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김제동→손석희→김미화? "추악한 협잡질"
"신경민 다음은 손석희" 현실로, 방송장악 논란 불가피…野 "MB 독재정권"
 
이석주   기사입력  2009/10/12 [17:19]
KBS가 방송인 김제동 씨를 <스타골든벨>에서 하차 시킨데 이어, MBC 역시 <100분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를 사실상 교체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정치적 외압에 따른 '제2의 방송장악' 논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고액의 출연료 등을 교체 이유로 내세웠으나, 손 교수의 경우 최근 방송문화진흥회 업무보고 이후 MBC 안팎에서 제기됐던 '교체설'과 맞물리면서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방문진 압박에 굴복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경민 하차 이후 '손석희 교체설' 현실로…MBC "고액 출연료 때문"

그간 손석희 교수 교체설은 지난 4월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 교체 당시 '신경민 다음은 손석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사실상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교체될 것이라는 우려가 MBC와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강하게 일었던 것.

당시 평기자들 중심의 MBC기자회는 신 앵커 교체에 반발해 방송사 개국 이래 처음으로 '제작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했으며, 이과정에서 함께 제기됐던 FM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인 김미화 씨와 관련해서도 '교체설'이 흉흉한 상태였다.
 
▲ 지난4월 MBC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한 신경민 앵커와 <100분토론> 교체가 사실상 확정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 CBS노컷뉴스

김미화 씨에 대한 교체는 PD들의 내부 반발로 '보류' 상황이 이어졌으나, 라디오 PD들은 "사측이 '제작비 절감'이라는 이유로 (김미화 씨를 교체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만큼, 손석희 교수 역시 향후 교체 물망에 오를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실제로 시사주간지 <시사IN>은 12일 '발표만 남았다'는 MBC 고위 인사의 비공식 발언을 근거로 "MBC 경영진이 <100분 토론> 진행자인 손석희 교수(성신여대)를 결국 교체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간 '설'로만 나돌던 의혹이 사실로 굳어진 셈이다.

MBC 측에선 손석희 교수의 교체 이유에 대해 고비용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 적자를 극복하기 위해선 '프리랜서'인 손 교수와 같이 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인사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진은 손 교수의 후임자로 외부 진행자 대신 MBC 내부 인사로의 교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라디오를 진행 중인 김미화 씨 역시 '교체 대상'에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IN>에 따르면, MBC의 한 관계자는 "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경영진이 은근히 (손 교수의) '자진 사퇴' 의사를 타진했지만, 손 교수는 '그만둘 수는 있어도 자진 사퇴는 곤란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현재 손 교수는 MBC 출연 방송 중 라디오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대해선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며, <100분토론> 하차와 관련해선 "아직 할 말이 없다"고 밝히면서도 "회사 측 결정에 따르겠다"고 <시사IN>을 통해 짧은 입장을 전달했다.

방문진 '김우룡 체제' 이후 일련의 상황…'방송장악', '정치외압' 논란 불가피

이처럼 올 초 부터 MBC 안팎에서 제기됐던 '손석희 교체설'은 '고비용'이라는 경영진 입장으로 포장된 채 사실상 기정사실화 단계에 접어든 양상이지만, 당장 정치적 외압과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MBC 대주주인 방문진(이사장 김우룡) 업무보고 이후 "MBC가 연성화 되고 있다", "엄기영 사장이 정권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비판적 성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이러한 정황은 자연스럽게 'MBC 길들이기' 논란으로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방문진은 지난 8월 친여 성향의 '김우룡 체제'로 이사진을 대폭 교체한 뒤 <100분토론>과 <PD수첩> 등 일부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문제 삼고 엄기영 사장의 교체와 시사프로그램의 통폐합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거론해 왔다.

방문진 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지난 5월 <100분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 의혹'을 추궁, "이제 토론방송 조차 국민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엄기영 사장과 책임자들을 모조리 문책해야 한다"(뉴라이트전국연합-8월24일 성명)라고 압박을 가한 바 있다.

이같은 일련의 상황과 관련, MBC노조는 지난 7일 논평에서 "김우룡 이사장 이하 현 방문진의 여당 측 이사들이 MBC를 제 손바닥 위에 놓고 흔들고 있다"며 "이들이 언론 자유를 훼손시킬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맹성토했다.

특히 노조는 "(방문진이) '피디수첩, 시사매거진 2580, 뉴스후가 비슷하다'며 프로그램 통폐합을 요구하는 등 악의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으며, 손석희 교수와 관련해선 교체가 이뤄질 경우 강도높은 투쟁에 돌입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통해 손석희 교수의 교체와 관련해 경영진을 강도높게 비판할 것으로 보이며, 지난 4월 신경민 앵커 교체 파문과 같은 제2의 내부 반발 역시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자료사진)     ©CBS노컷뉴스

민노, 강도높은 비판…"MB정권, 추악한 협잡질 위해 방송을 노리개 삼아"

한편 정치권에선 손석희 교수 마저 사실상의 교체가 확정되자 명백한 방송장악으로 규정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이명박 독재정권은 전두환 독재를 답습하면서 방송을 자신의 추악한 협잡질을 위한 노리개로 삼고 있다"고 맹성토했다.

백성균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방송에서 퇴출당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이유는 '입바른 사람들'이라는 것"이라며 "대통령이든 누구든 개인의 양심과 사상의 자유, 행동의 자유를 박탈할 권리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명박 독재정권을 찬양하면서 딸랑거리는 사람들만 방송에 나와야 직성이 풀린다는 독재적 사고는 시대를 거꾸로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뿐"이라며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지 않는다. 독재는 아무리 색칠하고 위장해도 독재일뿐"이라고 개탄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MB코드에 맞추기 위해 '시대의 공기'라는 제 본분을 잊은 채 무리수를 두는 방송사 측에 유감을 표한다"며 "정권에 비판적인 소신 방송인의 입을 틀어막아 이명박 정부와 방송사가 얻을 것은 국민의 분노 뿐"이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떻게 방송사의 오락예능프로그램 MC까지 철저하게 성향분석해서 낙마시키고 있는가. 이러니 민주주의가 후퇴했다, 방송장악음모다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참으로 치졸하고 유치한 정권"이라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이제 다음 차례는 김미화, 손석희씨인가. 누구인지 지켜보겠다"며 "이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은 실망하고 떠나간다. 오만한 정권의 방송장악음모, 심지어 예능프로그램 MC까지 하차시키는 치졸한 정권에 대해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10/12 [17:1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