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유권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실명제 거부한다”
실명제 공대위, 선거법93조와 실명제 폐지촉구, 500여 시민사회단체 참가
 
이석주   기사입력  2007/11/22 [18:27]
"특정후보를 비방한 것도 아니고, 근거없는 음해성 내용을 (동영상에) 담은 것도 아닌데 제가 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것인가요… 이제 동영상도 모자라, 게시판에 글쓰는 것 조차 불가능 하다니요…"
 
▲연세대 김연수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며 인터넷 실명제 방침을 강하게 비난했다.     © 대자보
지난9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이른바 '마사지 발언'이 담긴 UCC를 제작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김연수 씨(23)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언론에 토로했다.
 
언론보도를 근거로 동영상을 제작했지만,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 한나라당과 선거법을 향한 성토였다.
 
그도 그럴것이, 당시 이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던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이 후보를 비방할 목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했다"며 김 씨를 중앙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한나라당이 고발의 이유로 내놓은 근거는 '선거법 제93조'를 위반 했다는 것. 즉 특정 후보를 지지, 비방하는 내용이 담긴 모든 게시물은 선거일 180일 이 전 부터 게시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당시 김 씨는 영등포 경찰서에서 5시간의 조사를 받고, 현재 선관위의 징계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27일 부터 '인터넷 실명제'가 모든 게시판과 방명록 등에 적용되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선거법 독소조항을 개정하라'는 목소리가 인터넷 매체와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선거법 제93조는 침묵 강요하는 독소조항"
 
인터넷 언론사와 시민단체 등 전국 24개 단체들로 구성된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93조와 인터넷실명제 방침은 유권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조항"이라며 선거법 개정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에 앞서 <대자보>, <민중언론 참세상>, <PD저널> 등 인터넷 매체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17개 단체들은 지난 19일 공동대책위를 구성, '인터넷 실명제' 방침에 항의하는 의미로 오는 27일 부터 게시판 폐쇄 등과 같은 공동 대응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날 공대위 소속 언론사 및 시민단체는 "선거법 제93조를 당장 개정하라"며 정부의 실명제 방침을 강하게 규탄했다.     © 대자보

당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동 투쟁에 돌입한 이들 단체는 22일 현재 17개에서 24단체로 늘어난 상황. 각 단체 별 산하 조직까지 포함한다면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해 선거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단체들은 500여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권리가 중대한 위협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각 후보들의 정책을 충분히 검증하겠다'는 기회를 빼앗긴다면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침묵'을 강요하는 독소조항은 즉각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화연대 선용진 공동사무처장은 "선관위의 주 업무는 '네티즌의 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인 것 같다"며 "국민들의 입을 봉쇄하는 작금의 현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의사표현의 자유를 막고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인터넷 실명제 조항을 당장 개정하라"고 촉구했다.
 
"내년 총선이 더 문제…국회와 각 정당 적극 나서야"
 
현행 선거법 제93조에는 특정 정당과 후보를 비방, 지지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기간은 선거일 전 180일 부터 선거 전날 까지로 규정돼 있는 상황. 행위의 범주에 대해서도 광고, 사진, 문화, 인쇄물, 문서 등 거의 모든 매스 미디어가 포함돼 있다.
 
공동대책위에 따르면, 10월30일을 기준으로 선관위가 인터넷 상에 오른 글에 대해 삭제를 요청한 건 수는 총 5만5842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대선 관련 게시판에 오른 글과 UCC 같은 동영상을 규제한 경우는 전체의 68%인 827건에 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김연수 씨의 경우도, 언론의 보도내용 이른바 '팩트(fact)'를 근거로 UCC동영상을 제작했다가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현재 선관위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유권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
 
김연수 씨는 "(언론에 보도된 이명박 후보의) 단순한 사실 만을 갖고 동영상을 제작했지만, 한나라당으로 부터 고발조치를 당했다"며 "법이 국민들의 입을 막으려 한다면, 어떤 사람이 여야 후보의 정책을 언급하겠는가. 현행 선거법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180일 전으로 규정한 선거법 제93조 외에도, 본격적인 대선 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27일 부터 인터넷 실명제가 시작된다. 선거법 제82조 6항에 의거한 본 규정에 따르면, 모든 정치 관련 게시판 및 방명록 등에는 실명인증을 거친 후에야 글을 개제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 오 사무처장은 특히 법개정을 위해 국회가 나설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     ©대자보

이러한 이유로,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의 경우 지난 9월 10일부터 모든 정치기사에 대해 개별적인 댓글을 허용하지 않고 정치적인 댓글은 모두 정치토론장에 들어가 쓰도록 하는 '통합 댓글'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대해 이들 단체는 "비정상적 침묵을 강요받는 작금의 대선정국에서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권리는 진정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유권자를 범죄자로 만들고 입을 틀어막는 선거법 개정을 위해 국회와 각 정당이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이들은 △네티즌과 유권자에 대한 과잉단속 중단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인터넷 실명제 집행 중단,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제93조 폐지 등을 정부와 선관위, 국회, 경찰 등에 촉구했다. 
 
함께하는시민연대 오관영 사무처장은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글에 대해 실명 인증을 거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전 검열'과 다를 바 없다"며 "대선 뿐 아니라, 내년 총선을 위해서 라도 선거법 개정을 통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주장했다.
 
"공대위 홈페이지 통해 실명제 반대 운동 확산시킬 것"
 
한편 이미 선관위와 정부종합청사, 이날 국회앞 기자회견을 통해 '인터넷 실명제 거부'를 선언한 공대위는 내주로 예정된 경찰청 앞 기자회견(날짜 미정)을 통해 선거법 제93조와 실명제 방침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실명제 반대운동과 동시에 홈페이지(http://www.freeinternet.or.kr)를 개통한 공대위는 온라인을 통해서도 '반대 배너 달기'와 선거법 개정 이유를 설명하는 등 인터넷 실명제 조항을 개정키위해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공대위 소속 인터넷 언론사들은 향후 실명제 규정이 적용되는 26일 자정 부터 대통령 선거 전 날인 12월18일 자정 까지 게시판 및 댓글란을 폐쇄하고 행자부의 인증제를 거부하는 등 강력한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7/11/22 [18:2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