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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은 폭행콘서트, '웃찾사'는 노예찾기 혈안?
개그계, 후배폭행과 기획사와의 불평등 계약으로 인해 술렁거려
 
이명훈   기사입력  2005/05/11 [15:27]
높은 시청률을 보이던 공중파의 인기 코미디프로그램이 최근 방송사 사내에서 벌어진 폭행사건과 '노예계약'으로 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KBS `개그콘서트'중 `깜빡 홈쇼핑'에 '김깜빡'이라는 예명으로 출연중인 김진철(26)이 후배 개그맨 김모씨(29)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 조사를 받고 있다.
 
김진철은 최근 KBS  공채후배인 K씨를 방송국 옥상에서 각목으로 구타한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KBS 코미디언 18기인 김진철이 지난 4일 밤 10시 KBS 연구동 옥상에서 20기 후배 14명을 모아놓은 가운데 후배 K씨를 각목으로 십여대를 때려 K씨가 전치 6주를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K씨는 전치 6주의 진단을 받고 현재 경기도 일산병원에 입원 치료중이다.
 
병원에는 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김진철의 소속사 '갈갈이패밀리' 대표인 박준형과 옥동자 정종철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철은 사건을 무마하려고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K씨가 이를 거부,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철의 KBS 개그공채 2기 후배로 알려진 K씨는 최근 들어 `개그콘서트-봉숭아학당'에 출연했다.

한편 윤택, 김형인, 이종규, 정만호, 김신영, 김태현 등 SBS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웃찾사’(연출 이창태) 출연 개그맨들은 “소속사에서 차량조차 지원하지 않는 등 최악의 대우를 받았고 이면계약 체결 과정에서도 강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소속사와 법적 분쟁에 대표로 나선 윤택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계약 당시 박승대 사장과 개별적으로 만나 당장 서명하지 않으면 방송에 나갈 수 없다는 식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실제 계약에 응하지 않는 동료 개그맨 김재우의 경우, 방송 출연은 물론 방송국 출연, 동료들의 교제까지 소속사에 의해 방해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2년 전 박준형 등의 갈갈이 패밀리가 박승대 사장과 결별할 때도 비슷한 문제였던 것으로 안다며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나선 것이며 이면 계약이 무효화 되더라도 14명의 개그맨들은 다시 박승대 사장과 결합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김태현 역시 “소속사의 이야기가 다른 곳에 흘러갈까 다른 회사 소속 개그맨들과 이야기하는 것 조차 감시받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며 “갑자기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까지 박승대 사장과 만난 후 하루하루 쌓여온 것들이 외부로 표출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현은 “만약 다른 욕심으로 회사를 떠나겠다고 하는 것이라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겠지만 후배들을 봐서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거야’의 김형인인 “실제 몇몇 코너는 계약을 거부한 개그맨 때문에 코너 자체가 없어지거나 계약 조건에 반발하다 코너의 출연을 막겠다는 위협을 받은 경우가 있었다”며 “인지도를 얻었기 때문에 들고 나온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인지도가 있으니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그동안의 착취를 고발했다.

이들 14명은 “2003년 SBS 개그콘테스트 본선에 입상한 후 SBSi, 스마일매니아와 삼자간에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으나 기존 계약이 유효한 상황에서 스마일매니아는 작년 가을 다시 계약금 0원, 계약기간 15년 등을 조건으로 불합리한 이중계약을 하고 타당치 않은 대우를 했다”며 소속사를 상대로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다.
 
박승대(38) 스마일 매니아 대표는 "이런 사태는 소속사의 횡포가 아닌, 뜨고나면 변심하는 연기자의 횡포이며 기자회견을 통해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때는 억지스러운 웃음 때문에 외면을 받았던 코미디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며 시청률이 오른것은 스튜디오에서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는 콘서트 형식의 '개그콘서트'가 대중들의 환영을 받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이 후 동숭동 라이브 무대에서 검증을 거친 개그맨들이 '웃음을찾는사람들'이라는 방송에 출연하며 '개그콘서트'와 더불어 개그계의 양대 산맥으로 큰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SBS의 '웃찾사'가 이를 더욱 빠른 호흡으로 발전시킨 형태로 인기를 끈후 현재는 MBC도 '웃으면 복이와요'를 공연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부활시킨 상태다.
 
그러나 11일을 전후해 동시에 터진 코미디를 둘러싼 잡음은 이미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던 개그맨들이 집단적으로 방송출연을 거부하면서 이미 불거진 문제였다.
 
이런 갈등 속에는 개그맨들의 생계유지가 방송 출연만으로는 어렵기도 하지만 연기자로서 수명이 짧다는 이유가 있다.
 
일부 개그맨들은 방송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 밤무대 등에서 주요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많은 개그맨들은 방송출연이외에도 음식점 창업등을 통해 별도의 생계수단을 이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코미디는 1인 중심의 '스텐드업' 형태의 만담식 코미디보다 연기자간의 연기협력이나 동작연습, 노래등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보드빌식' 코미디가 유행하는 풍토다.
 
이로 인해 방송국 '기수선배'들을 중심으로 '군기잡기'나 단체계약과 관련된 잡음이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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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5/05/11 [15:2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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