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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FTA는 중대사안, 당내 파워게임 아냐"
비준안 합의로 졸속강행처리 빌미제공 사죄
 
CBS <변상욱의 뉴스쇼>   기사입력  2011/05/06 [23:32]
- 비준안 합의로 졸속강행처리 빌미제공 사죄
- 여야 합의안, 당내 토론 거쳐 파기된 사례 많아
- 야권통합, 당분간 통합의 'ㅌ'도 못꺼내

■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변상욱 앵커
■ 대담 :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

 
◇ 변상욱> 민주당 천정배 최고위원과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문제를 이야기 하겠습니다.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FTA 비준안을 처리했습니다. 민주노동당처럼 나가서 몸으로 막든지 아니면 몸으로 막는 것은 지난번에 어떻게든 하지 말라는 쪽으로 이야기 했으니까 반대토론회라도 하시지 왜 불참하셨습니까?

◆ 천정배> 우선 한나라당 이명박 정권이 한-EU FTA를 졸속강행 처리했습니다. 이것은 600만 중소상인의 생존을 위기에 빠뜨리고 400만 농민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협정입니다. 참으로 통탄스럽습니다. 길고 고통스러운 서민 빈곤의 시대, 사회적 배고픔의 시대가 열리게 됐습니다. 저는 이점을 우선 강력히 규탄합니다. 또 민주당이 잘못된 비준동의안 합의 사태로 졸속강행처리의 빌미를 제공하고, 국민들께 큰 실망을 드렸습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그런데 우선 국회가 지난 해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대기업슈퍼마켓, 즉 SSM를 규제하는 유통법, 상생법의 개정법률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한-EU FTA가 현재대로 발효되면 이 유통법, 상생법이 무력화되고 맙니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 없이 한-EU FTA를 졸속 비준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이죠.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엊그제 비준을 고집했고, 민주당은 하는 수 없이 본회의 불참으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물론 본회의에 들어가서 반대토론를 할 수 있었겠죠. 그러나 저희로서는 결국 들러리만 서주는 일이고, 민주당으로서는 본회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불참을 선택했습니다. 다만 본회의를 물리적으로 저지하는 데에는 다수의 의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 결국 불참이 된 겁니다.

◇ 변상욱>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아예 불참해버렸다는 뜻이 되겠습니까?

◆ 천정배> 그렇습니다.

◇ 변상욱> 여권에서는 여야정 합의를 한 것이 아니냐, 정부 측이 사실 축산농가의 양도세 면제 등 그동안 난색을 표시하던 이런 문제들을 민주당이 계속 요구를 했기 때문에 그런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하고 전례 없이 3자간 합의에 동참을 했던 것인데,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한나라당도 비판을 합니다.

◆ 천정배> 그 점은 유감스럽습니다만, 민주당 협상단이 그런 비슷한 판단을 내린 거죠. 그러나 그 후에 최고위원들과 민주당 의원들이 심층 검토한 결과로는 여야정 합의가 실효성 없는 대책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예컨대, 여야정 합의에 정부가 협정발효 후, 중소상인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EU측과 협상을 통해 개정하기로 한다,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협정발효 후에 재협상을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실현 불가능한 내용이죠. EU측이 무엇 때문에 이미 발효한 협상과 협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고쳐주겠습니까? 정부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서 협정을 개정할 의지를 진짜로 가지고 있다면 발효 전에 재협상을 해야지 발효 후에 해보겠다는 것은 빈말일 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여야정 합의안으로써는 도저히 중소상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는 빈껍데기였기 때문에 유감스럽지만 민주당이 이른바 합의안을 최종적으로 인가하지 않은 겁니다.

◇ 변상욱> 박지원 원내대표는 명분도 실리도 챙겼다는 이야기를 끝나고 했던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었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까?

◆ 천정배> 네. 명분에는 상당한 상처를 준 거죠. 결국 이 문제에 관해서 국민적 신뢰를 우리 민주당이 상당부분 잃게 됐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도 다른 야당들과의 정책합의를 과연 잘 지켰느냐는 점에 관해서도 신뢰를 잃게 되었습니다. 명분은 많이 손해 봤죠. 실리문제는 어차피 우리가 소수당으로서 끝까지 막을 힘이 없었다면 크게 손해를 본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한나라당 스스로도 6월 국회에서 이른바 여야정 합의한 대로 입법을 하겠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합의안대로 되는 거겠죠. 실효성이 충분치는 않지만 여야정 합의보다도 더 나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닙니다.

◇ 변상욱> 민주당이 어떤 입장을 취했든 한나라당은 이번에 무조건 단독강행 처리를 했을 거라고 보십니까?

◆ 천정배> 꼭 그렇게 볼 수는 없죠. 사실 5월에는 국회가 없는 달입니다. 그리고 정부 스스로도 7월 1일에 잠정합의를 예정해놓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7월 1일이라는 날이 김종훈 본부장이 구두로 합의를 해줬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로서는 법적으로 전혀 구속력이 없는 이야기인데, 그렇다 치더라도 7월 1일 잠정발효를 한다하더라도, 아직도 6월 국회가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가 이번에 조사를 해보니까요, 한-EU FTA 이 엄청난 사안에 대해서 국회가 무슨 검증을 했느냐, 소관 상임위원회라고 하는 통외통위에서, 외통위에서 전체회의 4번에 소위원회 3번인가를 열었어요. 그래서 전체 통산 시간을 다 합쳐보니까 18시간 몇 분이 되더라고요. 그게 다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 대부분은 한-EU FTA의 번역이 잘못됐다고 해서 논쟁 벌린 것만 해도 그 절반은 될 겁니다.

저는 문방위원입니다. 그러니까 국회. 문화, 방송, 언론, 이러한 여러 가지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정황들이 한-EU FTA에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는 국회문방위의 논의 기회가 전혀 없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국가적으로 중대한, 국가적 운명을 가릴지도 모르는 엄청난 이 협정을 그저 통외통위에서, 사실은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아주 졸속으로 겉핥기를 해본 것 뿐이란 말입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EU FTA 내용에 대해서 지금 국회의원들 중에서도 잘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5월 4일이었죠? 5월 4일 에 원 포인트 국회를 열어서 이것을 처리할 명분이 전혀 없었죠. 그리고 우리가 이른바 여야정 합의에 선뜻 동의해줌으로써 그런 강행처리의 빌미를 준 점은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변상욱> 이제 정부는 11개 부수법안 처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여권은 다시 민주당 쪽에 뭐라고 이야기를 걸어올 텐데요, 그것은 어떡하시겠습니까?

◆ 천정배> 그것이 정말로 필요한 법이고, 국익에 보탬이 되고, 우리 민생에 보탬이 되는 법이라면 처리하면 되죠. 아니, 잠정발효일이 7월 1일인데 6월 국회는 없습니까? 저희는 이 내용도 문제지만 이렇게 중요한 법안과 사안을 국회가, 사실상 아무런 토론과 검증 없이 그냥 졸속처리를 해서 행정부에 신뢰할 수 없는 협상력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을 무조건 두둔했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봅니다.

◇ 변상욱> 국회에 FTA 특별위원회를 계속 만들자고 하는데, 잘 안됩니까?

◆ 천정배> 특위도 문제이지만 사실은 통상절차법이 있어야 되죠. 그래서 국회가 FTA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그러한 절차가 법적으로 확보되어야 합니다. 통상절차법을 만들기로 18대 국회 개헌협상에서 여야가 합의했습니다. 그때 쇠고기 문제로 촛불시위가 아주 맹렬히 번진 이후에 합의가 이루어졌었는데요. 그때 여야가 통상절차법을 만들기로 합의를 했단 말입니다. 그 합의를 지키고 있지 않는 한나라당은 마땅히 규탄을 받아야 하고, 또 그것을 끈질기게 요구하지 않은 우리 민주당에도 반성할 점이 있습니다.

◇ 변상욱> 그런데 원내대표가 가서, 나름대로 협상단이 가서 선뜻 합의를 해준 것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는 먼저 파워게임이 있으면서도 거기에서서 빚어지는 어떠한 묘한 균열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 천정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두고 단순한 민주당의 파워게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동안 국회에 꼭 좋은 관행은 아닐지 모르지만, 여야 간 합의한 사안이 자기 당에 돌아가고, 토론을 거쳐서 재가 되지 못해 파기된 것도 수없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과거에 원내대표 할 때, 한나라당도 원내대표끼리 분명히 합의서를 만들고도 돌아가자마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그것을 거부하고, 단상을 점거한 일이 수없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민주당으로서 유감스럽긴 하지만 민주당의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가 이 합의안에 대해서 추인하지 않은 이상 이것을 가지고 한나라당 측에서 무조건 민주당에 무슨 약속위반이라고 밀어붙일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 변상욱> 제일 걱정스럽다고 하는 부분은, 나름대로 야권연대가 이루어져가다가 민주노동당이 이 문제 때문에 상당히 상심하고, 실망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천정배> 네. 이번에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의 신뢰를 헤치는 심각한 잘못을 했죠. 정말 유감스럽습니다. 늦기는 했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와 의원총회에서 여야정 합의를 무효화시키고 보이콧 결정을 내렸지 않습니까?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 이러한 야당들이 민주당 의원들의 이번 노력에 대해서 이해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 변상욱> 민주당은 역시 보수정당이 아닌가, 도저히 같이 할 수 없겠다, 이런 식으로 생각이 굳혀져 가면 안 될 텐데, 어떻게 설득하시겠습니까?

◆ 천정배>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민주당이 좀 더 명확하게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특히 한-EU FTA와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우선 내부에서 정리를 해야 되겠죠. 그리고 그런 입장을 기초로 해서 다른 야당들과 합의를 해야죠. 최대공약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사실 이번 사안도 보면, 4월 13일자 야4당 합의였을 겁니다. 그 내용을 보면, 한-미 FTA는 비준을 저지한다고 합의가 되어있어요. 민주당 입장이 비준저지 아닙니까? 그런데 한-EU FTA는 전면적인 검증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끝내 반대하자고 합의했던 것은 아닙니다. 이것만 봐도 야4당 합의도 매우 정교하게 더구나 민주당 입장을 존중해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합의들은 앞으로 민주당이 꼭 지킨다는 자세를 갖고 노력했을 때 다른 야당들, 국민들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변상욱> 총선이 있고, 대선이 있어서 이제 민주당의 과제는 한나라당 대 민주당이 아니라 야권 대 여권, 여권 대 야권, 1대 1구도로 어떻게든 맞서야 되니, 연대 말고 통합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자꾸 나오고 있습니다. 야권의 대통합에 대한 생각은 어떤 겁니까?

◆ 천정배> 저는 오래전부터 내년에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야권의 통합을 반드시 이루어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다만 통합이라는 것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다른 야당들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되겠죠. 그런데 현재까지 다른 야당들의 입장이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서 사실은 저도 걱정이 많이 됩니다. 그래서 이제 4.27재보선을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봐도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통합을 논의하고, 또 추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을 해왔어요. 그런데 이번일로 당분간 통합의 ‘티읕 자’도 꺼내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큽니다.

◇ 변상욱> 당내에서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 쪽을 겨냥해서 통합 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현실성이 있을까요?

◆ 천정배> 사실은 국민참여당은 우리 민주당과 같은 뿌리에서 나온 정당이죠. 그래서 정책적 차이라든가 이런 것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이 통합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죠. 문제는 상대가 있기 때문에 국민참여당이 민주당과 합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거죠. 통합을 바라는 민심을 국민참여당 측에서도 충분히 존중하고, 좋은 결정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합니다.

◇ 변상욱> 이것은 앞으로 계속 진행되어야 될 문제인데, 지금은 분위기부터 풀어나가는 것이 선수일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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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5/06 [23:3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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