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강준만 교수의 침묵을 이해할 것 같다
모두가 화합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하여
 
낭만주의자   기사입력  2004/04/13 [14:47]
강준만은 올해 들어와서 정치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
탄핵 사건 이후 잠시 한국일보 칼럼을 썼을 뿐이다.

사실 요즈음 전체 개혁진영의 주요 흐름을 보면, 강준만 같은 사람의 논조를 펴다간 죽창 터지게 되어있다.

무슨 진지한 토론할 겨를도 없이, 본문 내용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잔민당,난닝구" 이 따위 소리부터 튀어나온다. 도무지 대화가 안된다.(솔직히 한달 전까지만 해도 한때 동지였던 서프라이즈 네티즌들과 진지한 대화와 토론을 하기 위해 글을 써왔었는데, 이제는 그 사이트에 아예 가지도 않는다. 시간낭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가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는 이 해답을 또다시 강준만의 글에서 찾는다.
간단히 말해 다음과 같다.

역사적으로 한국인들은 끊임없는 외부의 위협과 침략, 그리고 그로 인한 위정자들의 백성들에 대한 가혹한 억압과 수탈 등에 못이겨 기회주의와 처세술이 몸에 배였으면서도 가슴속에는 개혁을 향한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어떤 계기가 되면 그 개혁열망이 "극단적"으로 표출하게 된다.

그러다가 조금씩 의견이 갈리는 집단이 생기고 주도하는 측의 권력욕으로 인해 분열을 하게 되면 서로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자신만이 선인양 상대방을 죽이려하게 되고, 개발독재의 산물인 한국인의 "조급증"으로 인해 상대방 죽이려는 작업을 서두르게 된다.

현대사를 살펴보면 남북분단, 6월 항쟁 이후의 민주화 세력의 분열, 그리고 김대중과 이기택의 통합민주당 분열, 민주당 분당 사태, 최근의 탄핵사건 등은 그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이런 상태에서 강준만같은 중도파는 친노 반노 양측에서 쥐어터지게 되어있다. 해법은 나오지 않고 고래 싸움에 새우 등만 터지는 격이다.

내 생각에 강준만은 아직도 민주당을 지지할 것 같다.
그것도 조순형의 민주당이 아니라, 추미애의 민주당 말이다.
탄핵에 대해서는 무척 분노하고 반대했지만, 그것만을 기준으로 민주당을 평가할 수는 없다.

강준만은 열린우리당에 표를 주는 호남인들에 대해서도 꾸짖겠다고 한 적이 있다.
물론 그런 호남인들도 아픔의 역사에서 차별받아서 힘있는 곳에 기대게 되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므로 이해가 되는 것이니 적극적으로 꾸짖진 않을 것이다.

강준만은 추미애의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당이고, 민주당의 방향은 그리로 나아가야한다고 설득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강준만은 정치 이야기만 해서 될 게 아니라, 언론 역사 등 여러 방면에서 연구하고 의제를 내세우는 등 할 일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는 강준만이 개인적으로 자신 이름이 먹칠당하는 게 싫어서 그렇다기보다는 현실적으로 자신의 의제설정과 주장이 폄하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기적인 포석을 펼치는 것으로 본다.

지금 자꾸 정치이야기하면서 언론,역사 이야기하면, "너 민주당 지지용으로 그런 주장하는 거지?"하는 눈총 때문에 그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된다.
아직도 민주당 지지 노선은 그 자체로 "수구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게 우리 사회다. (지식인 사회든 대중 사회든 모두)

어떤 사람들은 탄핵 직전까지도 침묵했던 강준만이 이해가 안된다고 하지만, 나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강준만이 <김대중 죽이기> 책을 냈을 때에도 얼마나 많은 의심의 눈초리(소위 "DJ맨"으로서 "지역주의자"라는)에 시달렸던가?

그 오해를 풀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고생했던가..

최근 정국도 마찬가지다.
나름대로 민주당에 대해서도 비판과 충고를 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면
"너 민주당 살리려고 그러는 거지?" (이게 뭐가 나쁜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리 들을까봐 못하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해서, 호남에 대해서, 추미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할 수록
듣는 소리는 "지역주의자"라는 단어밖에 없다. 요새 호남의 정신을 이야기하면 무조건 지역주의자가 된다.

많은 개혁진영 사람들은 박근혜의 영남행과 추미애의 호남행을 기계적으로 같은 것으로 본다.

"무조건 우리부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는 <원리주의자>들이 추미애의 행보를 지역주의라 욕하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스스로를 <현실주의자>라 칭하는 사람들이 이런 주장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실 친노들은 <원리주의자>가 아니다.
노무현과 그 측근들이 돈 받아먹은 것도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다.
아니, 이라크 전투병 파병과 그 과정에서의 거짓정보 흘리기도 "이해"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유독 추미애의 행보는 "지역주의자의 행보"로만 보고 "이해"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입아프므로 더이상 설명하지 않겠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박근혜와 추미애의 행보, 이 양자는 현상적으로는 같은 지역주의로 보이지만..본질을 파헤쳐보면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한나라당은 끊임없는 호남차별정치를 펼치지만 민주당은 영남차별정치를 펼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은 저쪽(호남)이 뭉치니까 우리(영남)도 뭉쳐야한다는 소릴 하면서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하지만 민주당은 그러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은 비례대표 등에서 고작 3명을 후순위에 넣고도 호남에 대해 배려를 했다며 생색을 내지만, 민주당은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해 지역적으로 차별하지는 않는다.(이런 이야기하기는 뭐하지만 민주당 비례대표 1번은 경북 출신의 손봉숙이다)

강준만의 노선과 거의 같은 방향을 따르는 나 또한 영남지역에서의 극소수 (추미애의) 민주당 옹호자로서, 남프라이즈 등 민주당 열혈 지지자들로부터는 "노뽕 투" 맞았다고 욕먹고, 친노들로부터는 "난닝구"라고 욕먹는 등 양쪽에서 쥐어터지니 도무지 살 맛이 안난다.

사실 나도 침묵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내가 뭐하러 이런 짓하는가 회의가 들 때도 굉장히 많다. 자기 혼자 잘먹고 잘 살기도 힘든데...

하지만 나는 강준만처럼 언론 역사 등에서 방대한 기록을 남기고 의제설정을 할 능력과 위치도 되지 않으므로.. 소시민으로서 상처를 받더라도 여유가 생기는 대로 힘이 있는 한 꾸준히 나아가련다.

나는 모두가 화합하고 서로를 배려, 이해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하기 때문이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4/04/13 [14:47]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