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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에 박힌 '극기훈련', 해병대 병영체험 그만하라
[방송비평] KBS 청소년 성장드라마 <반올림3>, 억지설정에 눈살
 
이계덕   기사입력  2006/07/16 [10:29]
극기훈련이라는 이름으로 중고등학생들에게 식사도 거르게 하고, 인격을 존중해달라고 하는 학생의 말을 ‘말대답’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체기합을 주는 행위를 보았습니다.

과거 우리는 학교 다닐때 빨간모자를 쓴 교관이 참여하는 극기 훈련이라는 이름의 수련행사를 다녔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극기훈련이 사라져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으며 수련활동과정의 청소년을 지도하는 청소년 지도사를 ‘교관’이라고 호칭하는 것 또한 바뀌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극기훈련’ 과정을 통해 서로 사이가 나쁘고 이해하지 못하던 친구들이 화해하고 공동체화 되었다는 내용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이번 반올림3 20회 내용은 말 그대로 기대 이하였습니다.
 
학교 교장선생님과 해병대 병영체험 교관의 대화 “꼴찌인데 늦게 발동되어 마지막으로 대학입학에 성공한...” 그리고 교관이 “꼴통은 같은 꼴통이 더 잘 알아본다” 라는 내용에 대화는 결국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에 대한 순종적인 적응을 요구함과 동시에 학생들을 운동장에서 뛰게하고 굴리는 것이 곧 꼴통 청소년에 선도방법인 것인 양 말하는 것처럼 보여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 개인의 생각일지도 모르고 제작진에 의도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만 ‘해병대 병영체험’을 통해 ‘사이 나쁘던 친구들이 친해졌다’ 라는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인 것이 청소년 지도자인 제가 무뇌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해 법무부에서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일진회 아이들을 병영체험을 통해 교화하겠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가 ‘삼청 교육대’ 라는 말을 듣고 취소했던 사실을 제작진이 알고는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화해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학생들이 다치고 배가고파 실신하는 등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 계속 나오자 성장 드라마 반올림3에 대해서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 성정드라마 KBS의 "반올림3".     © KBS 홈페이지
적어도 예전에 KBS에서 학교를 모토로한 성장 드라마들이 이러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의 학교 시리즈도 그렇고, 최근의 반올림 시리즈는 청소년의 공감대를 그나마 자극했던 반면 이번 반올림3는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청소년, 대학에 잘 보내기 위한 청소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을 아름답게 포장하여 청소년들이 보지 않는 청소년 드라마로 만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떤 수련활동도 극기훈련이라고 해도 아이들 밥을 굶기며 하는 행동은 아동학대로 법으로조차 금지되어 있습니다. 몇 년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죠. 행진을 시키면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극기훈련이라며 식사를 제대로 주지도 않는 데다 학생들에 대한 성희롱까지 하는등 문제가 있었던 단체가 참가자 학부모들로부터 손해배상소송이 걸렸었던 사실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수련활동 프로그램에서 학생이 다치고, 배가고파 쓰러졌다는 말이 있다면 담당 교사 역시 당연히 징계감이고, 이거는 언론에 특종으로 터뜨려줘야 할 사건입니다.
 
지금이 1990년대 청소년 보호법으로 무조건 규제만 하는 시대인줄 아십니까? 반올림3 여러분. 청소년들과 적어도 대화를 해가면서 스토리를 만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또 청소년 전문가, 지도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청소년이 외면하는 청소년 드라마, 성장 드라마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제작진 여러분들이 청소년이 시청할 수 있는 청소년 드라마를 만들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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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7/16 [10:2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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