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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해당한 네팔노동자, "미국에 속아 이라크갔다"
취업노동자 살해에 국민 경악, 위험지역 취업도 마다 제2 인질사건 우려
 
배정원   기사입력  2004/09/01 [16:50]
‘안사르 알-순나'라는 이라크 무장단체가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서 8월 31일(현지시간) “피랍 네팔인 12명을 살해했다”고 밝히고 네팔인 1명을 참수하고 11명을 사살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한 것이 AFP 통신 등 외신으로 네팔에 전해지자 네팔 정부와 국민들은 경악에 휩싸여 있다. 
 
▲안사르 알-순나군의 웹사이트에 22일 게시된 12명의 피랍 네팔인 근로자들의 모습     © AP-연합

안사르 알-순나'는 성명에서 "불교를 믿으면서 이슬람 교도와 싸우고 유대인과 기독교에 봉사하기 위해 이곳에 온 12명의 네팔인들에게 신의 판결을 집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성명과 함께 살해 장면이 담긴 비디오와 사진을 함께 게재했는데 12명 가운데 한 명은 참수된 것으로 보이며 나머지 11명은 등에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네팔인들은 요리사와 청소부 일을 하기 위해 이라크에 입국했는데 지난달 19~20일 경 납치됐으며 지난주말에 공개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자신들은 "미국의 거짓말 때문에 이라크에 일하러 들어왔다"고 말했었다.
 
살해 장면이 공개된 비디오 테이프에서 이 단체는 또 "이라크에서 점령군에 협조하고 이슬람과 무슬림들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 이들 장면을 공개한다"며 반미항전을 계속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네팔 정부는 '국가적 슬픔의 순간'이라며 이라크 정부에게 살해 무장단체들에 대한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네팔 정부는 인질살해 소식이 전해진 뒤 긴급 각료회의를 개최했으며 프라카시마하트 외무장관은 테러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국제사회가 이에 대한 반대를 표명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네팔은 특히 미군 주도 이라크전에 참전하지 않았는데 이번 사건이 발생,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는 이라크 반군 또는 무장세력이 저지른 외국인 인질 살해 중 단일사건으로는 지금까지 가장 큰 규모가 된다.
 
이라크의 지도적 성직자 단체인 이슬람학자협회측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이들 네팔인들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라며 무장단체의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피랍 네팔인 12명을 살해 소식을 들은 네팔국민들은 경악해 하고 있다. 힌두교식으로 기도를 올리던 한 시민은 "이번에 살해당한 네팔노동자들은 가난때문에 네팔을 떠나 단지 일하러 이라크에 간 것뿐"이라며 비통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이라크 정부는 불법으로 이라크에 잠입한 네팔인 14명을 체포했다고 8월 26일자 히말라얀 타임즈지가 보도했다. 이들 네팔인들은 취업목적으로 이라크에 밀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팔인들은 경제적인 빈곤과 네팔에서의 고용기회가 적어짐에 따라 국외로 이주노동자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팔에 있는 수많은 사설 인력송출회사를 통해 수천불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돈만 벌 수 있다면 위험지역도 마다하지 않는다. 네팔경찰은 이라크에 네팔인들을 보낸 인력회사의 사장과 직원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빈국중의 하나인 네팔은 국내 정치불안과 마오이스트와 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경제적인 가난으로 인해 여전히 국외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네팔인 노동자들은 이라크등 위험지역에 계속해서 취업을 목적으로 들어갈 것으로 보여 납치단체에 의한 제2, 제3의 인질 사건이 일어날 우려가 크다.
 
카트만두=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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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9/01 [16:5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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