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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법 마지막 변론'…언론인들 '승부수'
[현장] 헌재 '2차 공개변론'…전현직 언론인, 미공개 동영상-의견서 제출
 
이석주   기사입력  2009/09/29 [14:54]
한나라당의 '불법투표' 논란으로 얼룩진 언론관계법 강행처리와 관련, 헌법재판소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29일 오전 진행된 가운데, 전현직 언론인들이 "헌재가 내리게 될 최종결정은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라며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언론인들은 특히 전국언론노조가 25일 공개한 '불법투표 동영상' 자료를 강조, "현 정권이 백주대낮에 자행한 민주주의 파괴행위를 헌재가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 달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최종 판결에 앞서,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고 나선 것이다.

"정운찬 임명으로 타락한 법, 헌재가 바로잡아 달라"

전국언론노조, 한국PD협회 등 언론시민단체 소속 전현직 언론인들은 '언론관계법 2차 공개변론'이 열린 이날 오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한 언론악법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헌재의 바른 결정을 거듭 촉구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달 10일 1차 공개변론이 진행될 당시에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헌재의 최종 결정이 민주주의와 언론자유의 진퇴 여부를 결정할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강조하며 현명한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 전현직 언론인들은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했다.     © 대자보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헌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는 한나라당 부정투표에 대한 올바른 결정에 달렸다"라며 "헌재는 근거자료(동영상)를 기본으로 '민주주의의 절차를 따르는 사회'란 것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동영상이 공개되자 '야당 탓'으로 돌렸으나, 이는 부정투표를 인정한 셈"이라며 "언론악법을 저지키 위한 1년 투쟁이 헌재 까지 넘어온 것은 안타깝지만, 헌재의 결정으로 우리 사회가 전진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한나라당의 언론악법 불법 날치기는 초등학생들도 다 알고 있다"며 "헌재는 며칠 전 (언론노조가 공개한) 대리투표 동영상을 통해 한나라당의 날치기가 명백한 불법이라는 사실을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고승우 공동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2기 내각이 대한민국의 법을 타락시킨 상황에서 헌재의 결정은 마지막 희망"이라며 "한나라당의 불법 날치기를 헌재가 심판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조금이라도 씻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부여당 및 일부 보수언론의 '후속 작업' 등을 강도높게 비판, "온갖 추악한 일을 저지르는 이들이 헌재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재벌과 수구언론이 방송까지 갖는다면 미디어와 관련한 이 나라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역시 "한나라당의 부정투표는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상식의 문제'"라며 "국민 70%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시대의 양심'인 헌재는 부정투표와 깡패투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종 결정 한달 여 앞두고, '미공개 동영상'-'범언론인 의견서' 제출

앞서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25일 서울 명동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 서명 50일 기념문화제'를 개최하고 최 위원장이 직접 편집한 '미공개 동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엔 한나라당이 그동안 극구 부인했던 '대리투표'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던 것.

때문에 이 동영상이 적어도 다음달 말 경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헌재의 위헌 여부 결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언론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언론인들은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판단을 요청하는 범언론인 의견서'를 주요 언론시민단체 명의로 헌재에 제출했으며, 의견서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이유, 정부여당 논리의 허구, 국회 통과 과정에서의 불법적 요인과 언론관계법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등이 담겼다.
 
▲ 이들은 전국언론노조가 제시한 '불법투표 미공개 동영상' 자료를 강조하며 헌재가 민주주의 수호의 최후의 보루가 될 것을 촉구했다.     © 대자보

이들은 의견서에서 "지난 7월22일 날치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치명적 문제점들의 배경에는,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압도적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이를 제대로 설득하지도 못한 채 단지 다수의 힘을 앞세워 강행한 것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압도적 다수당인 한나라당과 국민의 의견이 괴리된 게 치명적인 절차상 문제들이 발생한 뿌리라는 것"이라며 "헌재에서는 이 점에 대해 깊이 혜량하시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과 국민들 간 '의견 괴리'...66% "언론관계법 처리과정 문제"

실제로 언론인들이 언급한 '의견 괴리' 상황은 2차 공개변론이 진행된 29일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언론관계법 강행처리에 문제가 있는 만큼, 헌법재판소가 (야당과 언론계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던 것.

민주당 장세환 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대리투표와 재투표 의혹 등으로 미디어법의 처리 과정이 문제가 많았다"고 답했다.

이밖에 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 응답자의 60.0%가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해, 10명 중 6명이 '위헌'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반면, 수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은 24.1%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장세환 의원은 "국민들은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에 의해 날치기 처리된 미디어법에 대해 절차적 내용적 문제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면서 "헌재가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청구 등을 인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주당 소속의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미디어법 2차 공개변론에 대거 참석해 있다.     © CBS노컷뉴스

정세균 "청구인들의 결정 반영될 가능성 높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공개변론에선, 야당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를 놓고 청구인과 피청구인 간 치열한 공방이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인 측은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리투표를 통해 법안을 통과 시킨 것은 다수당의 '횡포'라고 주장했으며, 피청구인 측은 야당이 심의표결권을 행사하지 않고 권한 침해를 주장하는 만큼 '권한 남용'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대변인실에 따르면, 이날 2차 변론을 참관한 정세균 대표는 "집시법에 대한 헌법불합치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법치주의, 의회주의를 확실하게 하는 현명한 결정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변론과정을 통해 한나라당 대리인이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자백하는 등 우리가 보기에 청구인들의 결정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열린 공개변론을 끝으로 향후 '서면 심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며,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중 언론관계법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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