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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에 버림받은 MB정부, '노조탄압' 분풀이
정부 '노조감시 전담 조직' 신설, '反정부 행위' 원천봉쇄 나서…"고립 자초"
 
이석주   기사입력  2009/10/16 [18:09]
지난달 민주노총 가입과 조직 통합을 강행한 공무원노조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불법행위를 감시할 목적의 '전담 조직'을 설치한 뒤, 지원금 중단과 같은 방식으로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를 원천봉쇄키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전담인력 부족'의 이유를 조직 신설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으나, 노조 관리에 소홀한 지자체에 대해 교부금을 삭감하는 동시, 심지어 노조 조끼와 머리띠 등의 착용까지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의 '족쇄 채우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정부정책 반대' 원천봉쇄…조끼, 머리띠 착용 금지 방안 까지

16일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에 따르면, 행안부는 인사실 윤리복무관실 산하와 지방행정국에 각각 10여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공무원단체과'와 '지방공무원 단체지원과'를 신설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행정안전부가 공무원노조의 불법행위를 감시할 목적의 '전담 조직'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이달곤 행안부 장관)     © CBS노컷뉴스

공무원단체과는 통합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 등 불법행위를 감시-징계하는 업무를 담당하며, 지방공무원 단체지원과는 지자체의 노사관계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행안부는 신설 배경과 관련, "인력 부족 등으로 공무원노조의 불법 활동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돼 전담부서를 신설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조직 내 공무원노조 전담인력이 복무담당관실 소속 사무관 1명 등 2명에 불과해 노조의 불법 정치활동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문제는 '인력 부족'의 이유를 강조한 행안부가 민주노총과 공무원 노조의 활동을 사실상 불법으로 규정한 뒤, 이를 묵인하는 지자체에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기로 하는 등 '노조 탄압'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것.

실제로 행안부는 이른바 '지자체의 노조관리 지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엔 △단체협약 위법성과 △해직자 및 근무시간 노조활동, △비자격자 노조 가입 등의 점검을 통해 지자체 평가의 산정 근거로 삼았다.

심지어 행안부는 공무원 복무규정의 개정을 통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행위를 원천 금지토록 하고, 사무실 내에선 노조 조끼와 리본, 머리띠 등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노조 조합비 원천징수도 노조원이 서면으로 동의한 경우에만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민주노총과 공무원노조의 '활동'을 바라보는 정부의 편협한 시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며, 지난달 이후 냉각기를 거치고 있는 노정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 예고된 '노조 탄압'…한국노총 "노동조합 무력화 시도"

정부의 이같은 강력 대응은 지난달 통합공무원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후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노조 출범 당시 법무, 행안, 노동부 장관 명의의 대국민 담화문 까지 발표한 정부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자료사진     ©청와대 

임태희 노동부 장관도 1일 취임식에서 부터 "우리의 노동문화는 솔직히 부끄러운 수준이다", "후진적 모습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같은 정부의 '엄포'는 행안부의 전담부서 신설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서 민주노총 가입 이전인 지난 8월 시국선언 탄압 규탄대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을 무더기로 고발한 것도 이같은 맥락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국노총이 이달 초 대정부 투쟁을 선언할 당시 제기됐던 '비밀 TF팀' 의혹도 '노조 활동'을 원천봉쇄키 위한 정부의 '의지'를 여실히 드러낸 대목으로 볼 수 있다.

TF팀의 존재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노사정위원회 무력화'를 여실히 드러낸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 등의 발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노조=척결대상'이라는 정부의 인식은 여러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정부여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공식 선언한 한국노총이 기자회견문에서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기본권을 약화시키려는 강경일변도의 노동정책"이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가한 것도 이같은 일련의 상황 때문이다.

■ '비리 불감증' MB정부가 되레 공무원 탄압?…민노 "협조 구해야할 판에"

문제는 노조복과 머리띠 착용 금지를 결정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해 '불법비리 불감증'에 빠진 이명박 정부가 노조의 활동을 '잠재적 위법행위'로 단정한 뒤 처벌과 탄압 위주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가 할 일은 공무원노조 탄압이 아니라, 오히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횡령등의 비리를 감시하는 조직을 강화하고 공무원노조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온갖 의혹들과 관련, '문제될 게 없다'(청와대 박선규 대변인)고 까지 입장을 밝힌 이명박 정부가 되레 공무원노조 '탄압'에만 올인하고 있는 상황을 역설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우 대변인은 "공무원 노동자들이 정권이 시키는 대로 꼬리 흔드는 것을 거부하고 당당한 노동자로서, 국민의 충복으로 환골탈태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을 놓고, 복장과 머리띠를 문제삼는 것은 이 정권이 공무원노조를 적으로 규정하고 탄압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심각한 노이로제 증세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안부가 아예 공무원노조 탄압기구로 변질되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노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을 뛰어넘어 탄압전담기구까지 만들어 헤덤비는 것은 행안부 스스로 공무원 대중들로부터 고립과 원성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행안부가 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공무원 노조를 탄압하면 할 수록, 그것은 공무원 노동자들에게는 각성제만 될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과 행안부가 '협박과 탄압으로 공무원들을 길들일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정권이 망신을 덜 당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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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6 [18: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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