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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물 절약시대, 한국만 펑펑쓰나
[김영호 칼럼] 물은 무한자원 아닌 유한자원, 함부로 쓰면 재앙부른다
 
김영호   기사입력  2006/03/30 [01:23]

 물은 물이 아니다
 
 봄 가뭄이 심하다. 호수가 바닥을 드러내고 개천이 실가지처럼 말라붙었다.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 왔으나 농촌에서는 파종조차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단다. 지역에 따라서는 급수를 제한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비가 언제 올지도 소식이 감감한 모양이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물 걱정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야말로 물을 물처럼 헤프게 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물이 생명의 원천이라 그런지 지구표면의 73%가 물로 덮여 있다. 그 중의 97%는 바닷물이고 2%는 만년빙하의 형태로 남아있다. 나머지 1%도 지표수, 지하수, 대기층에 나눠져 있다. 강이나 하천에 있어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는 지구가 가진 물의 0.000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신체는 나이와 체질에 따라 다르나 70∼90%의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몸 속에는 물이 많으나 1∼2%만 모자라도 심한 갈증을 느낀다.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까닭에 단식을 하더라도 물은 마신다. 그런데 안심하고 마실 물이 모자라 지구 곳곳에서 많은 인간들이 고통을 겪고있다.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에서는 10억명이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한다. 26억명은 하수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에서 산다. 해마다 800만명은 수인성 질병으로 죽어간다. 먹을 물을 찾느라 다른 일을 하지 못하니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난하니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해 더 가난하게 산다.
 
 그런데 인간이 재앙을 부르고 있다. 수질오염-산림훼손-지하수개발로 물이 풍족하던 나라도 식수난에 허덕인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농사를 포기하는 관개지가 늘어난다. 무분별한 경제개발이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도 예외로 보기 어렵다. 농촌에서는 농업용수가 모자라고 식수가 부족한 곳도 적지 않다. 강우량이 적지 않고 댐과 수리시설도 적지 않은데도 빗물의 24% 밖에 이용하지 못한다.
 
 공해유발업체의 80% 가량이 농촌에 몰려 있다. 공업폐수-축산폐수-생활오수가 인근의 하천을 오염시킨다. 날로 늘어나는 골프장도 공해유발시설이다. 잔디를 살린다고 농약과 비료를 마구 뿌린다. 관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지하수를 더럽힌다. 폐공수만도 200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면지역 상수도보급률이 35%밖에 안 된다니 농촌의 식수난을 짐작할 만하다.
 
 시궁창 같던 서울의 청계천이 인공하천으로 살아났다고 사람들이 좋아한다. 양재천도 살아나고 탄천도 안양천도 물이 맑아졌다고 즐겨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물의 소중함을 많이 깨닫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상수원이라는 팔당댐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을 걸러서 사람들이 마신다고 생각하니 끔찍하다.
 
 그곳에는 오염배출업체인 호텔-음식점이 즐비하고 별장이 무수하다. 여기서 쏟아내는 오수-폐수-분뇨가 처리시설을 거친다고 하나 대부분 그대로 방류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더러울 수 없다. 여기에다 생활쓰레기, 산업폐기물도 예사로 투기한다. 장마철에는 인근의 쓰레기가 쓸려 내려와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 같은 모습을 한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이 물 절약운동에 나섰다. 1인당 하루 소비량을 220ℓ로 정하고 점검한다. 일본에서는 절수-절전 가전제품이 널리 보급되면서 물이 남아돈다. 세탁기-세척기-변기의 물 사용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물을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싱가포르는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 급수를 중단했다가 학생들이 물을 길어 청소하도록 하여 물의 가치를 깨닫도록 한다.
 
 물은 무한자원이 아니고 대체재가 없는 유한자원이다. 물을 물처럼 함부로 쓰면 재앙을 부른다. 자연을 배반하면 배반당한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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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3/30 [01: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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