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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YTN에 부는 제2의 '방송장악 칼바람'
'뉴라이트의 MBC 점령', <돌발영상>도 11일 중단…"정권 방송의 시나리오"
 
이석주   기사입력  2009/08/11 [16:18]
지난해 '공영방송 수호'와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문화방송(MBC)과 와이티앤(YTN)이 각각 방송문화진흥회 신임 이사진 선출에 따른 '민영화 논란'과 보도국장 추천제 폐지 이후의 내홍 등으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들 방송사를 둘러싸고 불거진 최근의 총체적 상황이 언론관계법 국회통과와 YTN 구본홍 사장의 자진 사퇴 직후 순차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작년에 이어 정부여당의 또다른 '방송장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MBC 대주주 '뉴라이트 점령'…김우룡, 'MBC 길들이기' 노골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게 있어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는 MBC의 경우, 해당 방송사의 대주주이자 향후 3년을 책임지게 될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이사진이 새롭게 꾸려지면서, 민영화 추진 시나리오 등 'MBC 장악'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앞서 방문진은 MBC노조를 중심으로 한 언론시민단체의 극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일 오전 이사회에서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를 신임 이사장으로 호선하는 동시,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등 8명을 신임 이사로 선출했다.
 
▲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 10일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를 신임 방문진 이사장에 호선했다.     © CBS노컷뉴스 (자료사진)

김우룡 이사장을 포함한 9명의 이사진 중 한나라당 추천 인사는 총 6명으로, 대부분 뉴라이트 성향의 '보수' 인사들인 이들은 그간 'MBC 민영화'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MBC노조 조합원 50여 명이 10일 이사회에 앞서 방문진이 위치한 서울 여의도 율곡빌딩 앞에서 피켓 시위와 김 이사장 임명 반대를 외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들은 당시 김 이사장의 건물 진입을 막고 자진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김 이사장의 경우,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MBC 신뢰도가 떨어졌다. 프로그램에 대해 신상필벌 원칙을 지키겠다"고 <PD수첩>과 <뉴스데스크> 등을 우회적으로 겨냥했으며, "MBC의 문제는 곧 방문진의 문제"라고 노골적 '길들이기' 의도를 드러냈다.

하지만 MBC노조에 따르면, 김우룡 이사장은 지난 2001년 발행된 학술지 <지역사회>에 '방송 개혁, 어떻게 해야하나'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고, MBC 민영화에 대해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민영화는 경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특혜시비'와 '상업성 강화'라는 문제점을 낳게 된다. MBC의 입장에서 보면 현재(2001년)의 '방문진' 구조가 가장 이상적이다"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대주주 방문진이 국민의 대리자로서 제 몫을 해줄 수 있다면 父(방문진)-子(MBC)-孫(계열사 및 자회사)의 3층 구조보다 더 나은 방안은 없을 것이다"

결국 'MBC 민영화'에 대한 입장이 정 반대로 뒤집혔다는 점에서, 김 이사장이 정부여당 '조정'에 의해 짜여진 각본대로 방문진에 안착했다는 게 언론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정권이 요구하는 것은 MBC의 보도 비판력을 약화시키고 상업적 경쟁을 하게 만드는 구도"라며 "(김 이사장이) 일종의 부역과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이사장이 'MBC 신뢰도 하락'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아전인수격의 해석을 계속하고 있다"며 "최근 조사에서 보면 MBC의 신뢰도가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온 바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떤 입장에서 떨어진다고 주장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시사주간지 <시사인>이 창간 100호를 맞아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를 묻는 질문에 중복 응답과 단수 응답 모두에서 MBC를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MBC노조는 향후 김우룡 이사장을 포함한 방문진 이사들로 부터 뉴스 프로그램 간섭과 경영진에 대한 압력 행사, 경영진 해임과 낙하산 사장 투입 등의 조짐이 발생할 경우 이를 'MBC 장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이에 맞선 투쟁 수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MBC노조는 11일 발행한 '비대위 특보'(11호)에서 "(이같은 MBC장악 시나리오가 진행된다면) 공개적으로 이사들의 부적격 사유를 알려나가 이들의 사퇴 당위성에 대한 사내외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경고했다.

■ 배 사장대행의 신임 보도국장 임명…<돌발영상> 11일 '잠정 중단'

최근 구본홍 사장이 돌연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YTN에서도 제2의 '방송장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구 사장 사퇴 이후 대표이사 대행을 맡고 있는 배석규 사장대행이 노사 간 단체협상에 규정된 합의를 어기고 신임 보도국장을 임명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배 사장대행 측은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 폐지를 주장하며 신임 보도국장으로 김백 경영기획실장을 임명하는 동시,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을 경영기획실 인사팀으로 3개월 대기 발령 조치했다.

그는 이같은 이유에 대해 "지금까지 실시해온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 선거는 이미 2005년 9월 이후부터는 유효기간의 경과로 그 효력이 없어진 제도인데도 노사의 묵시적 동의하에 노사화합 차원에서 실시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보도국장 임명과 함께 더 이상 보도국장 3배수 추천제는 없을 것"이라고 까지 잘라 말했으며, "회사는 조직의 경쟁력 향상과 유기적인 사내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를 더 이상 실시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배 사장대행이 폐지를 못박은 '3배수 추천제'는 지난 2002년 10월 YTN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정해졌으며, 노사 양측은 그간 단체협약에 따라 보도국장 출마자 중 최다 득표수를 기준으로 한 3명을 최종후보로 올려 사장이 임명토록 해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성명을 내고 "보도국장을 협박해 사퇴시키려 한 배석규 전무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다"며 "배석규 전무의 불법적인 외압 행사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결의할 것"이라고 강도높은 투쟁 의지를 밝혔다.

무엇보다, 배 사장대행이 임장혁 팀장에 대해 '대기 발령' 조치를 내린 것과 관련,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부활한 <돌발영상>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 서민행보' 실체를 꼬집은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가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  YTN <돌발영상>이 부활 6개월 만인 11일 잠정 중단됐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이문동 재래시장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돌발영상>의 한 장면.       ©YTN

앞서 <돌발영상>은 6월과 7월에 걸쳐 이문동 재래시장과 시골 농장 등을 방문한 이 대통령의 모습을 방송했으며, 이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상인과 농민들에게 반말하는 모습, 진정성 없는 '서민행보' 등으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으로 제작진 대부분이 징계를 받아 2008년 10월 8일 중단된 뒤 올 4월 20일 재전파를 탔던 <돌발영상>은 '화려한 부활'을 뒤로 하고, 이날 오후 부터 또다시 방송중단이라는 불상사를 맞게 됐다.

이와 관련,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임장혁 기자에 대한 대기발령은 최근 <돌발영상>이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데 대한 저질 보복"이라고 맹성토했다.

10일 긴급대의원대회를 가진 YTN 노조는 단협 위반에 따른 '원천 무효'임을 천명, 보도국장을 사퇴시킨 뒤 곧바로 후임 보도국장 선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며, 배석규 사장대행에 대한 불신임 투표 실시, 경우에 따라선 전면 파업 까지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 야권, 맹성토…"국민 위한 방송 아닌, 'MB 방송'으로 변질시켜"

한편 야권은 MBC와 YTN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을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음모'로 규정, '뉴라이트 방문진 이사진'의 사퇴와 <돌발영상> 방송 재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뉴라이트 출신의 이사들과 친여 성향의 이사장을 선출함으로서 정권에 의한 방문진 장악이 완성됐다"며 "MBC를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MB'를 위한 방송으로 변질시키기 위한 첫 단추가 꿰어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YTN과 관련해선 "배석규 사장 대행의 횡포이자 친위쿠데타"라며 "해고 6명을 포함한 33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감행했던 김백 경영기획실장을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것은 명백한 노조 무력화 시도이자, 정권비판 보도의 싹을 자르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성토했다.

우 대변인은 "눈엣가시였던 <돌발영상> 임장혁 PD를 대기발령 조치 한 것을 보아도 이것이 단순한 인사발령이 아니며 향후 YTN을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려는 시나리오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창조한국당도 이날 논평에서 "YTN에 또 다시 '칼바람'이 시작됐다"며 "배 대행은 '대행'
의 의미가 무엇인지조차 생각지 못하고 보도국 장악을 시도하는 등 스스로 언론인인지 정권의 하수인인지 조차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대자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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