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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출소 1년째, 삼성해고자 아내로 살아가기
권력자에게 관대, 약자에겐 가혹한 법, 만인앞에 평등한 법으로 거듭나야
 
박미경   기사입력  2004/04/27 [09:23]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을 기대한다.
▲송수근씨     ©송수근 홈페이지
남편이 해고된 이후, '명예훼손', '집시법위반' 등으로 두 번이나 구속되었던 시기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의 고통을 모두 합해도 모자랄 정도의 엄청난 아픔을 겪으며, 이 세상과의 인연을 끊어 버리려고 극단적인 마음을 먹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건 무능력한 엄마로서, 어린 딸아이의 슬픔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제 팔에 안겨 “엄마! 나, 아빠 너무 너무 보고싶어. 나, 가슴이 아프다. 왜 그래?”

어린 딸아이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아이를 끌어안고 목까지 차 오르는 슬픔을 도저히 억누를 수가 없어 함께 통곡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토록 고통스럽고 모진 시간들을 별 탈 없이 무사히(?) 보내고, 출소하는 남편을 마중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는데, 단 몇 시간의 시간이 왜 그렇게도 더디게 흐르는지, 남편이 부재중이었던 2년여의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남편이 교도소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흐르고, 온몸에 힘이 다 빠져버려, 잠시 서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남편과 후배의 부축으로 일어서려고 몇 번 노력했지만 허사였습니다. 연체동물처럼 버틸 힘이 없어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남편의 두 번째 구속 후, 이런 증상이 종종 나타났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경성’이라고 하더군요.
 
아빠를 그토록 그리워하던 딸아이가 엄마의 모습을 보고 따라 울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의외로 딸아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빠의 품에 안겨 꼬깃꼬깃 접은 편지를 전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한 해고자들과 지역 단체 사람들을 향해, 출소 인사를 하는 남편의 목소리도 감정이 북받친 듯 조금 떨렸습니다.
 
출소 후, 생계를 위해 막노동과 투쟁을 병행하던 남편은 현재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쟁의 연장선에 있기에 여전히 부재중일 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6년의 투쟁을 묵묵히 지켜보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란 말은 한낱 헌법의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남편의 재판과정을 통해본 결과, 현실의 법은 책 속의 글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듯 했습니다.
 
법에 무지한 제가 볼 때도, 권력을 쥔 사람들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법이, 사회적 약자인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공정하지 못하고, 가혹한 법 집행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이 나라의 법이 만인 앞에 평등한 법으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 남편의 해고와 구속 후 살아가는 흔적들을 남기는 홈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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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4/04/27 [09:2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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