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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F T A가 멕시코 농업 완전히 망쳤다
[김영호 칼럼] 멕시코 농업기반 붕괴되면서 불법이민만 오히려 증가해
 
김영호   기사입력  2006/02/13 [18:08]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기준은 농업이다."
 
지난 1월 28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로버트 포트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행한 발언이다. 그는 미국이 FTA를 맺는 중요한 목적은 농축산물을 관세 없이 수출하기 위해서라고 분명히 밝혔다. 전날 미국은 스위스와 FTA협상을 가졌으나 실패했다. 스위스가 농업시장 전면개방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을 미루어보아 한국도 미국과 FTA 협상과정에서 농업시장도 예외 없이 개방하라는 압력이 드셀 것 같다.
 
 1994년 1월 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출범시켰다. FTA를 통한 수출증가가 경제성장을 견인하리라고 믿었다. 미국은 교역확대로 멕시코 경제가 성장하면 미국으로 몰려드는 불법이민이 크게 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결과는 거꾸로 나타나고 있다. 농업기반이 붕괴되면서 불법이민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멕시코 농업은 수천년의 맥을 이어온 전통적인 가족농이다. 반면에 미국 농업은 정부보조금을 먹고 자라 세계시장을 장악한 초국적 기업이 영위한다. '2002 농촌법'은 농업에 2,486억달러를 지원하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 까닭에 연방정부보조금이 미국농가 순수입의 40%를 차지한다. 그런데 그 돈이 주로 카길과 같은 식량메이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그 까닭에 식량메이저는 국제시장에서 생산가 이하로 투매한다. 2001년을 보더라도 미국 옥수수 생산가가 1부쉘(약 2말)에 3.41달러인데 국제시장에서는 2.28달러에 팔았다. 미국은 그 해 멕시코에 옥수수 500만t을 생산가보다 25%나 싸게 수출했다. 캘리포니아 쌀 생산비는 1에이커에 700¢¦800달러인데 국제시장에서는 650달러만 받았다. 밀은 생산비의 45%에 팔았다.
 
 멕시코에서 미국산 돼지고기는 1파운드에 0.27달러이었고 자국산은 1.14달러이었다. 저가수출이 1만5000여 양돈업자를 도산위기로 몰아넣었다. 쇠고기도 다를 게 없어 사육농가의 수입이 40%나 줄었다. 미국의 값싼 농축산물이 멕시코 농업이 설자리를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가 미국에 수출하는 채소류와 과일류는 검역 따위의 비관세 장벽에 묶어 시장접근조차 어렵다.
 
 멕시코는 식량을 자급하던 나라였다. 그런데 미국의 초국적 기업농이 막대한 정부지원을 무기로 삼아 저가공세를 펴는 바람에 농업이 초토화되고 있다. 관련산업도 쇠퇴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농업인구비율이 25%이었는데 2001년에는 19%로 줄었다. 도시빈민으로 전락한 농민들이 그곳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미국행을 감행한다.
 
 멕시코의 농업이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과 FTA를 맺으면 이 나라 농업도 그 모습을 닮아갈 게 뻔하다. 그런데 이 나라의 지배세력은 눈 여겨 볼 생각조차 않고 식량은 외국에서 사먹는 게 이익이라고 떠벌린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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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6/02/13 [18: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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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찌 2006/02/14 [09:55] 수정 | 삭제
  •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근간인 농업이 뿌리채 뽑혀나갈 위기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는 집권 세력의 안이한 정책들 때문에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언론까지 외면하는 상황에서 농업에 대해 당연히 짚어주고 어떤 치명적인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는지를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