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늘 반기는 사람이고 그런 인물에게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우리 사회가 인물을 키워내고 사회적 자산으로 받아들이려는 포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판에서는 인정해주거나 키워주기는커녕 유불리를 먼저 따지고 어느 세력에 의도적으로 편입시켜 정치적 입지를 자기들 마음대로 규정하고는 특정 세력 안에 묶어내어 자기들 유리한대로 이용하려고 합니다.
문국현과 창조한국당은 독자 후보이자 독자 정당입니다. 원래부터 범여권이 아니었습니다. 범여권이란 이런 말은 누구에 의해서 유래한 말인지 모르지만 지극히 불순해 보이는 의도를 담고 있는 표현인데도 모든 언론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것은 현정권의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이 어느 정도였는지 조차 가늠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정치 세력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습니다.
국민의 여론은 이런 방향으로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었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한 여권은 상대방의 약점만 잡고 늘어지고 어떻게든 세력을 규합하는 데만 연연하였습니다.
급기야 사회 원로라는 사람들까지 정치에 깊숙이 가세하여 이런 여권에게 힘을 실어주는 웃지 못 할 희극을 연출하면서 그들은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을 단일후보라는 선언을 서슴없이 하는 오만을 저질렀습니다.
대선은 집권당의 5년을 표로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요체이면서 그 다음으로 각 정당의 인물과 정책들을 따져 후보를 선택합니다. 그러므로 여당이 잘 했으면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 수도 있고 못 했으면 불리하게 끌려 다닐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여권은 자신들의 실정을 인정한 것처럼 행세하기 위함인지 열린우리당을 깨고 대통합신당을 창당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건 국민이 보기에 너무나 속 보이는 쇼였습니다.
진정 현정권의 실정을 인정한 것이라면 친노와 비노는 갈라서서 서로 다른 정당을 꾸렸어야 합니다.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털고 갔어야 합니다.
정말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는 자세를 보여주겠다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비난을 사지 않게 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정권의 실정과 관련된 친노 그룹들이 그대로 대통합신당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뻔뻔하고 오만하게 줄줄이 경선에 나섰습니다.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었습니다.
너무도 쉽게 기득권화된 이들의 모습에 저는 질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당당하게 실패하는 길로 갔습니다.
이들을 이렇게 만든 데는 시민단체와 사회 원로라는 사람들도 한몫을 했다고 봅니다. 같은 편이라는 이유로 입장주의에 빠져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본연의 기능을 내려놓고 방기하였습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미FTA를 추진하더라도 그들은 침묵했습니다. 정부가 그 어떤 잘못된 정책을 펴더라도 다 수수방관하기만 하였습니다. 정부의 각 위원회에 이름을 올려놓고 단물만 빼먹었습니다.
그들이 빠져 버리자 민노당 중심으로 모든 반대 운동이 벌어졌는데 교묘하게 정치적 문제로 만들어 문제를 삼는 것처럼 몰아가 버리고, 민노당 만으로는 힘에 부치므로 반대 운동은 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정권의 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시민사회 원로라는 사람들이 선거철에 표를 모으기 위해 이름을 팔고 특정인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정치에 관여하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부당하게 선거 판에 개입하는 일은 옳지 않습니다.
대선에서의 패배는 단일화의 실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정권의 실정과 관련된 사람에게는 표를 주지 않겠다는 국민의 여론을 읽지 못한 대통합신당과 그 당의 후보, 그리고 착각에 빠진 사회 원로들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이런 여론의 흐름을 보지 못하고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어 자신을 중심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고집부린 사람이 누군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패배가 너무도 뻔히 보이는데 필패로 이끌 후보로 단일화하라는 것이야 말로 억지입니다.
그런데 왜 그 책임을 문국현에게 뒤집어씌웁니까? 문국현의 가치는 기존 정치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확연하게 다릅니다. 차별화 된 정책과 부패 청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자신들의 시각으로 같은 정치 지향점을 가졌다고 단정하고 하나로 묶어 쉽게 매도해 버립니까?
이런 정치를 혁파하기 위해서라도 문국현의 실험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문국현의 실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도전은 계속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