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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던진다
 
서태영   기사입력  2004/02/28 [02:03]

      농민들은 쌀농사를 짓겠다는데 국회의원들은 살농사를 짓고...
 

▲ 농민들은 쌀농사를 짓겠다는데 국회의원들은 살농사를 짓고...     ©서태영

농민들 다 죽이는 자유무역협정(애비업따-FTA)이 통과되던 날,
여의도 국회의사달 앞에 모인 농민들은 경찰이 쏘아대는
물대포를 얻으맞으면서 짱돌 몇개를 날리는 것으로 분노를 대신했다.
  농부의 밥과 상공인의 밥이 다르다하더라도,
아무리 농자천하지대똥이 되어버린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세계가 작동하는 운영원리가 자유무역이라 하더라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쌀농사를 짓겠다는 농민들에게
'살농사'를 짓는다면,  그것이 위정자들이 이룩해가는
좋은 세상은 아닐 것이다.
분노의 중심으로 파고드는 농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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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무>   *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 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 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 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거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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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2/28 [02:0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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