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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정동영 의장을 밀려나게 했나
[기자수첩]정 의장 실언으로 생긴 실망을 겨여견제로 변화 시켜
 
손봉석   기사입력  2004/04/13 [00:23]

12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총선투표를 이틀 남겨 놓고 사퇴해 총선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사퇴문에서 "오늘 저는 광주, 전남, 제주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했습니다. 국민주권을 지켜내지 못하고 국민이 뽑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된 심정으로 사죄했다"고 밝히고 " 4.15 총선은 선거가 아니라 역사라는 본질을 지켜내지 못한 죄인으로서 사죄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정 의장은 "선거의 역사성이 흐려지고 있다"며   "탄핵 세력들이 다시 커져서 4월 15일 이후에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끝내 탄핵시키고 말겠다는 음모가 느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면도 물론 있겠지만 현재 열린우리당이 처한 총체적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 정의장의 사퇴는 단순한 선거용 이벤트 이상의 의미도 내포한 것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후 이어진 '정치적 내전' 의 연속이라는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구세력은 '정치쇼'라고 폄하를 하면서도 '대통령'에 이어 정동영 의장까지 말 실수를 통해 잡은 기회를 이용해 여권에 대한 실망을 다른 방향으로 도출해 내 사실상 '정치적 탄핵'을 해냈다는 점에 고무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잦은 '말실수'를 부패와 무능으로 전환한 후 탄핵을 일궈 냈으나 예상보다 큰 여론의 역풍으로 주춤한 상태에 있었으나 현재는 정 의장의 '말실수' 라는 또 한번의 기회 덕분에 전열을 가다듬고 총선에서의 역전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 언론의 일반적인 판세분석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경우에는 제1당으로의 화려한 복귀도 가능한 의석수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최근 자체조사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박근혜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헌재에 탄핵결과를 맡기자"며 자신들이 가결표를 던지거나 나서서 주도한 탄핵에 대한 가치판단 자체를 유보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이 된 마당에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법치에 어긋난다는 논리로 버티며 탄핵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며 탄핵역풍이 사그러 들기를 기대했고 이는 현재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 의장의 '노인발언'으로 그 시기는 앞당겨졌고 야당들은 여권지도부의 경솔함에 대한 실망감을 다른 방향으로 전이시키려는 노력에 들어갔다.

이후 박근혜 대표는 '거여견제론'을 강력하게 들고 나왔다. 박 대표는 거의 대부분의 유세때 마다 '여당이 독주하면 국정이 문란해 질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왜 여당이 거대화 할 가능성이 생겼는지에 원인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 원인제공자가 바로 자기 자신을 포함한 193명의 탄핵안 가결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추미애 위원장은 박 대표와 달리 수차례 국민사과를 했지만 그것은 '한-민공조'에 대한 반성 뿐이었지 탄핵과 국정혼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탄핵은 전혀 반성할 이유가 없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이뤄졌다는 것이 양당의 거듭되는 주장이다. 

일부에선 논쟁도 있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은 정치권의 수구세력(한나라)과 반노세력(민주당)이 만들어 낸 정치보복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헌법학자와 여론의 70%가 탄핵사유도 되지않고 반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난 1년간 보여준 실책과 실수는 국민을 괴롭게 한 것도 사실이다.

이라크파병 등 여러 사안에서 노 대통령은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거나 거친 언행으로 화제를 불러왔으나 국민보다는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경제등 사회 각 분야의 개혁도 전임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 처럼 과감히 실천하지 못했다. 

개혁에 코드를 맞추든 안정에 중점을 두든 앞으로 4년이 지난 1년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이런 국민들의 우려속으로 거여를 견제할 야당이 필요하다며 한나라당이 반성하고 그 역할을 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대표 자신을 포함한 구 여권의 인사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이전까지 40여년간 저지른 비리와 부패행위, 70년대부터 이어온 수 많은 인권탄압과 민주인사에 대한 고문과 살인에  대해 구체적인 사죄는 전혀 없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지난 대선당시 한나라당 각 지구당 중앙당으로 부터 2억여원씩의 불법선거자금을 지급받아 사용했지만 법적으로 이를 책임지거나 사용내역이라도 밝힌 의원은 당적을 바꾼 5명 뿐이었다.

또한 지난 4월9일에는 '인혁당사건'으로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처형당한 8명의 민주인사들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박 대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선후보인 정모 의원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당시에 안기부에 근무했고, 김모 의원은 5.18 당시 신군부에 속한 장교였다.

또한 최근에는 당 차원에서 취재기자들에 대한 언론통제를 지시하기도 했다. 철저한 자기반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행동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열린우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을 당의 지지로 변화시키려는 노력으로 햇볕정책의 계승과 파병반대를 총선 이슈로 삼아 지지율 회복에 시동을 걸고있다.

그러나 민주당 역시 반성을 해야 할 인물들이 당의 핵심적 위치에 있기는 한나라당과 마찬가지다.

총선에 나선 한모 의원은 자신이 스스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사실을 밝힌바 있고 박 모 의원은 80년대에 이름을 날리던 공안검사 였다.

민주당 공천을 받은 김민석 전 의원이 열심히 영등포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태로 박상천 의원까지 지원한 추 위원장 마저 김민석 전 의원에 대한 지원은 꺼리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야당이 자신의 '말실수'로 인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불안감을 선거전술에 전환해서 이용하자 정동영 의장은 다음과 같은 함축적인 사퇴사로 위기감을 표현했다.

"한나라, 민주, 자민련 3당이 대통령을 탄핵해놓고 4월 15일 저녁 승리했다고 만세 부르는 광경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라고 외친 것이다.

문제는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일어난 여권의 표현으로는 '의회쿠테타'라는 탄핵충격을 상쇄할 만한 말실수를 저지른 후 이를 수습하지 못한 것도 바로 정의장 자신의 능력부족 이라는 점이다.

협상의 대상인 야당들을 무시하다가 탄핵을 유도했고 '170~180석' 이라는 초기 여론조사를 믿는 오만으로  실언을 한 후 수구언론은 다양한 방법으로 정 의장의 경솔함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와 정보를 제공했다.

현재로선 여당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고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한 깊이 있는 검토도 물론 중요한 국정과제다.

문제는 탄핵심판이 아니더라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너무나 많은 기회와 용서를 국민에게 받은 '전과'가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두 야당은 여권보다 투명한 도덕성으로 충실하게 견제할 자격이나 평화와 개혁을 착실하게 다져 나갈 능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

물론 열린우리당 역시 민주노동당을 위시한 진보정당들에 비교하면 매우 끔찍한 수준의 정치인들을 포함하고 있고 당 정책과 정강은 한나라당과 가까운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가득하다.

지금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역주의나 세대갈등,  혹은 인터넷으로 뒤져낸 정치공학적 상상이 아니라 각 당의 지나온 과거를 기초로 각 당이 내세운 약속인 공약이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를 판단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자신이 판단하기에 가장 깨끗한 후보와 국가발전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정당에 투표를 하면 될 것이다. 

상식을 지키는 일이 때로는 가장 어려울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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