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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의 힘? 식자들의 대선 분석, 못 믿겠다
[정문순 칼럼] 민심 함부로 재단하고 선거판 쥐고 있다고 착각한 지식인들
 
정문순   기사입력  2013/01/30 [15:45]
18대 대선 결과가 예상 밖으로 나타나자 정권 연장의 일등 공신을 50대에게 돌리는 목소리가 높았다. 고령화 사회이니 20-30대가 50-60대 유권자 머릿수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고령화 사회인 줄을, 투표함 따고 나서야 깨닫다니. 선거 이후 쏟아지는 세대론 분석을 보며 기가 찼다. 호남 인구가 경상도 인구에 현저히 밀리니 야당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거 전에 일찌감치 있었다. 그러나 영·호남이 아닌 노인의 쪽수 역할에 주목하는 지식인들은 없었다.

이제 와서 잘난 지식인들은 내친 김에 노령 인구가 계속 늘어나니 야당이 정권을 잡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비관론을 유포하고 있다. 한 시사 주간지는 “50대는 왜 박근혜를 찍을 수밖에 없었나.”라고 했지만, 나는 왜 식자들은 제 무식을 탓하지 않고 이런 뒷북치는 소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는지가 더 의문이다. 이번 대선을 세대 전쟁으로 보는 사후 분석이 맞는지도 의심스럽다.

선거 때마다 일정한 바람이 작용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단순히 연령이나 지역 간 머리 숫자로 승패를 따지는 것은 어딘가 모자라는 분석 같기만 하다. 쪽수만으로 선거가 판가름 난다면 호남이 지지하는 후보는 정권 획득이 애초에 불가했다. 유권자 숫자 논리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탄생을 설명할 수가 없다. 10년~15년 전이라고 호남 인구가 영남을 앞지르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한국 지식인들이 엉터리 점쟁이만큼의 예측력도 없음이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집권 초기만 해도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고 비판 여론에 재갈을 물리는 퇴행을 저지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별로 없었다. 어떻게 일궈온 민주주의인데 아무리 보수 정부라고 해도 뿌리까지 건드리겠나 하는 방심이 우세했다.

식자들의 돌팔이 능력이 더 확실히 입증된 것은 촛불시위 정국이다. 이들은 100만 촛불 시위 대열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목청 높이고 대열을 이끄는 지도부나 예전의 국민운동본부 같은 사령탑도 없는데, 조직되지 못하고 별로 똑똑해 보이지 않는 시민들이 물밀듯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촛불 정국 당시 한국 지식 사회는 이전의 시민운동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분석하느라 바빴다. 집단 지성이니 다중의 민주주의니 하는 용어들이 그때 동원되었다. 자신들 머리로는 요령부득인 사회 현상을 설명하려니 외국산 이론을 부랴부랴 끌어온 것이다.

무식한 지식인들의 헛발질은 끝나지 않았다. 까딱하다가는 무너질 것처럼 보였던 쇠고기 수입 정권이 5년 내내 건재할 줄도 몰랐다. 위축되기는커녕 촛불에 덴 상처를 국민을 상대로 앙갚음하고 나설 줄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촛불 시위를 전후로 이명박 정권이 더 난폭해질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집권한지 몇 달도 안돼 국민들로부터 물러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면 국민 무서운 줄을 확인하고 유순해질 줄 알았을 뿐 대운하를 포기하겠다는 말로 잠깐 엎드렸다가 그 반동력으로 무슨 짓을 할 줄은 몰랐다. 국민을 사찰하고 언론을 손아귀에 넣고 검찰과 사법부를 정권 보위부대로 전락시키고 금수강산을 절단 내는 대역사를 밀어붙이고 촛불 배후로 전직 대통령을 의심하여 괴롭히다 벼랑으로 내몰 줄을 어떤 지식인이 예상했나.

일반인은 넘보지 못할 지식을 쌓았다는 자들이 지혜롭지 못한 것은 제 능력을 과신하는 오만 탓이기도 하다. 똑똑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진보 정당의, 대선 후보는 무슨 생각으로 사퇴했을까. 양자 대결의 살얼음 싸움에서 자신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고 믿은 이정희의 오판은 무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심을 함부로 재단하고 선거판을 자신이 쥐고 있다고 착각한 오만이 무지를 부른 것이다.

결론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식자들의 말은 믿지 말 것. 남들보다 똑똑하다는 자만이 지혜를 억눌러 무지로 빠지는 자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 학위 따고 글줄이나 읽었다는 지식인 사회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불행하다. 그럼 누구를 믿어야 할까. 암만 생각해도 믿을 것은, 천지 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데카르트가 세상 모든 걸 의심하고 의심해도 그 의심의 주체인 ‘나’라는 존재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의지할 것은 세상 모든 가치보다 우뚝 위에 서 있는 ‘나’ 자신뿐이다.

새해에 계획을 세웠다. 젊은이들 앞길이나 가로막는다는 비아냥이나 듣는 ‘논네’(노인네의 비칭)로 나이먹지 않도록 몸을 긴장시키고 젊어지도록 노력해야겠다. 7080 노래는 끊고 소녀시대 노래를 배울 생각이다. 살을 빼고 치마 길이도 더 올릴 것이다. 
 
* <경남도민일보> 1월 29일 기고를 손본 것임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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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1/30 [15:4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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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까고있네 2013/02/09 [15:30] 수정 | 삭제
  • 이 여자 완전히 머리속에 완전히 좌빨 마인드네 , 광우뻥 선동에 온나라가 광분해 난리난걸 말돌려 까는것좀 보소, 차라리 이명박이 싫다고 말해라, 그리고 마산사람 어쩌구 까더니 당신 진성 전라도지? 이거 냄새가 나는데 , 어디 한번 국정원에 찔러 볼까? 김대중 노무현 좌파 정권 10년 나라 말아 먹은건 말안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