ 임금협상 등을 놓고 노조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금호타이어 사측이 25일 직장폐쇄를 단행함에 따라, 제2의 쌍용차 사태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CBS노컷뉴스

다만 사측은 이번 직장폐쇄가 '쟁의행위 중단 조건부'라는 이유를 내세워,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할 경우 직장폐쇄를 해제하고 즉각 공장을 가동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호타이어가 '직장폐쇄'라는 최악의 상황 까지 이르게 된 것은 지난 5월 초 이후 100여 일 간에 걸친 25차례의 임금협상에서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 사측은 영업적자 등의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이날 "회사는 2009년 상반기에만 영업적자 1042억, 당기순손실 2223억을 기록했지만,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7.48% 인상과 성과금 지급, 특근 감소에 따른 임금하락분 보전 등을 제시하며 회사의 경영위기를 외면했다"고 겨냥했다.
 
노조 "12월 부터 '임금 20% 삭감', 회사측 요구는 정리해고 맞먹는 살인"

노조는 그러나 사측이 임금동결과 임금성 수당 유예, 복지축소, 국내공장 축소 등 고용과 생존권을 후퇴시키는 '개악안'을 제시하는가 하면, 지난 25차례의 노사 간 만남에서 수정안 한번 없이 '원안'만을 고수한 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이 지난해 12월 부터 '임금 20% 삭감'이라는 고통분담을 감수해 오고 있다"며 "회사측 요구는 정리해고와 맞먹는 살인과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조 측에 따르면, 경영진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5개월 분 임금삭감안과 △정리해고 706명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측은 노사 교섭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지난 17일 정리해고 신청서를 노동청에 접수했다.

이후 사측은 노조가 사측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리해고가 불가피 하다며 733명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을 지난 24일 노조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치는 당초 사측이 밝혔던 706명을 30여 명 웃도는 인원이다.

사측은 정리해고 대상자가 늘어난 이유와 관련, "근무평가 결과 점수가 낮은 706명을 선별하려했지만 동점자가 87명이 나옴에 따라 이들을 모두 합쳐 733명의 명단을 노동조합에 통보하고 동점자 처리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여기에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교섭을 앞두고 7.48% 임금인상 요구에 대해 대폭 양보하는 방안을 회사 측에 제시할 걸로 전해졌다.
 
결국 사측이 이같은 양보안을 알고 있으면서도 직장폐쇄를 강행한 것은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함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사측 정리해고, 노사관계의 주도권 장악하기 위함"…쌍용차 재현

이에 대해 노조는 호소문을 발표, "사측이 정리해고를 진행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비정한 기업으로 매도 당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현장을 위축시켜 수년 간 노사관계의 주도권을 장악한다면 그로 인한 노무비 경감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특히 "비정한 기업의 이미지는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고 실제로 정리해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금호타이어는 2000년 이후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아 기계를 가동할 노동자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리해고로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사측에 맞서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며 "정리해고 철회와 성실교섭으로 임금협상을 마무리 하고 노동자의 본분으로 돌아가 하루빨리 공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촉구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사측의 직장폐쇄에 맞선 '긴급지침'을 발표하고, 이날 오후 3시까지 휴무조와 방산요원을 포함한 광주, 곡성, 평택공장 전 조합원에게 광주공장 운동장으로 집결할 것을 하달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23일과 24일 이미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경고파업'에 돌입했으며, 이날 '투쟁지침 8호'로 전환한 뒤 26일 2차 경고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교섭결과를 지켜본 뒤 결렬될 경우 당초 예정대로 26일 2차 전면파업을 벌인 다음 차기 집행부 선거기간인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쟁의유보 방침에 따라 정상조업에 나설 예정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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