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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박근혜,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했어야…"
회고록 발간 인터뷰서 "이제는 공인으로서 잊혀졌으면 좋겠다"
 
김학일   기사입력  2017/12/01 [23:49]

 

(사진=자료사진)
 

고건 전 국무총리는 1일 발간한 회고록에서 "정권의 성패 기준은 시대적 과제를 수행했는가에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는 변곡점이 될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고건 회고록-공인의 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관련해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할 때인데 그걸 안 하다가 정권교체, 즉 권력이동이 된 것"이라며, "나는 구보수가 궤멸했고 진보가 승리했다고 보지 않는다. 구보수는 자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 전 총리는 "혁신은 진보의 가치였는데, 요즘은 '보수도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자타가 공인했다. 그러니 진보도 새로 태어나야한다"며, "신보수와 신진보가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이 환골탈태하지 못하고 지난 시대처럼 양측이 흙탕물 싸움이나 하면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고 전 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정말 답답했다. 오만, 불통, 무능… 하시지 말았어야 했다.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하셨어야 한다"며 "당사자가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면서 진영대결에 앞장 선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박근혜를 검증 안하고 대통령으로 뽑은 것 아니냐"라며 "보수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진영대결의 논리이고 결과, 중도 실용을 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전 총리는 이어 지난해 본격적인 '국정 농단' 사태에 분노한 민심이 '촛불'로 나타나기 직전 일화를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2016년 10월 30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사회원로 몇명과 함께 차를 마시며 '국민의 의혹과 분노는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성역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국정 시스템을 혁신해 새로운 국정의 모습을 보여달라'고 진언했다"면서 "그러나 결국 촛불 집회가 일어나고 탄핵안이 발의돼 가결됐다"고 전했다.

고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과제에 대해서는 "촛불 민심에 나타난 대로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제도개혁을 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 중 하나"라며, "포괄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정치·경제·사회의 틀을 찾아야하는 것이 바로 시대적 과제이다. 탈산업화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 일자리 문제, 세계 유례없는 초고령화 진전. 사회안전망 미비로 인한 소득격차 확대, 이런 것을 해결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서는 "특정 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조사해서 처벌할 것은 처벌해야겠지만 기본 목적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의 혁신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며, "특권과 반칙이 없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바로 국민통합으로 가는 길이다. 거기서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으로 연결되는 거니까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3년-2004년 자신이 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일하던 때의 경험을 얘기하며 여야정 협의체제의 조속한 구축 등 현 정부에 대한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고 전 총리는 "당시 대국회관계는 전적으로 총리 몫이었다. 여당이 3당인 신4당 체제에서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 한·칠레 FTA 비준안, 태풍 매미 피해복구를 위한 추가경정예산, 이라크 추가파병까지도 논의했다"며, "지금은 여당이 제 1당인 신4당 체제인데도 여야정 협의체가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전 총리는 아울러 과거 중도 신당의 추진 실패와 대선 불출마 선엄 경험을 언급하며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개선을 주문했다.

그는 "현행 소선거구제가 민주화를 하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호남당, 영남당 등 지역 패권 정당이 소선거구제에서 기반을 닦아 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폐단이 더 많다"면서, "따라서 정치발전을 위해 이제 정치적 수명을 다한 소선구제를 고쳐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를 늘리고 일본식으로 석폐율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고 전 총리는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헌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우선 정치권이나 국민들이 70년 동안 대통령제를 학습해 왔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남북대립관계가 심각한 상황에서 새로이 내각책임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해서 새로이 학습을 시작하거나 새 집을 짓는다고 나서면 집을 짓다가 만다"고 밝혔다.

그는 "오랫동안 학습해온 대통령제를 수선해서 쓰는 방향에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런 대통령제의 수선 방향으로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행정각부 실·국장급 인사권은 총리와 각부 장관에게 부여하는 ‘대통령권한분산형’ 개헌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밖에 '고건 회고록'에는 지난해 10월 30일 국가비상시국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해 시국 수습방안으로 책임총리제와 거국내각제 등 국정시스템 혁신, 성역 없는 수사를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 대선 불출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아울러 지난 1980년 5.17쿠데타 때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조치를 반대하고 사표를 낸 일, 1987년 6.10 민주항쟁 때는 내무부 장관으로서 명동성당 전경투입을 반대하고 평화적으로 농성을 마무리 지은 일 등 다양한 일화도 서술되어 있다.

고건 전 총리는 회고록 출간에 앞서 30일 기자들과 만나 출판 간담회를 가졌다.

고 전 총리는 "공직이 30년인데, 중간 중간 야인으로 지낸 20년도 공인의 마음가짐으로 살았기 때문에 50년 동안 공인으로 산 셈"이라며, "그 50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민주화, 정보화, 거버넌스 시대라는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경험했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겪으며 각 시대의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위치에 섰던 자신은 공인으로서 커다란 행운"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나 그는 "개인으로서는 오늘 기점으로 해서 잊혀 질 권리를 행사할까 한다. 더 이상 공인으로서는 잊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생애에서 마지막 인터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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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01 [23: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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