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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몰이' 시도한 임태희 장관의 '어설픈 행보'
14일 노사간담회 위해 사업장 방문…노동부 '거짓 자료', '발언 왜곡' 논란
 
이석주   기사입력  2009/10/14 [18:44]
'복수노조 허용 및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놓고 노동계가 강도높은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선 상황에서, 노동부가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자료 왜곡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임태희 장관, 노사 간담회 첫 방문지는 '풀타임 전임자' 없는 사업장
 
논란의 발단은 노동부가 14일 오전 9시 배포한 '일 하면서도 노조활동 할 수 있다'란 제목의 보도자료. 임 장관이 이날 오후 경기도 화성 소재 명문제약 노조를 방문, 내년으로 예정된 전임자 임급지급 금지와 관련해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알림'이었다.
 
노동부는 "최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 시행과 관련하여 중소기업 노조 활동 위축 논란이 한창"이라며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풀타임 전임자 없이 노조위원장이 근무하면서 노조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는 중소기업 노조를 방문하였다"고 밝혔다.
 
▲ 임태희 노동부 장관     ©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노동부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명문제약 노조는 지난 1988년 최초로 설립됐으며, 현재 조합원 수가 70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측으로 부터 급여를 받는 풀타임 전임자가 없는 곳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노동부는 임 장관 방문 이전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과거형 서술어미'를 사용하며 "임태희 장관은 노조, 회사간부들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노조활동에 대한 우려가 큰 데 명문제약과 같이 건강하게 노조활동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며 노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임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권혁태 노사갈등 대책과장, 경인청장, 수원지청장 등과 함께 명문제약을 방문, 이규혁 대표와 직원, 송태원 노조위원장 등 6명과 간담회를 갖고 기업애로 및 건의사항을 듣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임 장관은 "시행을 앞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제도를 현장에선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노동부 '여론 조작' 의혹 제기…한국노총 "선견지명 놀랍기만하다"
 
하지만 이날 보도자료에 따른 노동부의 사전 설명과 임태희 장관의 명분제약 방문 이후, 정부가 입맛에 맞는 사업장을 방문해 전임자 문제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를 놓고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은 이날 "대한민국의 노동정책을 책임지고 있다는 노동부의 거짓말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강도높은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특히 노동부의 '사전 보도자료'를 지적, "정부기관이 배포한 이 자료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로 채워져 있다"며 "오늘 오후 3시에 방문 예정인 내용이, 오전 9시에 마치 방문한 것처럼 쓰여져 기자들에게 보내졌다"고 꼬집었다.
 
임 장관의 방문이 이뤄지지도 않은 시점에서, 노동부가 "의견을 들었다", "명문제약을 방문했다"는 등의 '과거형 서술어미'를 사용해가며 적극홍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부기관이 최소한 '하루'라는 범주 안에서 방문결과를 사전에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이날 노동부 자료 안에 담긴 내용이 당사자의 발언을 왜곡하면서 까지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
 
한국노총은 "아직 방문하지도 않은 것을 6시간 전에 '방문했다'고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더군다나 아직 장관을 만나지도 않고, 얘기도 안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선견지명이 놀랍기만하다"고 성토했다.
 
앞서 노동부는 명문제약 송태현 노조위원장을 소개하며 "송 위원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노조 활동과 관련하여 '노조활동 하는데 반드시 1년 내내 유급 보장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노동부가 보도자료를 통해 언급한 송 위원장의 '워딩' 만을 놓고 본다면, 12월 총파업 까지 선언한 한국노총 소속 중소기업 노조위원장이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추진 중인 정부 입장과 일치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또 "송 위원장은 '노조 규모도 작다보니 일하면서 노조활동 하는 것도 가능하며 단체교섭과 노사협의, 고충처리 등 실질적 활동은 회사가 유급처리해주니까 문제없다. 오히려 같이 일하면서 활동하니까 조합원들과도 거리감이 없어진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명문제약 송태현 노조위원장은 보도자료에 언급돼 있는 발언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노총은 "오히려, 노동부 관료가 전날 송 위원장에게 전화를 해 '365일 내내 노동조합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규모가 작은 사업장에 노조 전임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등 유도심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다.
 
결국, 노조전임자 임금 금지라는 노동부의 입장을 관철하기 위해 당사자의 발언을 왜곡하면서까지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게 한국노총의 지적이다.
 
▲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비정규직법 시행' 앞둔 지난 6월에도 논란…"장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아"
 
한편 노동부의 '보도자료'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비정규직 보호법의 시행을 앞둔 지난 6월에도, 정부여당의 법 시행 유보 근거로 활용된 이른바 '100만 해고설'을 뒷받침 하기 위한 보도자료가 '거짓말'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당시 노동부는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모 사업장을 방문하기도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을 위해 기간 연장을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노동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한국노총은 "도대체, 장관이 바뀌어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것이 노동부 관료들"이라며 "이번 거짓말 보도자료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고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노동부 관료들의 처벌과 장관의 사과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분명히 밝혀둔다. 뼛속까지 거짓말장이인 노동부 관료들이 계속 노동행정을 맡고 있는 한 더 이상 노정관계에 있어 평화는 없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 노동부가 14일 배포한 '일 하면서도 노조활동 할 수 있다' 보도자료 전문
 
임태희 노동부장관, 화성시 소재 명문제약(주) 노동조합 방문
 
최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 시행과 관련하여 중소기업 노조 활동 위축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풀타임 전임자 없이 노조위원장이 근무하면서 노조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는 중소기업 노조를 방문하였다.
 
경기도 화성에 소재하는 명문제약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로 1988년에 설립되어 계속 활동해 오고 있으며 현재 노조원은 72명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노조위원장(송태현)은 2002년 회사에 입사하여 현재 명문제약의 공장 시설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팀에 근무하고 있으며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회 참여, 고충처리 등 노조활동은 회사의 협조를 받아 근무시간 중에 처리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중소기업 노조 활동과 관련하여 “노조활동 하는데 반드시 1년 내내 유급 보장이 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조 규모도 작다보니 일하면서 노조활동 하는 것도 가능하며 단체교섭이나 노사협의, 고충처리 등 실질적 활동은 회사가 유급처리해주니까 문제없고, 오히려 같이 일하면서 활동하니까 조합원들과도 더 거리감이 없어진다”고 밝혔다.
 
임태희 장관은 명문제약 노조와 회사간부들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노조활동에 대한 우려가 큰 데 명문제약과 같이 건강하게 노조활동하는 기업들이 많아져야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며 노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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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10/14 [18:4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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