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재보선 소탐대실 민주당, 정세균의 운수 좋은 날
[공희준의 일망타진] 민주당은 호남인들의 분노와 배신감을 깨달아야
 
공희준   기사입력  2009/05/04 [14:53]
민주당 홈페이지를 들러보니까 거의 정권창출한 분위기더라. 그러나 대통령은 여전히 이명박이니 도대체 이게 무슨 조홧속이란 말인가? 노무현은 동물원 원숭이 수준의 놀림감으로 전락하는 개망신을 당했고. 문제는 노무현이든 정세균이든 제정신을 차릴 기미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노무현이 탄압을 받았단다. 탄압받는 인간이 곰탕 특대에다가 덤으로 계란까지 하나 더 얹어먹나? 하도 탄압이다, 정치보복이다 엄살을 피워대는 까닭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쫄쫄 굶기는 줄로만 착각할 수도 있겠다. 일반인이 달걀 한 개 더 얻어먹겠다고 검찰조사실에서 말해봐라. 괘씸죄 걸려서 더욱더 빡세게 조사받는다. 게다가 자기가 차비 쓰면서 검찰에 조사받으러 가야만 한다. 버스로 집에서 검찰청사로, 다시 검찰청사에서 집으로 고이 모셔다주는 친절한 행정서비스는 감히 꿈조차 꾸기 어렵다. 노무현이 신나게 팔아먹었던 평범한 서민들이라면.
 
그가 탄압받은 구석을 굳이 꼽자면 검찰청이 잠시 검찰촌이 되었다는 거다. 미인촌 광고는 보통 이렇게 말한다. “미인 100명 항시 대기 중!” 검찰도 ‘박연차 항시 대기 중’이라며 노무현을 압박한 모양이다. 대질신문이 불발된 걸 보면 노무현이나 박연차나 서로가 상대방에게 맘에 드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듯싶다. 어쩌겠는가? 악어와 악어새처럼 박연차는 노무현 정권의 권력이 필요했고, 노무현 패밀리는 박연차의 달러뭉치가 절실한 관계였을 뿐이니.
 
제일기획에 100억 원을 주고도 해내지 못할 이미지 쇄신작업에, 즉 노사모 딱지 떼어내는 일에 정동영이 운 좋게 성공하자 정세균 또한 자기도 재수 좋은 놈이라고 설레발을 치고 있다. 그런데 어찌하면 좋을꼬? DY의 운세가 현금인데 친노세균의 운수는 부도나기 십상인 부실어음인 것을.
 
친노 정치인들이 대개는 무식하다. 가수 솔비나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와 막상막하일 정도다. 정세균 역시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리라. 현진건이 지은 단편소설만 정성들여 읽어봤어도 현재처럼 기고만장하지는 않을 터이므로.
 
문국현까지 끌어들여 한미FTA 행동대장 홍영표 한 명 부평에서 당선시킨 것을 두고 마치 대통령이라도 된 양 설쳐대는 정세균의 꼬락서니가 이만저만 꼴불견이 아니다. 세상이 모두 제 것이 된 것 같이 으스대는 행동거지가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좀 유식한 표현으로 데자뷰(기시감)를 불러일으킨다. 교과서에 실렸던 소설 속 주인공이 딱 지금의 친노세균들 짝인 탓이다. 정세균과 문국현의 뒷거래에 관해서는 나중에 설명할 작정이다.
 
정세균도, 민주당의 386 양아치들도, 경상도 노빠들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란 작품을 읽었으리라. 읽었어도 기억을 못하니 탈이긴 하지만. 소설에는 인력거꾼 김첨지가 등장한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손님이 많아서 간만에 설렁탕을 사들고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돌아와 보니 마누라가 이미 죽어있었다는 이야기다. 김첨지나 친노세균이나 피장파장이다. 정세균의 경우에는 반 이명박 정서가 워낙 강한 덕분에 수도권에서 운 좋게 만 원짜리 몇 장 들어있는 지갑을 주운 날, 텃밭인 호남에서는 집 전체에 차압이 들어왔다.
 
작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물론 있다. 슬픔에 북받친 김첨지는 죽은 마누라를 걷어차고 있으나, 헛배 부른 정세균은 살아서 독이 잔뜩 올라있는 호남 유권자들을 마구 능멸하고 있다. 무투표로 당선된 지방의회 의원 1명을 제외하고 호남에서 민주당 후보자가 전원 낙선한 이유를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희희낙락이다. 4월 29일이 친노세균들한테는 아주 운수 좋은 날이었다면서. 흙 덮고 잘 날이 내일모레로 다가왔건만 불로초 먹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정세균을 위시한 노무현의 졸개들에게 장악된 민주당의 현주소다.
 
노무현 게이트의 본질적 특징은 이권과 특혜를 챙긴 당사자들 전부가 영남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남이가?”를 때로는 귀엣말로 속삭이며, 때로는 백주대낮에 소리 높이 외치면서 끼리끼리 돈과 권력을 해쳐먹은 사건인 셈이다. 대충 짐작은 했으나 노무현과 친노세력에 대한 호남인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이토록 깊숙이 사무쳐 있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터였다. 호남 유권자들은 민주당 후보라면 무조건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정첨지 정세균은 수도권에서 출마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기 바란다. 자신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주제에 정동영과 신건을 향해 바락바락 악을 써댄 박지원도 꼭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야 마땅하고. 운수 좋은 정세균과 쓸개 빠진 박지원을 위해 민주당은 서울 강남의 국회의원 선거구들을 필히 비워둬야 할 것이다. 정세균은 강남으로, 박지원은 서초로, 그리고 노무현은 검찰촌에서 항상 대기하고 있을 박연차에게.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09/05/04 [14:53]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