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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의 공영방송 바보상자 만들기
[김영호 칼럼] MB 정권은 방송장악을 위한 추악한 사육제 중단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09/10/24 [03:44]

 집권중반기를 접어들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방송장악=정권안정이란 등식을 더욱 굳건히 믿는 듯하다.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노조의 반발과 저항에도 불구하고 방송장악의 고삐를 조금도 늦추지 않으려는 모습이 그것을 말한다. 방송사 수장의 교체작업을 멈출 줄 모른다. 비판적인 시사프로그램은 아예 없애는 한편 날 선 소리를 내는 진행자한테서는 마이크를 빼앗는다.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언론관련법을 불법 날치기 처리한 것도 방송장악을 제도화하려는 음모이다.  

 방송장악에 몸을 던져 저항한 방송인들을 제물로 올리는 축제도 계속 이어진다. 경찰의 곤봉과 검찰의 기소권이 걸핏하면 그들을 결박하고 재갈을 물린다. 집안일이건만 겁먹은 방송은 입을 다물고 주류신문은 방송장악의 조역을 맡아 훈수까지 두는 판이다. 여기에다 요즈음 말로 ‘듣보잡’들이 나와 급조단체들을 만들어 북 치고 장구 치며 흥을 돋우는 굿판을 벌린다. 장막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정하고 연출하는 형국이다.

 KBS의 정연주 사장 축출작업은 쿠데타적 상황을 연출했다. 사장선임권을 가진 이사회 이사장을 불분명한 이유로 사퇴시켰다. 뒤이어 친정연주 성향의 신태섭 이사가 대학에서 해직되고 그것을 빌미로 이사직을 박탈했다. 정 사장은 배임죄의 올가미가 씌워져 단죄의 제단에 올렸다. 방송사에 경찰력을 포진시켜 삼엄한 경계를 펼친 가운데 말이다. 법원은 정 사장의 배임죄는 무죄, 신 교수의 해임은 부당으로 판정했다. 일련의 축출작업이 불법이란 심판이다. 후임 이병순 낙하산 사장은 입성과정의 집단저항에 대해 해고, 징계, 좌천이란 보복인사로 답변했다. 그는 이제 전임자의 잔여임기 1년을 마치는 시점이다. 신임사장의 선출에 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민주당 천정배 의원이 언론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임순혜

 보도전문채널 YTN의 낙하산 투하에 대한 저항은 완강했다. 노조의 출근저지에 밀려 언론특보 출신의 구본홍 사장은 한 동안 임시거처에서 배회해야만 했다. 이곳에서도 해고의 칼바람이 불어 숱한 사상자를 냈지만 저항의 불길을 끄지 못했다. 구 사장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몰라도 돌연 사퇴했다. 직무대행 배석규 전무의 인사전횡은 더 강공으로 치닫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주주가 투명한 절차에 따른 신임사장 선임을 약속했다. 이틀 후 그것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사들이 안건도 모른 채 참석한 기습 이사회는 배 직무대행을 사장으로 뽑는 꼭두각시 놀음을 연출했다. 노조가 실시한 신임투표에서 92.8%의 불신임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여기서도 보이지 손의 작용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교육방송 EBS도 사장선임을 둘러싼 잡음으로 시끄럽다. EBS 사장은 KBS나 MBC와 달리 방송통신위원회가 직접 선임한다. 방통위는 EBS 사장 선임을 두 달 가까이 끌었다. 첫 공모에서 후보자 모두 자결미달이라며 탈락시키고 재차 공모에 들어갔다. 20여일을 넘겨 뚜껑을 열었더니 1차 공모에서 외부 심사위원이었던 곽덕훈씨가 선임됐다. 소문대로였다. 출제문제와 답안을 아는 채점위원을 1등으로 뽑은 꼴이다. 이춘호 신임 EBS 이사장은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말썽나서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되었다 탈락한 인물이다. 

 MBC 엄기영 사장은 정권사람이 아니다. 그 탓인지 정권실세들이 흔들어 대더니 방송문화진흥원이 그 대역을 맡고 나섰다. 방문진은 MBC 지분70%를 소유한 대주주로서 최근 친여인사를 주축으로 임원진이 개편됐다. 사장퇴진까지 압박하던 방문진이 노조와의 정면충돌에 부담을 느끼는지 일단 후퇴하는 모습니다. 그 대신 편성-보도-제작의 전반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고 나섰다. 정권비판적인 소리를 내지 말라는 노골적인 압력이다. 대주주가 편성권의 독립성을 헌신짝 알 듯하며 막나가는 기세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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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24 [03: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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