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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화두는 통합과 연대아닌 공격과 함락
[공희준의 일망타진] 분열을 통한 강력한 진화야말로 MB정권 종식시켜
 
공희준   기사입력  2010/01/04 [10:49]
1. 전자우편으로 뉴스레터 하나를 받았다. 정동영 의원이 보낸 편지였다. 일종의 신년사였다. 그는 ‘2010년의 화두는 통합과 연대입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지향점도 다르니 그가 적시한 2010년의 화두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이 애초에는 없었다.
 
허나 정동영 씨를 비롯해 모두들 깨달았으면 한다. 인류가 통합과 화두를 지향하고 있었다면 지금쯤 정동영은 멧돼지나 고라니 모습을 하고서 먹이를 찾아 눈밭을 파헤치고 있으리란 사실을. 나는 그보다는 조금은 더 진화했을 것 같다. 손가락으로 자판을 두드리는 대신에 아마 동료 원숭이의 털에 달라붙은 이나 벼룩을 잡아주고 있었을 터.
 
그렇다. 우리는 더 고등한 단계로 발전하기 위해 쉬지 않고 분화해야 한다. 비록 같은 뿌리에서 나왔을지언정 보다 높은 이상과 가치를 찾아 서로가 새로운 방향을 향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지를 뻗어야 한다. 지구상에 최초로 출현한 생명체에게 부여된 명령이 ‘통합’과 ‘연대’였다면 그들의 후예는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 수준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리라.
 
통합을 추구하는 상품은 예외 없이 망하거나 ‘루저’가 되기 마련이다. 수륙양용 자동차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수집광들의 기호품에 불과할 뿐이다. 반면,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개발한 비행기는 프로펠러를 버리고 제트기로 분기하였다. 프로펠러기 역시 헬리콥터로 새롭게 가지를 쳐 나갔다. 경영학에서 분리된 회계학이 다시 경영학과 몸을 합치는 일은 없을 게다.
 
왜 통합과 연대를 버리고 분열과 분기를 선택해야만 했을까? 공격하고 함락하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도전을 낳는 법이다. 새로운 도전에 응전하려는 목적으로 태어난 세력이 자신의 낡은 모태로 회귀하려는 즉시 그 세력은 역사의 무대로부터 여지없이 도태되었다.
 
분열을 통한 진화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만 나와 있지 않다. 성경의 창세기를 보라. 신은 하늘과 땅을 나눔으로써 천지를 창조하였다. 창조주는 통합과 연대를 배격함으로써 혼돈의 카오스에서 질서의 코스모스를 빚어내는 데 성공하였다.
 
▲ 민주당 정세균 대표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2. 부패는 어째서 일어날까? 더러운 세균과 뒤섞이기 때문에 부패의 과정이 시작된다. 부패, 그것은 유해한 박테리아들과의 통합과 연대 이상도, 이하도 뜻하지 아니한다.
 
세균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는 소리다. 민주당에는 통합과 연대의 중독자들이 너무나 많다. 천정배와 이종걸이 중독증상의 쌍두마차다. 이명박의 푸들에 지나지 않을 당대표 정세균을 이종걸과 천정배는 중요한 고비에서는 언제나 비판하지 않는다. 당대표를 욕하는 건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권을 도와주는 일이란다. 천정배 씨와 이종걸 씨가 민주화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 참으로 의아하다. 김일성이라도 쳐내려오면 어떡했으려고.
 
통합과 연대에 집착하면 할수록 세균들이 기승을 부리는 부패의 악순환만 더욱더 되풀이될 따름이다. 정세균을 이제껏 충실하게 뒷받침해온 한겨레신문이 조중동보다 선수를 쳐서 정세균의 아리송한 행적을 까발릴 정도면 이미 볼 장 다 본 거다. 그럼에도 정동영 씨는 통합에 바쁘고, 천정배 씨와 이종걸 씨는 연대에 분주하다.
 
호랑이가 물어가도 시원치 않을 통합과 연대에 더는 미련을 두지 말라. 실패를 완강히 부인하는 부류와 현상유지에 목을 맨 집단은 통합과 연대의 대상이 아닌 공격과 함락의 목표가 되어야 마땅하다. 공격하고 함락시키기 위해 우리는 쉬지 않고 진화해야 한다. 진화는 분열을 전제한다. 땅과 하늘이 분열해 천지가 창조되었고, 원숭이와의 분열을 선택한 영장류만이 인간으로 진화하였다.
 
통합과 연대에 눈먼 수구기득권 세력이 3당 합당이라는 치명적 자충수를 범하지 않았다면 국민의 정부도, 참여정부도 이 땅에 등장하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진화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연대하고, 하늘과 땅이 뒤엉킨 혼돈과 무질서가 좋다는 인간들과도 연대하자는 화두는 그래서 어리석다.
 
통합과 연대를 과감히 거부하는 자만이 민주당을 장악한 정세균의 수구당권파를 공격할 수 있고, 이명박에게 찬탈당한 국가권력을 함락시킬 수가 있다. 현실이 이럴진대 당신은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통합과 연대만 앵무새처럼 주절일 텐가?
 
3. 나는 꿈꾼다. 공격과 함락을. 나는 바란다. 공격과 함락을 완수해낼 우리 시대의 새로운 마키아벨리스트를. 새로운 마키아벨리스트를 대중의 언어로써 알기 쉽게 표현하면 김성근의 근성과 이수만의 기획력이 결합된 형태다. 만 가지 수를 수시로 부려대는 이수만의 여우같은 두뇌와, 상대팀으로 하여금 징그럽다고 치를 떨게 만드는 김성근의 불굴의 의지를 결합한 유형의 지도자가 민주당에 있기는 있다. 하필이면 일본 민주당에. 오자와 이치로라는 사나이가 바로 그다.
 
통합과 연대를 중시하는 인물은 자민당의 울타리를 뛰쳐나올 수 없었다. 이명박과 통합과 연대하지 않는 박근혜가 가장 앞서가는 차기 대권주자임에 주목하라. 통합과 연대로는 기존 질서를 결코 공격하지 못한다. 강고한 기득권의 성채를 함락시키기 어렵다. 통합형 제품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신규 시장을 창출할 능력이 없다. 소다수와 단호히 결별한 덕분에 콜라가 탄생했고, 콜라와 절연함으로써 이온음료가 개발됐다.
 
우리는 한나라당에 정권을 봉헌한 무리와는 통합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에 순치된 족속과는 연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권을 봉헌한 자들과 정권에 순치된 자들을 사납게 공격함으로써 마침내 정권마저 함락시킬 것이다. 분열을 통한 강력한 진화와, 이에 기초한 공격과 함락. 이것이 내가 당신들에게 들이밀 2010년의 화두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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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0/01/04 [10:4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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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 2010/01/04 [16:44] 수정 | 삭제
  • 진화는 고통속에서 이루어진다. 고생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 독자 2010/01/04 [16:08] 수정 | 삭제
  • 그렇게 분화를 좋아하면 결국 분화와 진화 끝에 독불장군이 됩니다.
    혼자서는 어떤 성도 공격하여 함락할 수 없습니다.

    혼자서 상상력 연습을 하는 것도 좋은데
    남들이 어떤 주장을 하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한번씩 생각을 좀 해보세요.
    그런 사색의 연습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