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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민·김미화 퇴출?…이젠 'MB늬우스'만 봐야하나
[하재근 칼럼] 사실상 교체방침 정한 듯… '국민분노' 감당 할 수 있을까?
 
하재근   기사입력  2009/04/08 [16:28]
MBC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하는 김미화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신경민의 교체를 거의 확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KBS에 이어 MBC에서까지 숙청의 바람이 부는 것인가?  

김미화가 친북좌파란다. 우파진영의 김미화에 대한 공세로 그전부터 경질설이 나돌았었다. 결국 현실화되는 것 같다. 신경민은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면서 비판적인 클로징멘트로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었다. 그게 화근이 된 것이다.  

정부는 요즘 수익성 강화, 효율화 구조조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친정부 세력과 거리를 둔 인사를 솎아내는 데는 이런 자신들의 원칙마저 소용없었나보다.  

김미화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라디오 프로그램 6위이며 공헌이익률로 따지면 3위, 공헌이익수치가 수십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즉, 효율성과 수익성, 경쟁력 그 자체인 것이다. 하지만 잘렸다. 친정부 세력과 친하지 않으니까. 이것이 사실이라면 너무 심한 방송통제다.  
 
▲ MBC가 '제작비 절감' 등의 이유로 FM라디오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을 진행 중인 김미화 씨를 교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PS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뉴스데스크>를 진행 중인 신경민 앵커에 대해서도 '교체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MBC

김미화 퇴출과 관련해 1990년 이후 입사한 MBC라디오 PD들은 무기한 연가 투쟁에 돌입했다고 한다. 퇴출이 강행될 경우 제작거부까지 이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 6년 동안 이 프로그램과 진행자는 단 한 번도 내부적으로 교체대상으로 검토된 적이 없고 정체성에 대한 비판이나 도적성 문제에 휘말린 적도 없다. 개편이 5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후임자도 없이 진행자를 교체해야 하는지 경영진은 설명해야 할 것”라고 주장한다.  

MBC기자회도 신경민 퇴출과 관련해 기자총회를 열어 보도국장 불신임투표 등을 포함한 집단행동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한다. MBC기자회는 성명을 통해 “기자회는 구성원들의 의사를 묻고 그 결과를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장에게 전달했음에도 국장이 오늘 다시 교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미 구성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앵커를 꼭 갈고 말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신경민 퇴출이 강행될 경우 행동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언론노조는 이와 관련해 성명을 통해 “언론인의 기본 소신을 저버린 굴복이자 권력을 향한 부역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 경영진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 씨 교체를 당장 백지화하라. 이들의 교체는 누가 봐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부역하겠다는 항복 선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언론노조는 공공연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언론자유 적대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에게 ‘부역하는 자’ 역시 언론노조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명히 한다.  

어쩌다 언론노조 전체에게 정부와 집권당이 적대세력으로 찍히는 나라가 됐나. 나라가 두 동강이 나고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언론자유를 소리 높여 외치며 국론분열을 우려하던 세력이 바로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 집권하자마자 연일 언론인들이 차디찬 길바닥에서 권력을 성토하는 풍경이 이어지고 있으며, 방송인 숙청이라는 소문이 돌고, 국론은 분열되고 있다.  

최근 정권에 순치된 KBS 뉴스를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MBC 뉴스는 그나마 공정한 방송보도의 창으로 여겨졌었다. 이것마저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것인가? 이제 국민들은 ‘대한 늬우스’나 보며 살아야 하나?  

KBS에선 촛불집회에 나갔던 윤도현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출당한 후 심야음악프로그램이 표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때 윤도현 대신 황급히 선택된 이하나가 최근 하차하며 다시 논란의 표적이 되고 있다.  

MBC 김미화 퇴출은 비슷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방송진행자가 약간의 정치적 소신의 ‘다름’ 때문에 이렇게 파리목숨처럼 잘려나가는 세상을 공화국이라 할 수 있을까?  

방송과 신문을 완벽히 통제하려 했던 전두환 정부는 결국 국민의 항쟁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현 정부는 방송, 신문과 더불어 인터넷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그렇게 언로를 막았을 때, 미구에 터져 나올 국민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뉴스 앵커가 잘리는 것도 황당하고, 그다지 정치색이 강하지도 않았던 연예인 김미화까지 잘리는 건 더 황당하다.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숨을 쉬고 살란 말인가.
* 필자는 문화평론가이며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는 http://ooljiana.tistory.com, 저서에 [서울대학교 학생선발지침 - 자유화 파탄, 대학 평준화로 뒤집기]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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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09/04/08 [16:2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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