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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 인민내전으로 세계 최빈국이 된 네팔
절대왕정, 군사 대결만으로 내전갈등 극복불가능, 평화적 협상만이 살길
 
배정원   기사입력  2004/03/25 [19:42]

23일자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발행되는 <카트만두포스트>에 의하면 네팔 정부군 관계자가 베니 전투에서 사망한 정부군과 반군의 시신 각각 30구와 40구를 발견했다고 확인했다. 민간인 사망자는 15명으로 밝혀졌다. 정부군은 21일 성급하게 대변인을 통해 반군의 사망자수가 500명이라고 주장해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편 마오이스트 반군 서부지역 총사령관인 파상(Pasang)은 성명을 통해 반군이 49명의 정부군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마오이스트 반군 소식통은 포로로 잡힌 먀그디 지역 군수(郡守)와 경찰서장 그리고 정부군 31명은 체포된 반군 고위간부인 마트리카 야다브, 스레쉬 마가르, 틸락 샤마와 교환하는 조건으로만 석방된다고 전했다. 야다브와 마가르는 위조여권으로 유럽에 갈려고 시도하다 델리공항에서 인도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지난 2월 8일 네팔정부에 의해 인계되었다.

베니지역 현지 목격자에 의하면 정부군은 전투 직후인 일요일 오전에 4대의 헬리콥터를 이용해 대대적인 공중반격으로 수색작전을 하던중 1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내무장관인 카말 타파와 네팔정부 고위층은 전투 하루 후인 22일 베니지역을 둘러보고 군경 관계자로부터 상황을 보고받았다. 포로로 잡힌 사가르 프라줄리 군수와 라나 고탐 경찰서장 가족들은 성명서에서 그들의 조속한 석방을 반군에게 호소했다.

이번 베니 전투에서 정부군은 성급하게 반군 사망자를 500명으로 발표했고, 반군도 경찰을 포함해 정부군 사망자를 160명으로 발표하는 등 상호간의 승리를 주장하는 등 군사 선전에 열을 올렸다.

이미 9년째 지속되고 있는 내전에서 진정한 희생자는 정부군도 마오이스트 반군도 아닌 2천 5백만의 네팔 국민이다. 7개월전 협상이 결렬된 이후 치열한 쌍방간의 군사행동으로 사망자 숫자만 해도 약 8천명에 이른다. 소위 '인민전쟁'인 내전이 시작된 96년 2월 13일 이후 지금까지 만 2천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장기화된 내란으로 인해 네팔경제는 2001-2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240불에서 2002-3년에 220불로 그리고 2003-4년은 200불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결과 네팔은 소말리아 다음으로 가난한 세계 최빈국 2위라는 오명을 쓰고있다. 2월 12일자 히말리야 타임즈는 네팔 재무부 장관의 말을 인용해 국민 총생산량의 70%가 외채라고 보도했다.

네팔의 주요 산업인 관광업은 내전으로 인해 9년 전에 비해 관광객수가 무려 80%가 감소해 막대한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 내전 이전에는 관광업은 20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했었으나 지금은 수많은  호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상점, 트랙킹을 주선하던 여행사가 문을 닫았으며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해 실업율이 높다.

내전지역에서 피난온 난민들로 인해 비교적 안전한 수도인 카트만두 인구가 9년안에 2배로 불었고, 그 결과 카트만두의 부동산 가격이 4배나 뛰어 올랐다. 마오이스트의 빈번한 총파업으로 인해 하루벌어 하루먹고사는 일반 서민의 경제상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번 전투에서 보듯 군사적인 행동이나 군사력 만으로는 네팔의 갈등은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정부군이 숫적이나 장비면에서 우세하다고 하지만, 산악이 많고 서쪽으로는 800 km에 이르는 길고 열려있는 인도국경을 접하고 있는 네팔 지형을 이용해 게릴라전으로 집요하게 공격하고 빠지는 마오이스트 반군을 진압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9년째 계속되고 있는 내전이 장기화 될수록 네팔 국왕에게 의회없이 절대왕권으로 네팔을 통치할려는 외적인 구실을 주게된다.

이미 네팔국왕은 2002년 10월 4일 의회를 해산하고 자신이 임명한 친왕당파로 정부를 조각하여 네팔을 군림하고 있다. 결국 네팔은 1990년 이전의 왕정 체제로 복귀하고 있는 현실이다. 현 정부는 군사 예산을 늘려 정부군을 늘이고 무기를 수입하여 가뜩이나 빈약한 네팔 재정에 불균형을 초래하여 경제 사회 교육부분 예산이 무려 30% 이상이 삭감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군이나 반군 어느쪽도 일반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평화적인 해결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왕을 대변하는 네팔정부와 의회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5대 주요 정당, 그리고 마오이스트 반군 3자간의 대화 재개와 평화적인 협상만이 회복이 불가능한 네팔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다.

절망적인 네팔의 민주주의에도 봄은 오는가.

네팔 카트만두 = 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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